[웰빙의 역설]버섯 속 면역성분 100% 챙기기
최근 버섯이 인기를 끌고 있다. 버섯은 향과 식감이 좋아 고급식재료로 사용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기를 끄는 이유는 면역력을 강화시키고 고지혈증이나 당뇨병 같은 대사증후군에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버섯을 약으로 사용한 역사도 무척 오래됐다. 기록상으로 보면 약 2000년 전 저술된 '신농본초경'에서는 버섯을 지(芝), 이(耳), 균(菌)이라 했고 영지(靈芝)나 상이(桑耳, 상황버섯), 상균(桑菌) 등으로도 기록하고 있다. '동의보감'에도 송이(松耳), 목이(木耳), 상이(桑耳), 괴이(槐耳), 마고(麻菰, 표고버섯), 석이(石耳) 등 다양한 버섯이름이 나온다.
버섯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면서 버섯에 들어있는 특정성분도 다양하게 발견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은 면역증강물질로 알려진 '베타글루칸(β-glucan)'이다. 베타글루칸은 1941년 효모의 세포벽에서 발견한 성분으로 처음에는 '자이모산'이라고 불렀다가 1960년대 들어 '베타글루칸'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베타글루칸은 고분자다당체로 효모에서 처음 발견됐지만 효모와 같은 균류인 곰팡이, 버섯에도 많다.
베타글루칸은 현재까지 나온 면역증강물질 중 가장 안전성이 높고 효과가 좋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항암효과도 있는데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면역세포의 활력을 강화해 결과적으로 암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준다.
문제는 버섯을 국에 넣거나 볶음·나물요리로 만들어 섭취하는 경우 전혀 효과가 없다는 점이다. 베타글루칸은 세포벽에 있는 고분자화합물이기 때문에 끓여도 잘 추출되지 않고 추출된다 해도 우리 몸에는 베타글루칸을 분해시킬만한 적절한 소화효소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버섯을 말려 가루를 내면 세포벽이 파괴돼 베타글루칸이 쉽게 용출된다. 또 이 버섯가루를 유산균으로 발효시키면 고분자베타글루칸이 미생물들에 의해 분해되기 때문에 우리 몸에서 쉽게 흡수가 가능해진다.
이와 함께 된장을 만들 때 버섯가루를 함께 넣어 발효시키면 발효되면서 베타글루칸이 녹아나기 때문에 매우 풍부한 면역증강된장이 된다. 육수를 만들 때도 버섯을 그냥 찢어 넣는 것 보다는 말린 버섯가루를 넣으면 보다 효과적으로 유효성분들이 빠져 나온다.
버섯은 담자균류에 속하는 곰팡이로 포자로 번식하는 포자식물이다. 버섯우산아래에 있는 미세한 가루가 바로 포자다. 그런데 이 포자에도 유효한 생리활성물질들이 많이 들어있다. 하지만 포자를 그냥 먹어서는 효과가 전혀 없으며 안타깝게도 포자는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잘게 부수기 어렵다.
포자를 효과적으로 섭취하는 방법 역시 버섯효소를 만들어 음용하는 것이다. 효소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몸에 유익한 다양한 미생물들이 버섯의 포자껍질까지 분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버섯자체가 균사체이기 때문에 효소를 만들기에 아주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이때 말리지 않은 생버섯을 잘게 찢어 동일한 양의 올리고당이나 조청에 버무려 상온에 보관해 놓으면 된다. 효소를 만들 때는 별다른 유산균을 따로 넣지 않아도 된다.
최근의 웰빙 트랜드는 '효소와 발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정재료가 효소와 발효과정을 거치면 유효성분이 잘 우러나고 동시에 새로운 생리활성물질도 만들어진다. 더욱이 흡수력을 높일 수 있어 적은 양을 먹어도 효과적이며 부작용은 줄일 수 있다.
의식동원(醫食同源)이라는 말은 아는 만큼 현실화되는 것 같다. 지금까지 자신의 면역력을 높여왔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버섯이 단지 '입'에만 좋았던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기다림이라는 약간의 수고를 감수한다면 건강에 더욱 좋은 버섯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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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하 | 한의학 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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