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건망증' 스트레스 털고 기분 풀면 "언제 그런 일이.."

2012. 7. 23.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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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분명히 오늘 오후 5시 업무 때문에 사람과 만나기로 한 것 같은데, 어느 회사의 누구인지가 떠오르지 않는다. 정신없이 하루 일과를 마쳤다고 긴장을 풀려는 순간, 상사의 한마디. "김 대리 내가 일전에 말한 그 일 오늘까지 마치기로 했지?" 아뿔싸. 까맣게 잊고 있었다.

치매와는 거리가 먼 20, 30대 젊은이들이 중요한 일을 깜빡깜빡한다. 건망증이다. 내가 벌써 머리가 안 좋아진 건가? 뇌세포 기능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며 우울증으로 번지기도 한다.

○ 건망증은 일시적인 현상

결론부터 말하면, 젊은이들의 건망증은 치매와는 별 상관이 없다. 70대 이상이 건망증이 잦다면 치매일 확률이 높다. 치매란 노화로 뇌세포 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병이다. 병의 증상으로 건망증이 나타나는 것이다. 반면 젊은이들은 뇌세포의 기능이 떨어져 까먹는 게 아니다. 뇌 기능에는 변화가 없지만 '다른 요인들' 때문에 일시적으로 중요한 일들을 잊는 것일 뿐이다. 치매가 일관되게 진행되는 질병이라면, 젊은이의 건망증은 단기적으로 끝날 때가 많다.

뇌를 지나치게 많이 쓰거나, 기억을 담당하는 장치가 하나의 생각에 매달려 있을 때 기억력은 떨어진다. 예를 들어 오늘 할 일이 다섯 가지라고 하자. 사람은 가중치를 똑같이 10씩 두지 않는다. 어떤 일은 5, 어떤 일은 3, 어떤 일은 1만큼의 가치로 매긴다. 그중 특히 A, B라는 일에 기억이 집착되면 나머지 C, D, E에 대해서는 신경을 덜 쓰게 된다. 좋아하는 여성과 데이트를 하기로 한 날, 다른 일들은 기억 저편으로 멀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뇌 자체가 치매처럼 기억을 못 해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신경을 덜 쓰는 것이다.

○ 싫은 사람의 지시일수록 잘 잊는다

전문가들은 "건망증은 감정적인 부분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말한다. 단순한 스트레스 때문에, 또는 할 일이 많아서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강도형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싫어하는 사람, 무서워하는 사람이 내린 지시나 약속은 더 잘 잊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억을 저장하는 장치가 상대방에 대한 호감도에 따라 기억해야 될 우선순위를 무의식적으로 줄 세우는 것이다.

건망증이 심해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분과 관련된 장애인 만큼 우선 감정과 관련된 스트레스 요인을 풀어줘야 한다. 자신의 머릿속을 채우는 스트레스 요인이 해결되면 건망증도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달콤한 음식도 도움이 된다. 기분을 좋게 하기 때문에 긴장이 완화되는 것이다. 머리가 아플 정도로 뇌혈관 혈액이 잘 순환하지 않으면 건망증이 심해진다. 그럴 때는 산책을 나가거나 뛰어보자.

20, 30대라면 건망증이 질병으로 악화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정도가 지나칠 정도라고 느껴지면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친구가 "왜 약속해놓고 약속장소에 안 나왔어"라고 했을 때, "아! 맞다, 까먹었다. 미안해"라고 하면 건망증이다. "언제 우리가 그런 약속을 했어?"라고 되물으면 증상이 심해진 경우다. 이런 증상이 자주 나타나면 반드시 병원에 가자.

○ 디지털 기계를 활용하라

최근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길을 찾지 못하고, 친구들의 전화번호도 외우지 못하는 증상을 일컬어 '디지털 건망증'이라고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디지털 건망증은 병도 아니고 진정한 의미의 건망증도 아니다"라고 말한다.

강 교수는 "내가 외울 필요가 없기 때문에 나의 뇌가 스스로 외우지 않기로 결정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손 터치 한 번으로 연락처를 찾을 수 있고, 지리를 꿰뚫을 수 있기 때문에 머리를 쓰지 않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건망증 때문에 고생하는 20, 30대라면 오히려 다이어리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스케줄 관리를 하는 것이 좋다. 머리 저장소가 하나 더 늘어난 것쯤으로 보면 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하루 일과가 끝난 밤에 다이어리를 펴고 기록을 간단하게 하는 것이다. 밤에는 긴장이 이완되는 만큼 밤은 자신을 돌아보는 데 더없이 좋은 시간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다이어리를 한 번 펼쳐보고, 다시 한 번 일정을 체크하자. 이 습관만 들여도 건망증에 따른 실수를 대부분 줄일 수 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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