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도 중고는 중고일뿐"..'샤테크'의 불편한 진실

송지유|전혜영 기자 2012. 8. 4. 06: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샤넬 핸드백 가격 5년새 3배 뛰었지만..중고 시세는 신제품 가격과 무관

[머니투데이 송지유기자][샤넬 핸드백 가격 5년새 3배 뛰었지만…중고 시세는 신제품 가격과 무관]

#직장인 김윤주씨(32·가명)는 최근 샤넬 빈티지 핸드백을 구입했다. 백화점 구입가는 698만원. 두달치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아야 모을 수 있는 큰 돈인 만큼 매장 직원에게 신용카드를 건네는 순간까지 고민이 됐다. 하지만 샤넬백은 대를 물려서 쓸 수 있는 명품인데다 샤넬 본사가 가격을 계속 올리고 있어 나중에 중고로 팔아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았다.

#대형건설사 임원 주현일씨(53·가명)는 얼마전 부인의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3년전 부인에게 사준 샤넬 핸드백 가격이 200만원 이상 뛰었다는 것이다. 부인은 "몇년동안 잘 쓰고 중고 매장에 내다 팔아도 원가보다 더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샤넬 핸드백은 사놓기만해도 재테크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이른바 '샤테크'(샤넬백과 재테크의 합성어) 열풍이 식지 않고 있다. 샤넬 본사가 가격을 계속 올리기 때문에 지금 사놓으면 중고로 팔아도 구입가보다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다고 믿는 소비자들이 많은 것이다.

하지만 본지가 중고 명품시장에서 샤넬백의 감정을 받아본 결과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서울 명동과 강남 일대 중고 명품매장 10여곳을 순회했지만 2007년 구입가보다 비싸게 매입하겠다는 곳은 단 1곳도 없었다. '샤테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5년만에 3배 뛴 가격…사두면 돈 번다고?=

샤넬의 대표 제품인 '클래식 캐비어 미디엄'의 현재 가격은 612만원. 이 핸드백은 지난 2007년초 203만원에 판매됐던 제품으로 5년새 가격이 3배나 오른 셈이다. '2.55 빈티지 미디엄'의 가격은 2007년 300만원대에서 2012년 7월 현재 681만원으로 뛰었다. 샤넬이 지난 5년동안 가격을 8번이나 올리는 꾸준한 가격인상정책을 편 결과다.

샤넬 가격이 오를 때마다 핸드백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마치 주식처럼 앉아서 돈을 번 것 같이 흐뭇해진다. 샤넬 핸드백을 사려던 사람들은 가격이 오르기 전에 구매하려고 발을 동동 구른다. 지난해 결혼예물로 샤넬백을 선물받은 주부 이혜진씨(가명·30)는 "결혼 직전 샤넬백을 산 뒤 가격이 2차례 올라 지금은 150만원을 더 줘야 한다"며 "샤넬 가격이 오른다는 뉴스가 나올때마다 재테크에 성공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고 명품업계는 "샤테크는 실체가 없는 허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소비자가 샤넬 핸드백을 구입한 가격보다 비싸게 되팔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만원대 초반에 구입한 2007년형 '클래식 캐비어 미디엄'의 중고 감정가는 150만원 안팎이다. 지난 5년간 제품 가격이 400만원 이상 올랐지만 중고 시세는 구입원가에도 못 미친다.

↑샤넬 2007년형 '클래식 캐비어 미디엄'

캐비어, 빈티지 등 샤테크 대표 모델이 아닌 경우는 중고 시세도 더 떨어진다. 2004년형 '깜봉 라지'의 중고 시세는 구입가(160만원)의 절반을 밑도는 60만∼70만원선. 이 제품은 7년새 2배 정도 올라 현재 309만원이다.

↑샤넬 2004년형 '깜봉 라지' 숄더백

◇"샤넬백은 귀금속이 아니다. 중고차와 비슷한 구조"=

샤넬백 판매가가 급등해도 중고 시세가 높지 않은 것은 제품 생산시기의 판매가를 기준으로 가격을 정하기 때문이다. 명동 C중고명품 업체 관계자는 "샤넬 핸드백에 새겨진 고유번호로 제작시점을 확인할 수 있어 당시 판매가보다 비싼 값에 사들이는 경우는 없다"며 "샤넬은 공급도 넉넉한 편이어서 판매가가 올랐다고 중고제품에 프리미엄이 형성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샤넬백의 중고시세는 구입하는 즉시 값이 떨어지는 중고차와 비슷하다. D업체 관계자는 "샤넬백 가격은 시간이 지날수록 오르지만 중고시세는 반대로 떨어진다"며 "백화점에서 구입한뒤 바로 들고와도 제값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샤넬백은 금이나 은 같은 원자재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샤넬백은 중고제품도 돈이 된다는 샤테크는 무리한 지출을 한 소비자들의 자기위안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관련 키워드] 샤넬| 샤테크| 샤넬캐비어| 샤넬22.55빈티지| 샤넬깜봉

머니투데이 송지유기자

<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