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人]'나는 가수다' 돌풍 김영희 MBC PD "中2때 '데미안' 만난 뒤 책속으로 '풍덩'"

2011. 11. 5.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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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헤르만 헤세 지음 ◇칼의 노래/김훈 지음
◇뇌 기억력을 키우다/이케가야 유우지 지음 ◇한글세대가 본 논어/배병삼 지음
◇땅 물 불 바람과 얼음의 여행자/제이 그리피스 지음

[동아일보]

김영희 PD의 추천 도서

-데미안

헤세의 대표작이자 자전적 소설. 주인공 싱클레어가 연상의 친구 데미안의 인도를 받아 내면의 탐구를 이루는 과정을 담았다.

-칼의 노래

명장 이순신을 지극히 인간적인 존재로 표현해낸 작품. 혼란스러운 시대에 개인이 가질 수 있는 삶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땅 물 불 바람과 얼음의 여행자

아마존 숲과 안데스 산맥, 에스키모 거주지, 북극의 빙하, 인도네시아의 심해, 호주의 모래사막 등 지도 밖 야생의 땅을 찾아 떠난 여행기.

-뇌 기억력을 키우다

뇌 과학의 기본적인 개념과 기억의 메커니즘에 대해 설명한다. 안타깝게도 현재는 절판된 상태다.

-한글세대가 본 논어

공자의 가르침을 전하는 논어를 지금의 한글세대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자세하고 명료하게 서술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어젯밤 내내 서재에 있었어요. 사실 조금 귀찮았는데(웃음), 책을 찾다 보니 옛 생각이 새록새록 나더군요."

10월 27일 저녁 경기 고양시 MBC 드림센터에서 만난 MBC 김영희 PD(51·사진)는 양손에 책 다섯 권을 들고 나타났다. 서재와 첫째 딸 공부방의 책장을 오가며 추억에 빠져 있다 보니 한두 권만 선택하기 힘들었다고 했다.

지금 사람들의 뇌리에 '김영희 PD'란 올해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킨 '나는 가수다'를 기획한 주인공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그러나 그에 앞서 김 PD는 2000년대 초중반 '나가수' 바람 이상의 독서 열풍을 일으킨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MBC 예능 프로그램 '느낌표'의 한 코너)를 만든 주역이기도 하다.

평생을 함께해 온 책 친구들 중에서 그가 어렵게 고른 다섯 권은 '데미안', '칼의 노래', '뇌 기억력을 키우다', '한글세대가 본 논어', '땅 물 불 바람과 얼음의 여행자'다.

먼저 그는 '데미안'의 첫 장을 펴 기자에게 보여줬다. '사랑하는 딸아. 친구를 항상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그는 "'데미안'에는 까까머리 중학생 김영희의 추억이 담겨 있다"고 했다.

"중학교 2학년 때 국어 선생님과 친구들 대여섯 명이 인천 앞바다에 놀러 갔어요. 싸구려 여관방을 잡고 밤새 책 이야기를 했죠. 한 친구가 '이광수의 무정이 좋다'고 하면, 다른 친구가 '김동인의 감자가 더 의미가 있다'는 식이었어요. 전 명색이 반장인데, 듣고만 있을 뿐 한마디도 할 수 없었어요. 책과 담을 쌓았던 아이였거든요. 여행에서 돌아온 후 바로 읽은 책이 '데미안'이었죠."

'데미안'의 주인공 싱클레어가 친구 데미안의 인도를 받아 내면으로 파고들듯, '데미안'을 읽은 후 그는 다양한 책을 섭렵하기 시작했다. 이는 친구란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도 됐다. 첫째 딸이 중학교 2학년이 되던 해 이 책을 선물하며 글귀를 남긴 이유이기도 하다.

'데미안'이 소년 김영희와 책을 친숙하게 만든 매개체였다면, '칼의 노래'와 '뇌 기억력을 키우다'는 PD 김영희를 만든 자양분이었다. '칼의 노래'는 그가 '느낌표'를 기획하던 당시 읽던 책이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책도 읽자고 하고('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시각장애인에게 각막수술도 시키자('눈을 떠요')고 하니, 여기저기서 '취지는 좋지만 재미가 있겠느냐'고 우려했어요. 저 역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죠. 그때 '칼의 노래'를 읽었습니다. 이순신 장군의 인간적 고뇌를 보며 위안을 받았고, 신념에 따라 백의종군을 하는 모습에서 용기를 얻었어요. 저도 장군의 신념처럼 '느낌표'에 대해 신념이 있었거든요."

'뇌 기억력을 키우다'는 PD로서의 생각의 한계를 깨게 해준 두 가지 문구, '인간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존재'와 '상상은 지식보다 중요하다'를 그의 뇌 속에 남겼다.

"우리 뇌 속에 모든 가능성이 다 담겨 있다는 사실에 자신감이 솟았어요.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죠. 최고의 과학자 아인슈타인이 남긴 '상상은 지식보다 중요하다'는 말은 PD로서의 제 인생을 이끌어줬습니다."

'나가수'는 그에게 심장이 터질 듯한 행복과 심장이 저려오는 아픔을 함께 가져다준 프로그램이었다. 그는 "모든 가수와 스태프들이 한마음이 돼 방송을 준비하고 진행해온 4개월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다"고 털어놓았다. 처음 탈락한 가수 김건모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주면서 프로그램의 공정성과 원칙을 저버렸다는 비판이 일자 그는 책임을 지고 물러난 후 홀연히 남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솔직히 충격 받았어요. 그랬기에 60일간 스물아홉 번 비행기를 탈 정도로 강행군을 하며 외로움의 끝까지 가보려고 했죠. 그런데 남미 여행의 마지막 날 밤, 이소라 씨의 '바람이 분다'처럼, 갑자기 바람이 불며 비가 내렸어요. 문뜩 노자의 '도덕경'에 실린 '공성신퇴(攻成身退·공을 세워서 이룬 뒤 그 자리에서 물러남)'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아,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니 나는 물러나면 되는 건데 왜 번민하고 있었을까' 싶었죠. 이후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동양 고전 사상서를 꺼내 읽는다고 했다. 힘든 순간마다 상황에 맞는 글귀가 떠올라 마음을 안정시켜 주기 때문이다. 노자의 '도덕경'이 떠올랐지만 그가 많이 읽어 너덜너덜해진 책은 '도덕경'이 아닌 공자의 '논어'라고 했다. 논어를 한글로 이해하기 쉽게 풀어쓴 '한글세대가 본 논어'은 딸에게 선물한 책이기도 하다.

김 PD는 최근 60일간의 남미 여행기를 담은 책 '소금사막'(알마)을 펴냈다. 직접 글도 쓰고 사진도 찍고 그림도 그렸다. 여행 경로나 현지 별미, 가볼 만한 장소 등을 소개하는 여행 정보서가 아니라 여행에 대한 개인적 감상을 잔잔히 담은 책이다. 그는 자신의 책과 함께 지도 밖 야생의 땅을 찾아 떠난 여행기인 '땅 물 불 바람과 얼음의 여행자'를 읽어보라고 권했다.

"어찌 됐든 시간은 흐르고 있어요. 지금이 전부이고 지금 가장 행복해야 하죠. 그렇기에 인생은 허투루 살 일이 아닙니다. 여행을 하면 더 열심히, 더 행복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죠. 여행 책이 우리에게 주는 가치도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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