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니걸러 모은 7천권..50대 독서광 '부러운 삶'

2006. 10. 23.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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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광은 책으로 시간을 쓰고, 살 기운을 얻는다. 책을 모으는 과정에서 느끼는 희열은 억만장자의 부와도 비교 할 수 없는 천상의 기쁨이다. 집안에 들여진 책은 그래서 나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 주인의 수집에의 욕망과 집념은 책의 운명을 한정된 공간 안에 밀어 넣고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다. 독서광에게 있어 책이란, 나눌 수 없는 '유일한' 것일지도 모른다.

헤이리에 위치한 게스트 하우스 '모티프원'을 운영하고 있는 이안수(50)씨의 서재 역시 그런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사진으로 접한 책장과 수천 권은 넘음직한 방대한 분량의 책들은 그의 수집광적 기질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직접 만난 그는 수집광도 메모광도 아니었다. "생명이 있는 꽃으로 장식을 하는 것이 잔인하게 느껴져 죽은 식물의 가지를 꽂아 둔다"는 그는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生而不有(생이불유)'라는 말뜻에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이 씨는 관심이 줄어든 책은 필요한 곳에 기증하고 나눈다. 그의 희열은 소유하고, 수집하는 것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나는 가운데 생성되는 것이다. 자유인이자 독서광이며 여행광인 그는 "책 만이 나의 방랑벽을 잠재울 수 있다" 며 해맑게 웃었다. 육체는 늙어가지만, 그의 영혼은 영원한 소년이다.

1층에 위치한 서재는 이 씨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 소장 중인 7천 여 권의 책이 놓인 이곳은 방문자 누구나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개방 되어 있다. 잣나무로 만들어진 책장이 3면의 벽을 빈틈없이 메우고 있다.

"나무는 다 사람에게 좋지만, 특히 잣나무는 몸에 좋아요. 건강하게 오랫동안 좋은 사람들과 교류하기 위해서는 그들도 나도 건강해야 할 것 같아서 잣나무로 책장을 만들었지요"

이 씨는 책장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책장의 윗부분과 천장이 맞붙어 있는 것 역시 특징이라고. 성인 열 명이 매달려도 무너지지 않는다는 이 책장은 못을 박지 않았기 때문에 분해하면 원목의 상태로 되돌아간다. 7천여 권의 책들은 이씨가 끼니를 거르면서 아낀 돈으로 사 모은 것.

"학창시절에는 돈이 없어서 좋아하는 책이 있어도 살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먹을 돈을 아껴가며 책을 샀습니다. 하루 종일 서점을 돌아다니다가 배가 고프면 컵라면이나 길에서 파는 어묵으로 끼니를 때웠지요. 책을 읽을 수 있다는 행복에 허기도 잊었던 것 같아요. 책에는 몇 만원을 써도 아깝지 않았는데 옷을 사거나 음식을 사먹는 데 드는 돈은 아까웠어요.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릴 때부터 유독 책을 좋아했고, 기자생활을 하면서 책에 대한 애정이 더욱 깊어졌다는 이 씨는 "돈 만원을 가지고 한 사람의 인생경험을 배울 수 있는 것은 책밖에 없다"며 "책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싼 상품"이라고 책 예찬론을 펼쳤다.

"여행은 공간이동은 가능하지만 시간이동은 불가능하지요. 시간이동을 가능케 하는 것은 책밖에 없어요. 그래서 책을 읽습니다"

여행광이자 독서광인 이 씨에게 여행과 책은 육체이며 영혼이다. 그를 살게 하는 것 역시 여행과 책이다. 지도책을 볼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이 씨는 "붉은 책으로 칠해진 곳에는 누가 살까, 푸른색으로 칠해진 곳에 사는 사람들은 무엇을 하면서 살고 있을까를 상상하면 너무너무 재미있어요. 잠도 안 오죠"라며 행복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씨의 서재에는 모든 책이 두 줄 씩 꽂혀 있다. 워낙 많은 분량이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보관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서점, 오프라인 서점, 헌책방을 누비며 끊임없이 책을 사 모으는 그이지만 책을 기념비적으로 보관하거나, 집착하지는 않는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으로 사게 된 새 책은 열심히 읽고, 관심이 줄어든 책은 원하는 곳,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준다는 것이 그의 원칙이다. 가장 좋아하는 책 한권을 추천해 달라고 하자 고민하는 듯 하더니 <스콧니어링 자서전>(실천문학사. 2000) 이야기를 꺼냈다.

"굳이 꼽으라면 이 책을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스콧니어링은 생각을 삶으로 실천한 사람이죠. 4시간은 사람을 만나고 4시간은 자급자족하고, 4시간은 글을 쓰면서 살았어요. 제가 꿈꾸는 이상적인 삶을 산 사람이기 때문에 이 책을 좋아합니다"

1년6개월 전부터 신문과 TV를 끊고 자연과 책읽기에 취해 살고 있는 이 씨는, 스콧니어링처럼 생각을 실천하며 살고 싶다고 했다. '모티프원'에는 책을 읽고 휴식을 취하다 가는 이도 있고, 예술적 영감을 얻기 위해 묵고 가는 작가도 있다. 예술가들의 공상과, 여행자들의 추억, 독서광들의 사색이 공존하는 곳이 바로, '모티프원'이다. "방랑벽을 억누를 수 있는 것은 책 밖에 없다" 고 말하는 그는 오늘도, 문가에 서서 누군가를 기다린다.

"사람들이 떠날 때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 내가 잘못한 게 무엇일까 고민 하게 돼요. 그리고 잠을 이루지 못하죠. 이곳이 머물고 가는 모든 이들에게 좋은 추억이 되었으면 해요. 그게 제 유일한 바램입니다"

(※모티프원 블로그 http://blog.naver.com/motif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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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고아라 기자)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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