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여, 불평등에 지지 말고 투표로 심판하라"

김홍수 기자 2015. 12. 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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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재벌 기업 중심의 사회.. 외환 위기 후 소득 불평등 커져 재분배만으로 문제 해결 안돼, 대선 참여 등 청년이 행동해야

왜 분노해야 하는가

장하성 지음|헤이북스|468쪽 | 2만2000원

"청년들아, 삼성전자·현대자동차 같은 초(超)대기업의 이익 독점에 분노하고 선거 혁명으로 응징하라."

고려대 장하성 교수의 신작 '왜 분노해야 하는가'의 메시지를 한마디로 압축하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전작 '한국 자본주의'가 한국형 자본주의 시스템의 문제점을 파헤친 것이라면 '한국 자본주의II-분배의 실패가 만든 한국의 불평등'이란 부제가 붙은 신작은 우리나라 불평등 문제의 뿌리를 파헤친 역작이다.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우리나라 불평등 문제를 이렇게 정밀하게, 종합적·입체적으로 분석한 책은 보지 못했다. 방대한 통계 분석을 통해 자기 이론의 논거를 제시하는 점은 '21세기 자본'의 피케티를 연상케 한다.

장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불평등의 역사는 길지 않다. 1970~80년대 고도성장기엔 성장의 과실이 고루 분배됐고, 실질임금이 노동 생산성과 비슷하게 올랐기 때문에 불평등 문제가 악화되지 않았다. 그랬던 우리 경제가 외환 위기 이후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가 됐다. 원인은 고용과 소득 불평등에 있다.

외환 위기 이후 비정규직이란 새로운 고용 형태가 등장했고, 근로자 간 임금 격차가 커지기 시작했다. 1980년대만 해도 중소기업 임금은 대기업의 90%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60% 수준까지 떨어졌다. 전체 일자리 중 매년 노동자가 바뀌는 불안한 일자리가 32%에 달한다. 이런 고용 구조를 매개로 성장의 과실이 가계보다는 기업, 그중에서도 초대기업에 집중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 기업 50만개 중 재벌 100대 기업이 모든 기업 순이익의 60%를 차지한다. 반면 재벌 100대 기업의 고용은 전체 노동자의 4%에 불과하다.

불평등에 관한 기존 논의들은 정부 주도 '재분배'에 초점을 뒀지만, 장 교수는 분배의 시작점인 '원천적 분배'를 공격 포인트로 삼는다. 원천적 분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한 소득 불평등이 모든 불평등의 발원지라는 것이다. 장 교수는 극도로 불평등한 원천적 분배를 그대로 두고, 사후 교정하는 재분배만으로는 불평등 문제를 풀 수 없다고 본다.

장 교수는 진단에 그치지 않고 대안을 제시한다. 중소기업이 노동자에게 적정한 임금을 주도록 기업 이익 분배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기업들이 가져가는 수익 비중을 0.6%포인트만 낮추고, 대기업 직원들이 임금의 5%를 하도급 중소기업 몫으로 양보하면 중소기업 노동자 임금을 17.4%나 올려줄 수 있다는 예시를 제시한다.

하지만 대기업이 갑자기 개과천선할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 그래서 장 교수는 미래의 주인공인 청년들에게 '분노하고 행동하라'고 촉구한다. 구체적으로는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때 '투표 참여'로 심판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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