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 구멍 숭숭" 출판사·서점 뿔났다

박돈규 기자 2014. 10. 17.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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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로사항을 해결하지 못한 점 죄송하다."(고영수 대한출판문화협회장)

"필요하다면 판을 뒤집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윤철호 한국출판인회의 회장 대행)

"일물일가(一物一價)에 희망을 걸었는데 다시 절망이 될지 모른다."(박대춘 한국서점조합연합회장)

출판과 서점을 대표한다는 사람들 입에서 '사죄' '절박' '절망' 같은 낱말이 쏟아져 나왔다. 16일 오후 서울 대한출판문화협회 강당. '올바른 도서정가제 확립을 위한 시행령 개정(안) 공청회'가 열렸다. 밖에 서서 듣는 사람까지 합쳐 200명쯤 됐다. "IMF 외환위기 때 출판사들이 여기저기 부도 나서 다 같이 모인 것 말고는 회장 선거 때보다 많이 모였다"고 출판인들은 말했다.

책을 만들고 판다는 이들은 독자보다 책값에 민감했다. 이날 공청회는 신간·구간 관계없이 할인을 최대 15%로 제한하는 새 도서정가제 시행(11월 21일)을 한 달 앞두고 "시행령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는 우려가 나와 마련됐다. 시행령을 만들면서 출판·서점계가 제출한 의견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모두 '수용 불가' 결정을 내리면서 상황이 긴박해졌다.

김민기 교보문고 마케팅지원실장은 "도서정가제 적용 대상으로 '간행물을 판매하는 자'에 판매 중계업자(오픈마켓)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문구가 없어 시행 후 큰 혼란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모든 참여자에게 동일한 룰을 적용하지 않을 경우 G마켓이나 11번가 등 오픈마켓에서 추가 할인이 가능하고 결국 책값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것이라는 걱정이다.

정덕진 햇빛문고 대표는 "시행령에 중소 서점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할인 최대치인 15% 안에 경품·배송료·제휴 할인까지 묶지 않는다면 변칙 할인이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퍼 갑(甲)'인 온라인서점이 출판사와 카드사에 불필요한 부담을 떠넘기면 결국 정가(定價)가 오르고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도 했다. 세트 도서의 정가를 낱권보다 크게 낮게 책정하거나 판매가 부진한 책을 끼워 파는 편법도 등장하고 있다.

김병희 예스24 선임팀장은 또 "중고 도서와 파손 도서 할인 판매, 폐업 출판사 도서 재정가에 대한 세부 사항이 명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재은 양철북 대표는 "도서정가제 개정에는 '책은 가격이 아니라 가치로 경쟁해야 한다'는 뜻이 담겼다"며 "여러 반칙에 대응하고 정책적으로 보완하려면 정부와 출판·서점계가 협력회의를 만들어 소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 책방 주인은 이날 공청회에 나온 문체부 출판인쇄산업과장에게 "법 시행 이후 단속을 제대로 하는 사후 관리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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