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를 사로잡는 '흥분 독소', 뇌를 파괴한다

입력 2013. 12. 1. 20:20 수정 2013. 12. 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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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죽음을 부르는 맛의 유혹

러셀 L. 블레이록 지음, 강민재 옮김

에코리브르·2만원

어느 시대나 인간이 알고 있는 지식이란 한 줌에 불과하다. 1908년 일본 제국대학 실험실에서 '마법의 맛을 내는 화학물질'인 글루탐산나트륨(MSG)을 발견할 당시에는 "천연 물질이라 절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겼다. 1940년대 이후 식품에 첨가하는 엠에스지의 양만 10년마다 2배씩 증가했고 각종 요리책에도 엠에스지를 넣으라고 권장했다.

오랜 시간, 엄청난 양을 먹은 뒤 진실의 일부가 밝혀졌다. 1957년에 안과 의사인 루카스와 뉴하우스가 어린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해 엠에스지가 망막 안쪽의 감광체 세포인 신경세포를 모두 파괴해버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럼에도 엠에스지는 변함없이 이유식에까지 첨가돼 팔려나갔다. 10년 뒤, 신경과학자 존 올니 박사가 엠에스지는 뇌에도 영향을 끼치는 독소라는 점을 밝혀냈다. 단 한번의 엠에스지 투여로 어린 쥐들 뇌의 시상하부가 파괴됐다.

하지만 실험 결과가 나온 이후에도 식품 제조업자들은 물론 정부 기관인 식품의약청(FDA)조차 꿈쩍하지 않았다. 다급해진 올니 박사가 미국의 의회에서 실험 결과에 대해 증언을 하고 난 뒤에야 식품 제조업자들은 유아 식품에서 엠에스지를 빼기 시작했다. 하지만 업자들은 '엠에스지 무첨가'라고 쓰고는 또다른 '흥분독소'를 첨가했다. 신경외과 전문의인 러셀 엘(L). 블레이록이 "식품업계의 반발을 각오하고 책을 쓴 이유"도 "대중에게 알리지 않고 기다리기에 어린아이와 고령자에게 닥칠 위험이 너무 중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흥분독소'는 엠에스지처럼 인체에 해를 끼치는 화학물질군을 통칭하는 단어다. 신경계를 이루는 기본 세포인 뉴런이 이런 물질에 노출되면 아주 빠르게 신호를 전달하다가 흥분해 죽은 것처럼 갑자기 사멸해 신경과학자들이 붙인 이름이다. 혀의 미각 세포를 자극하는 이 물질들은 각종 소스와 수프, 참치캔, 다이어트 식품, 담배에까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책은 '흥분독소'가 급격한 뇌성장이 진행되는 어린아이들에게 특별히 해롭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한 뱃속의 아기에게도 흥분독소가 전달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한 성인, 특히 고연령층에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루게릭병 등 온갖 신경 변성 뇌질환을 일으킨다고 밝혔다. 책은 지은이가 1997년까지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할 각종 연구 결과를 정리하고 가설을 세워 직접 논쟁에 뛰어들었던 결과물이다.

엠에스지의 위험성이 어느 정도 알려진 지금도, 이 물질들은 교묘히 확산되고 있다. '무설탕'이라고 표기한 어린이 요구르트에 들어 있는 '아스파탐'을 보자. 2년 동안 두 그룹의 쥐를 비교한 결과 아스파탐이 함유된 먹이를 먹은 쥐에서만 뇌종양이 발생했다. 뇌종양 발생률은 자연 상태 평균치보다 25배나 높았다. 지은이가 밝힌 '항상 엠에스지를 포함하는 식품 첨가물'은 가수분해 단백질, 카세인나트륨, 카세인칼슘, 이스트 추출물, 조직 단백질(대두 단백질), 자가분해 효모 등이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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