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예술만화, 한국선 청소년 유해물

2013. 8. 14. 20:2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간행물윤리위 "성 묘사, 법에 저촉"

출판사 "재심의 안되면 절판 고려"

원작자 "음란성밖에 못봐 슬프다"

국내에 출간된 스페인 만화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길찾기 펴냄)에 대해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이하 간륜)가 청소년 유해매체 판정을 내리면서 출판사가 강력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사진)은 스페인의 소설가 겸 대학교수인 안토니오 알타리바가 글을 쓰고 킴이 그림을 그린 만화로, 알타리바의 아버지 일생을 통해 20세기 초반 스페인 내전과 이념 갈등 등 격정의 세월을 다뤘다.

간륜은 최근 심의 결과 성행위와 성추행 장면 등 4개 부분의 묘사가 청소년보호법에 저촉돼 청소년 유해매체로 결정했다는 공문을 출판사에 보냈다. 이럴 경우 출판물은 '19세 미만 구독불가'로 구분되어 스티커를 붙이고 비닐 포장을 한 상태로 유통된다.

출판사 쪽은 "간륜이 과연 이 책을 제대로 읽고 맥락을 파악해 심의한 것인지 의심된다"며 재심의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출판사 쪽은 지적당한 장면들이 분량이 극히 짧고 줄거리 전개상 꼭 필요한 부분이며, 성추행 장면은 주인공이 다른 등장인물의 성추행을 막는 이야기인데 이를 문제 삼은 것은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재심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출판사 쪽은 절판까지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만화평론가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 "문제가 된 장면에서 음란함 등을 전혀 느낄 수가 없었고 맥락상 필요한 장면들"이라며 "이 정도 내용은 다른 매체들에 나오는 성적인 장면들에 견줘 강도가 세지 않으며, 주제의식과 작품성이 뛰어나 청소년들도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는 만화라고 본다"고 말했다.

지은이 알타리바 교수도 국내 출간을 도운 에이전시 쪽에 유감을 표명하는 메일을 전해왔다. 그는 "다른 나라에서는 아무 문제 없이 출간됐다"며 "이 작품을 통해 전쟁, 난민수용소, 독재 체제의 참상을 이야기하려 했지만, '윤리'라는 잣대를 든 한국의 간행물윤리위원회는 '음란성'밖에 보지 못한 것 같아 슬프다"고 밝혔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담뱃재 털고 침 뱉은 물 맞으며 촬영했다""인도 여성 6000만명이 사라졌다"홍명보 감독에게 누가 첫승 안겨줄까?[화보]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명승부 명장면들[화보] 그시절 찜통더위 날려버린 해수욕장 풍경들

공식 SNS [통하니][트위터][미투데이]| 구독신청 [한겨레신문][한겨레21]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