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된 한국교회.. 희망이 있을까?

2013. 5. 28.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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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동수 기자]

"일제에 의해 짓밟힌 이 나라 이 민족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운동이 3·1운동이었다. 3·1운동의 중심에 서 있었던 민족대표 33인 중 기독교인이 16명이었을 정도로 당시 기독교는 민족의 자주 독립에 앞장섰다."

홍재철 목사(한국기독교총연합회장)가 지난 2월 27일 순복음강남교회당에서 제94주년 3·1절 기념 민족대회 설교에서 한 말입니다. 직전 대표회장 길자연 목사도 "94년 전에 있었던 3·1운동을 이끌었던 기독교의 정신이 예수의 정신이다"라며 "오늘날 우리도 예수의 정신을 가지고 모두가 마음을 합쳐 예수 중심으로 힘 있게 전진해야 된다"고 말했습니다.

두 목사 목소리에는 한국교회에 대한 자랑과 자부심이 묻어납니다. 하지만 94년이 지난 지금 한국교회는 한국사회에 앞에 자랑과 자부심은커녕 '개독교'라는 비아냥 대상이 된 지 오랩니다.

많은 이유가 있습니다. 말구유에 누우셨던 아기 예수님, 머리 둘 곳이 없어 광야를 다니셨던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면서 수백억 원, 수천억 원짜리 예배당에서 "아골 골짝 빈들에도 복음들고 괴로우나 즐거우나 복음을 들고 가오리니"를 부릅니다.

'김일성 왕조' 세습은 비난하면서 수천 명, 수만 명 모이는 교회를 자기 교회인양 아들이나 사위에게 세습합니다. 총회장 선거에 수십 억 원을 뿌립니다. 장로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힘을 쓰고, 그가 대통령직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도 침묵합니다. 결국 한국교회는 생명을 잃어버렸고, '개독교'가 되어버렸습니다.

생명을 잃어버린 한국교회 살릴 방법은 없을까요? 솔직히 말해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습니다. 아직 한국교회를 포기하지 않은 스무 명이 모였습니다.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를 비롯한 19명이 한국교회 현안과 치부를 드러내는 낯 뜨거운 실화 그리고 비판과 회개, 아프고 고통스러운 근본적인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성찰해보고 대안을 모색하며 쓴 < 한국교회, 개혁의 길을 묻다 > (새물결플러스)는 한국교회가 '개독교'에서 '기독교'로 거듭나게 하는 '희망의 씨앗'입니다.

"예수의 우아한 패배... 증오와 폭력 체제 뿌리부터 흔들어"

< 한국교회,개혁의 길을 묻다 >

ⓒ 새물결플러스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는 서문에서 "예수의 우아한 패배의 힘은 증오와 폭력 체제를 뿌리부터 뒤흔드는 참된 힘이었다"면서 "그것은 자기를 철저히 비우고, 지우며, 낮추고, 내려놓으시는 사랑의 힘이요, 그 힘의 자기 폭발이 바로 부활의 힘"이라고 했습니다.

예수님은 우아한 패배를 통해 증오와 폭력 체제를 뿌리부터 뒤흔들었습니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우아한 패배를 거부합니다. 강자와 힘으로 승리를 이루고자 합니다. 패배를 모릅니다.

지난 달 한국교회는 '차별금지법'을 무산시켰습니다. 저 역시 동성애에 대한 입장은 성경이 기록한 관점과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차별금지법을 무산시킨 한국교회는 '힘센 자'였습니다. "표로 심판하겠다"는 윽박앞에 국회의원들도 무릎을 꿇었습니다.

지극히 약한 자와 가난한 자가 되어야 하지만 강자가 되어 군림하는 세력이 되어버렸습니다. 교회는 엄청난 힘을 가진 세력이 되었고, 수천 억 원짜리 예배당(솔직히 저는 이를 예배당으로 부르고 싶지 않습니다)을 지으면서 법을 어깁니다. 그래도 당당합니다. 하나님이 그렇게 경고했던 '맘몬숭배'를 하고 있습니다. 맘몬숭배는 이제 교회를 대기업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미국 상원 의원을 지낸 리처드 헬버슨은 교회사를 이렇게 진단했습니다.

?"처음에 교회는 살아계신 그리스도를 중심에 둔 사람들의 교제 모임이었다. 그러나 그 후 교회는 그리스로 이동하여 철학이 되고, 로마로 옮겨가서는 제도가 되었다. 그 다음에 유럽으로 넘어가서 문화가 되었다. 마침내 미국으로 왔을 때, 교회는 기업이 되었다."(155쪽)

헬버슨은 미국에서는 기업이 되었다고 했지만 저는 한국으로 왔을 때는 대기업이 되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런 주장이 전혀 설득력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1년 예산이 수십억 원, 수백억 원이 넘는 교회가 많습니다. 수십억 원을 횡령해 감옥 가는 목사가 있고, 탈세를 하는 목사도 있습니다. 목사가 수십억 원을 횡령할 정도라면 그 교회는 중소기업 수익보다 헌금이 많이 들어온다는 말입니다. 물론 대부분 교회는 그렇지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목사인 저를 비롯한 대부분 목사들과 교인들이 지위·돈·명예·권력을 추구합니다. 교회성장에 목을 매는 이유입니다. < 메가처치 논박 > (정연사 펴냄)을 지은 신광은 목사는 대형교회 지현상(메가처치 현상)을 "한국교회 병적 징후"라고 경고합니다.

메가처치 현상이란 약 1% 정도 메가처치뿐만 아니라 나머지 99%의 비메가처치도 메가처치를 지향함으로써 생겨나는 거대한 종교적·사회적 역동을 말한다, 메가처치 현상은 현대 한국교회의 가장 큰 오류다. 이것은 한국교회가 뭔가 중대한 질병에 걸렸음을 알려주는 병적 징후다.(229쪽)

문제는 한국교회가 이를 병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한국교회 미래가 암울한 이유입니다. 당연히 '없는 자'들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그런 존재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지극히 가난한 자로 오신 예수가 교회에 발을 내딛지 못하는 이유이고, 그런 교회는 생명이 없습니다.

'메가처치' 중병에 걸린 한국교회... 환경파괴 찬성

한국교회는 대통령 선거 때 개신교 신자와 장로가 출마하면 적극 지지합니다. 김영삼-이명박 장로를 대통령으로 만들었습니다. 자부심이 대단했습니다. 그리고 추진하는 정책을 적극 지지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이명박 전 대통령 가장 큰 업적인 '4대강 사업'입니다. 한기총은 지난 2010년 5월 25일 "성경에서는 자연환경을 잘 보전하고 지키면 사람들에게 복을 준다고 나와 있다"며 4대강 사업 지지했습니다.

특히 이들은 4대강 사업을 비판해온 천주교, 불교, 원불교, 일부 기독교계 등 타종교 주장을 "반대를 확산시키는 사람들은 지극히 일부"라고 깎아내렸습니다. 올초 박사학위 논문 표절 논란에 휩싸였던 오정현 목사(사랑의교회)는 "대운하가 이뤄지면 강원도 골짜기까지 소통이 된다"는 글을 한 신문에 기고했습니다.

물론 4대강에 반대한 목사들도 많습니다. 저 역시 반대했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 오마이뉴스 > 에 현장 취재를 통해 4대강 사업이 살리기가 아니라 죽이기 사업임을 생생하게 전한 최병성 목사는 한국교회가 '생태적 회심'을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스라엘 들과 광야를 거닐며 하나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 이야기들을 우리에게 전해주었던 예수처럼, 이제 한국교회의 생태적 회심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아름다운 생명들을 앎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411쪽)

'생태적 회심은 조금 낯선 개념이지만 교회는 이제 예수님처럼 작은 생명 하나도 허투로 보면 안 됩니다. 하나님 눈으로 바라 볼 때, 장로가 4대강사업을 통해 환경을 파괴하는 일은 반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과연 한국교회는 희망이 있을까요? 스무 명이 쓴 < 한국교회, 개혁의 길을 묻다 > 는 희망의 씨앗을 심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메가처치를 포기할 마음도, 맘몬 숭배도, 생태적 회심도, 우아한 패배도 바라지 않기 때문입니다. 참 통탄할 일입니다.

덧붙이는 글 |

< 한국교회 개혁의 길을 묻다 > 강영안 외 19명 씀, 새물결플러스 펴냄, 2013년 4월, 434쪽,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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