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사색]폭력이란 무엇인가

강성민 | 글항아리 대표 입력 2013. 4. 3. 22:21 수정 2013. 4. 3.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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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력이란 무엇인가 | 슬라보예 지젝·난장이

"2005년 10월 초, 아프리카 이민들이 계속해서 아프리카 모로코 리프 해안의 스페인령 소도시 멜리야로 필사적 잠입을 시도하자, 이들의 유입을 어떻게 막을까 궁리하던 스페인 경찰은 스페인 영토와 모로코 사이에 장벽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표명했다. 이 방벽의 이미지, 전기 시설로 빈틈없이 무장한 복잡한 구조물의 이미지는 베를린 장벽과 섬뜩하리만치 닮았다. 다만 그 기능이 정반대일 뿐이다. 이 벽의 목적은 사람들이 나가지 못하게 하는 게 아니라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이런 분리 조치를 강행해야만 했던 스페인의 호세 사파테로 정부가 당시 유럽에서 가장 반인종주의적이고 관용적이라 평가받던 정권이었다는 점에서 이는 매우 잔인한 역설이라 할 수 있다. 유럽의 국가들은 대부분 이와 같은 분리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국경을 열고 이민자를 받아들이자고 설교하는 다문화주의적인 '관용적' 접근방식의 한계를 드러내는 뚜렷한 징표다. 국경을 연다면 가장 먼저 들고일어날 것은 현지의 노동계급일 것이다. 그러므로 '벽을 무너뜨리고 그들을 모두 들여보내라'는 유약한 자유주의 '급진 세력'의 손쉽고 공허한 주장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점이 명백해진다. 진정하고 유일한 해결책은 진정한 장벽을 무너뜨리는 것, 이민 관리국의 벽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벽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사람들이 더 이상 자기가 속한 세계에서 필사적으로 탈출할 필요가 없도록,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이 해결책이다."

△ 현대 사회에는 직접적 폭력도 많지만, 간접적 폭력도 많다. 눈에 보이는 폭력은 조심하면서 얼마든지 피할 수 있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은 네트워크처럼 우리를 옥죄는 객관적 구조 속에서 매일매일 발생하기 때문에 피하기 어렵다.

더욱 어려운 것은 그것이 대부분 역설의 구조라는 것이다. 그 감춰진 역설을 모르고 시스템의 거짓 합리화에 생각 없이 몸을 담근 채 살아간다면 결국 내 몸과 정신에 독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 강성민 | 글항아리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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