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고 싶다면 '얕고 넓은' 인맥 만들어라

김범수기자 2012. 11. 16.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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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 효과리처드 코치 등 지음·박세연 옮김흐름출판 발행·424쪽·1만6,800원

2000년에 프랑스 학자들이 1,000명에게 약간의 금액 차이를 두고 돈을 준 뒤 그 돈을 불릴 수 있는 시뮬레이션 게임 기술을 똑같이 알려주는 실험을 했다. 부를 쌓는데 개인적인 능력 차이가 없도록 한 것이지만, 일정한 기간이 지난 뒤 피험자들은 20%의 사람들이 80%의 부를 보유한다는 '파레토 법칙'에 따라 부의 편중이 일어났다.

도대체 왜 어떤 사람들은 성공하고 어떤 사람은 실패하는 걸까. 개인의 능력과 노력이 중대 변수가 아니라면 무엇이 성공을 결정하는 걸까.

<80/20 법칙>의 저자인 미국의 경영 컨설턴트 리처드 코치 등이 쓴 <낯선 사람 효과>(원제 'Superconnect')는 그 비결을 '본능적으로' 네트워크를 잘 이해하고 그것을 활용하는 능력에서 찾는다.

네트워크에서 중요한 것은 연결이 많은 것보다도 올바르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라며 저자들은 그래서 중요한 것이 '약한 연결'이라고 말한다. 미국 사회학자 마크 그라노베터가 1970년대 초반에 지적한 대로, 지인들과의 '약한 연결'은 단지 피상적인 관계가 아니라 각각의 밀집된 덩어리(강한 관계)를 연결시켜주는 중요한 다리 역할을 한다. 약한 관계가 부족한 사람은 자신과 멀리 떨어져 있는 그룹에서는 정보를 거의 얻지 못하고 오직 가족이나 친구들로부터 얻는 지엽적이고 개인적인 정보만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우리 주변에는 다른 사람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사회적인 움직임을 이끌어내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다고 말한다. 풍부한 사회적 연결을 기반으로 가치 있는 유용한 정보에 쉽고 빠르게 접근하는 그들은 '슈퍼커넥터'이며, 그들이야말로 현대사회의 '진정한 엘리트'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슈퍼커넥터는 엄청난 인맥을 가진 유명인이 아니다. 많은 사람을 알고 있어야 하지만 좋은 첫 인상으로 친근감을 주고 아무 대가 없이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외향적이고 카리스마 넘치고 매력적이기보다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평범한 스타일이다.

'약한 연결'을 잘 이해한다면 가난에서 벗어나는 데도 유용할 지도 모른다. 가난한 사람들은 대체로 돈을 버는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인ㆍ외부인과의 약한 연결로부터 소외되어 있다. 그래서 가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자본, 외부 기업들로 이어진 약한 연결을 공동체 속으로 풍부하게 주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저자들은 책에서 약한 연결의 유용함을 이야기하기 위해 자신들을 포함해 기업을 사고 파는 사업 과정에서 성공한 사례를 잔뜩 늘어 놓는다. 그러면서 찰리 채플린이 '모던타임스'에서 그렸던 초기 산업사회와 달리 '우리에게는 자신의 의지대로 허브(연결망)를 옮기거나 또는 자신이 추구하는 새로운 허브를 만들 수 있는 권리도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의 장점이자 맹점이 바로 이 대목이다. '어떤 종류의 허브가 자신에게 잘 어울리고, 어떤 형태의 허브에 자신이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도전과 실패의 과정을 거치면서 깨달아가야 한다' '어쩔 수 없는 외부상황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자발적으로 한 허브에서 다른 허브로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저자들의 주장은, 그들에게는 가능했을지 모르겠으나 대단한 열정과 노력, 지혜와 의지를 갖지 못한 다수의 사람들에게는 가능해 보이지만 실은 불가능한 일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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