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로 간 쌤앤파커스 "귀신보다 세금이 더 무서워"

2012. 8. 23.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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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요즘 출판계에서는 쌤앤파커스의 이사가 화제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로 대박을 낸 쌤앤파커스는 지난달 경기 파주시 교하읍 문발리 파주출판도시로 사무실을 옮겼다.

문제는 쌤앤파커스가 임차해 새로 둥지를 튼 곳이 '귀신이 나온다'고 소문난 건물이라는 것. 출판단지에서는 이 건물 근무자 중 '야근하다 귀신을 본 사람이 있다'는 괴소문이 돌았다. 신원에이전시가 2007년 서울 마포구 서교동으로 사무실을 옮길 때도 '귀신이 무서워 이사하는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쌤앤파커스가 이 같은 괴담에도 불구하고 사무실 이전을 전격 결정한 이유는 세금 때문이다. 2014년까지 파주출판도시로 본사를 이전하는 출판사는 6년간 법인세를 100% 면제받을 수 있게 됐다. 지난해 말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밖으로 이전하는 기업에 대한 조세특례제한법 적용 기간이 연장된 덕분이다. '아프니까…'를 180만 부, '멈추면…'을 100만 부 가까이 판매한 쌤앤파커스의 경우 법인세 혜택이 상당한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귀신보다 무서운 게 세금인 셈이다.

쌤앤파커스 말고도 법인세 혜택과 비용 절감으로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 본사를 파주출판단지로 이전하는 출판사가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직원 수가 500명이 넘는 교보문고는 설립 32년 만인 6월 초 본사를 광화문에서 출판단지로 이전했다. 광화문 사옥은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임대했다. 다산북스도 서울 홍익대 앞 사옥을 임대하고 파주에 입성했다.

그렇다면 귀신 얘기는 어떻게 된 걸까. 결론적으로 귀신을 직접 봤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출판단지 관계자는 "인근에 있는 심학산이 6·25전쟁 당시 격전지였고 파주출판도시가 상업시설이 들어설 수 없는 국가산업단지여서 밤만 되면 도시가 텅 비어 괴소문이 도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배정아 신원에이전시 상무도 "저작권 전문 에이전시여서 교통이 편리한 곳이 좋고, 책을 펴내지 않아 법인세 혜택이 없어 서울로 옮긴 것"이라며 "4년 동안 근무하면서 야근을 수없이 했어도 귀신을 봤다는 직원은 없었다. 신문에 꼭 좀 써 달라"며 웃었다.

이환구 파주출판단지 협동조합 상무는 "파주출판도시가 아직 빈 공간이 많아 이런 소문이 난 것 같다. 최근 롯데쇼핑 파주아울렛이 개장하고 2015년까지 영상단지를 포함한 2차 입주가 마무리되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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