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시대가 오니 독자들도 '혼자'에 빠졌다

김슬기 2015. 9. 23.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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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는 시간의 힘''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등 인기 30대 여성이 주독자층..나홀로 인생에 대한 메시지 담아
“누가 가장 좋은 동료가 되어줄 수 있을까. 내가 나의 동료가 되어주어야 한다. 특히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세상에 자기편이 하나도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럴 때에도 ‘나만은 내편’이라는 생각을 잃지 않도록 훈련해야 한다.”

일본 메이지대 사이토 다카시 교수는 서른 살이 넘도록 변변한 직업이 없었다. 그는 재수 생활을 시작한 열여덟 살부터 첫 직장을 얻은 서른두 살까지 철저히 혼자 시간을 보내면서 묵묵히 내공을 쌓았다고 말한다. 혼자만의 시간의 힘을 통해 지금의 자신의 완성됐다면서 그는 저서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을 통해 고독의 시간을 긍정한다.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하는 이 책은 7월말 출간돼 두달만에 6만부가 팔리는 인기를 얻고 있다. 예스24와 교보문고에서 나란히 9월 4주차 종합 베스트 2위, 자기계발분야 주간베스트 1위를 질주 중이다.

1인 가구 시대가 활짝 열리면서, 책들도 ‘혼자’에 빠졌다. 다카시의 책과 나란히 ‘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도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올라있다. 이밖에도 최근들어 ‘혼자 하는 다이어트’, ‘혼자 사는 즐거움’, ‘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 등의 책들이 인문서·자기계발서는 물론 실용서까지도 ‘혼자’라는 단어를 키워드로 독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의 원제는 ‘고독의 힘’이었다. 다카시는 ‘내가 공부하는 이유’‘잡담은 능력이다’ 등을 10만여부 판 최근 국내 서점가에 가장 인기있는 자기계발서 저자. 그럼에도 출판사 위즈덤하우스는 고민 끝에 책의 제목을 바꿨다. 외로움이나 고독을 다룬 책은 부정적인 뉘앙스가 있다는 고민 때문이었다. 기획단계에선 자기계발서 주독자인 40대 남성을 타겟으로 삼았지만, 실제로는 30대 여성이 가장 많이 구입하고 있다. 위즈덤하우스의 이경희 편집자는 “1인 가구를 위한 시장은 예전부터 준비되어 있었고, 홀로 보내는 시간에 대해 긍정적 이야기를 해주는 책을 독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오스트리아의 기자 출신 여행작가인 카트린 지타의 ‘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도 교보문고 주간베스트 4위를 달리며 선전하고 있다. 출간 2달 동안 판매량은 약 2만5000부. 이 책 역시 주독자층은 30대이며, 여성의 판매율이 남성보다 2배 정도 높다.

카트린 지타는 10여년의 직장생활 끝에 일중독, 관계단절, 이혼 등을 겪으며 서른일곱에 인생 최대의 슬럼프에 빠졌다. 그러다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 나홀로 떠났고, 50개국을 여행한 끝에 알게된 건 삶과 사랑, 일의 의미였다. 걷는나무 출판사의 주정림 편집자는 “여행을 떠날 사람이 아니라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더 많이 공감을 하는 책인 것 같다. ‘나홀로 여행’이라는 메세지가 들어간 제목의 힘이 역시 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근 출판계에 ‘혼자’라는 단어는 인기 키워드가 됐다. 올들어 나온 책만도 심리학자 오카다 다카시의 ‘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 ‘혼자 가서 미안해’, ‘남자 혼자 라틴’ 등 10여종에 육박한다. 철저하게 타겟을 설정하고 기획되는 실용서도 ‘혼자 하는 다이어트’ , ‘혼자라도 좋은 감성여행 퐁당, 동유럽’ 등의 책이 출간돼 1인 가구를 공략하고 있는 것이 새로운 특징이다.

1인 가구를 위한 책은 지난 2~3년간 꾸준히 나왔지만, 최근 들어 인기가 뜨거운 것은 SNS 중독사회와 사회적 관계에 대한 누적된 피로도에서 비롯된다는 분석도 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사회적인 성공보다, ‘나홀로 잘 살기’에 대한 욕구가 더 커지고 있는게 한국 사회의 새로운 경향이다. 튼튼한 내면을 가지고 나만의 고유한 삶의 스타일을 갖겠다는 사회적 태도가 출판계에도 ‘1인분 사회’를 공략하는 책들의 인기로 드러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슬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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