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치미'의 다섯 색깔 공연(주인공 한 명에 엄기준·김정훈·박광현·규현·키 캐스팅)… 넘치고, 모자라고

조선일보

주인공 하나에 배우 5명, 유례없는 주 12회 공연,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 규현 ·키· 써니 ·다나)의 대거 출연으로 화제를 뿌린 뮤지컬 '캐치미 이프 유 캔'(연출 왕용범·이하 캐치미)이 지난달 28일 개막했다. '캐치미'는 1960년대 비행사로, 의사로, 변호사로 신분을 속이며 미국 을 농락한 실재 인물의 이야기. 지난해 브로드웨이 공연에서는 형사 칼 핸래티 역의 노르베르트 리오 버츠가 토니상 남우주연상을 받을 정도로 형사 역에 비중이 실렸다. 하지만 국내 공연에서는 주인공 프랭크에게 쇼의 재미를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누구의 공연을 보느냐에 따라 만족도가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다 봤다. 28일 엄기준 을 시작으로 김정훈·박광현·규현을 거쳐, 1일 오후 7시 키의 첫 공연까지 뜯어본다.

◇전체 평

'캐치미'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한 동명 영화(2002)의 기본 틀을 충실히 따라간다. 하지만 속고 속이는 절묘한 추격 드라마를 기대한다면 실망하게 된다. 아버지의 인정과 어머니의 사랑을 갈구하던 프랭크의 모습은 사라지고, 찧고 까부는 철부지로 나온다. 브로드웨이 쇼 뮤지컬의 화려함과 생생함을 구현하기에는 무대가 휑하다.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형사 역에 더블 캐스팅된 김법래다. 그가 앙상블과 함께 부르는 '법은 지키라고 있는 거야(Don't break the rules)'은 쇼 뮤지컬의 즐거움이 무엇인지 증명한다.

뮤지컬 배우로 가장 큰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써니였다. 프랭크의 연인 간호사 브렌다 역을 맡아 과장된 애교와 호들갑스러운 연기를 잘 소화했다. 일부 동선 처리는 미숙하지만, 역할에 대한 해석을 넣을 줄 안다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엄기준―군계일학(群鷄一鶴)

배우 데뷔 17년차의 내공이 헛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능청스럽고 천연덕스러운 프랭크를 설득력 있게 묘사한다. 다른 배우가 할 때는 웃음이 터지지 않는 부분도 그가 하면 웃긴다. 거짓말로 상황을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재미를 살린다. 춤출 때 좀 더 살신성인하는 자세가 아쉽다.

◇김정훈―첩첩산중(疊疊山中)

그가 등장하면 1000석 대극장 무대가 허허벌판이 된다. 표정이 딱 두 가지다. 미소 지으며 노래 부르는 얼굴과, 대사하는 상대 배우를 밋밋하게 바라보는 얼굴뿐이다. 대부분의 대사가 극에 착착 달라붙지 못하고 힘없이 미끄러진다. TV연기와 달리 온몸으로 적극적인 표현을 해야 하건만, 무대를 장악하지 못해 쭈뼛쭈뼛 소심하다.

◇박광현―후생가외(後生可畏)

뮤지컬 데뷔작인데도 상당히 감이 빠르다. 여유 있고 적극적인 리액션으로 프랭크 역에 생기를 입힌다. 몸을 사리지 않고 무대를 즐기며, 노래 안에 연기의 흥을 불어넣는다.

◇규현―괄목상대(刮目相對)

데뷔작 '삼총사' 이후 진일보했다. 하지만 아직도 일부 장면에서는 선생님의 지시를 기다리는 학생처럼 가만히 서 있다. 그의 무대는 아이돌 뮤지컬의 가능성과 과제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그가 등장하면 캐릭터는 실종되고 '슈퍼주니어의 규현'만이 존재한다. 마지막 곡 '굿바이(Goodbye)'를 부를 때는 '캐치미'를 보는 게 아니라 '규현 콘서트' 현장에 와 있는 것 같다. 팬이야 그래서 즐겁겠지만, 작품 감상이 주목적인 관객에겐 난감하다.

◇키―난형난제(難兄難第)

규현의 뒤를 이어 뮤지컬에 데뷔한 키는 수만 관객 앞에서 춤추고 노래해본 아이돌이 뮤지컬의 자산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무대에 두려움이 없고 내내 발랄하다. 하지만 성량이 달리고, 곡 안에 감정을 싣지 못한다. 수시로 머리카락을 만지는 평소 버릇이 튀어나오는 것도 캐릭터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미숙함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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