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빈' 정동화 "나비 같은 삶, 어느 순간 날 수 있겠죠?" (인터뷰)

박진영 2012. 1. 30.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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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 박진영 기자] 뮤지컬 '김종욱 찾기' 연습 후 대학로 한 카페에서 만난 정동화(28)를 보자마자 파마머리에 눈길이 갔다. 자연스럽게 헤어스타일에 대한 이야기가 터져 나왔고,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 '김종욱 찾기' 공연 때만 머리를 펼 것 같아요.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스태프들과 회의를 해서 머리를 이렇게 하기로 한 건데, 제 마음대로 할 수는 없으니까요."

정동화의 설명대로라면 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연습 당시 파마 머리였고, 그걸 본 신춘수 연출이 좋다고 해서 결정이 된 헤어스타일이라는 것.

신 연출이 평소 생각해왔던 앨빈의 이미지가 바로 외국 아이들이 자주 하는 베이비 펌이었고, 그것을 시도할 배우가 필요했다고 한다. 파마머리에 헤어 롤을 달고, 엄마 목욕가운을 입은 앨빈이 눈앞에 떠올라 웃음이 났다. 어쩌면 탁월한 선택이었을지도.

◆ 토마스의 엄마 그리고 가족 같은 앨빈

현재 정동화는 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이하 '스토리')에서 이석준, 이창용과 함께 앨빈 역을 맡아 공연 중이다. 2월 말부터는 뮤지컬 '김종욱 찾기' 무대에도 오르게 된다. 이석준, 이창용의 공연 횟수가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처음 계약 때부터 일주일에 2회만 '스토리' 무대에 서기로 했었다고. 그렇기 때문에 '김종욱 찾기' 병행이 힘들거나 어렵지 않다는 설명이다.

앨빈과 토마스가 등장하는 2인극 '스토리'는 2010년 초연 당시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과 작품성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재공연의 막이 오른 뒤 초연 멤버였던 이석준 이창용 외 새로운 멤버 고영빈, 카이, 조강현, 정동화까지 많은 사랑을 받으며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는 작품이다. 정동화는 이번 공연에서 유일한 New 앨빈으로 참여하게 됐다. 이에 대한 부담감이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정동화는 고개를 내저었다.

"저는 제 약점과 장점을 잘 알고 있어요. 또 지금까지 더블을 많이 해봐서 개개인적으로 비교하고, 대결구도를 가지는 것이 안 좋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작품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가자고 생각하는 순간부터는 부담이 잘 안 되더라고요. 아마, 작품에 안 어울린다는 말만 듣지 말아야지 했던 것 같아요. 제가 창용이나 석준이 형보다 잘 한다는 말을 어떻게 듣겠어요. 그냥 자신과의 싸움인 것 같아요. (웃음)"

그렇다면 정동화가 해석한 앨빈은 어떤 인물일까. 그는 "앨빈은 환상의 인물이기 때문에 현대인의 자화상인 토마스와 질감적으로 차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앨빈은 현대인의 엄마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토마스에게 엄마일 수 있고, 애인으로 나타날 수도 있죠. 만약 토마스에게 아이가 있다면 아이의 모습일 수도 있고. 가족들을 모두 다 대변하고 포괄하는 인물인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앨빈의 꿈 또한 엄마들처럼 내 아이가 잘 자라고, 아이와 함께 소소하게 밥 먹고 차 마시고 하는 것과 같을 거라고 생각해요. 토마스와 함께 이런 삶의 소소함을 공유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어요."라고 덧붙였다.

연극 '트루웨스트'를 통해 맛 본 2인극, 3인극의 매력은 정동화에게 '스토리'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특히나 초연 당시 평이 좋았던 작품이니 재고 따질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연습할 당시에는 이미 만들어져 있는 작품과 캐릭터에 맞춰야 한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없었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연습 때 너무 힘들어서 강현이랑 정말 많이 친해졌어요. 밤새 고민해서 말하고 시도한 것들이 커트 당했고, 강현이 또한 시도를 많이 하는 편이거든요. 분명 초연과 재공연을 거쳐서 만들어 놓은 결과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만의 레시피가 아닌 알려진 요리법대로 만들어서 급하게 먹는 느낌이었어요. 연습 땐 정말 반신반의 했었거든요. 하지만 첫 공연을 올리고, 관객들을 만나다보니 만족도가 많이 상승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본 공연에 들어가면서 하나하나 수정된 부분도 많아졌다. 티격태격하면서 몸이 직접적으로 닿았던 부분을 많이 줄였다. 이는 집중해야 하는 부분에서 개구쟁이 같은 느낌 때문에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반영한 결과였다. 그리고 공연하면서 조금씩 더 깊게 생각하게 되고 표현하게 된다고도 말했다.

"전 참 관객들이 신기해요. 저는 처음 대본을 보고, 사건의 흐름은 알았지만 미묘한 감정선은 정확히 몰랐거든요. 그런데 여자 관객들은 그런 감정선을 잘 흡수하시고 느끼고 표현하시는 것이 신기해요. 역시 여자의 감성은 남자의 감성과는 차원이 다른 것 같아요. 여자분들은 본능적으로 아시니까."

정동화는 '스토리'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 세 번째 '하나님의 위대한 도서관'을 꼽았다. 이유인 즉 음악적 장치로 인해 호흡이 짤리는 경우가 많은데, 유일하게 감정을 쭉 끌어가기 때문이라고. "사실 저는 그 장면에서 정말 화가 났어요. 그래서 감정적으로 연기하는 편이거든요. 연출부에서는 '앨빈 중에서 가장 감정적이다. 다른 앨빈은 다 너그럽게 받아준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아무리 앨빈이라도 '네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라고 할 것 같거든요. 그 장면이 제 심장을 움직이는 장면이라서 연기 할 때 울림도 있죠." 그리고 토마스와 함께 부르는 '눈 속의 천사들'을 가장 좋아하는 넘버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상대역인 조강현에 대해 "저랑 성향이 비슷하고, 또 같은 AB형이라 잘 맞아요."라고 말하더니 2007년도에 '레미제라블' 오디션을 함께 봤던 기억을 꺼내 놨다.

"강현이에게 들은 얘기인데, 최종오디션을 본 뒤에 저랑 강현이랑 같이 지하철을 탔대요. 그 때 제가 '미스터 마우스'란 공연을 할 때였는데 그걸 봤다고 말하고는, 같이 공연을 했으면 좋겠단 얘길 한 뒤에 헤어졌대요. 그런 뒤에 강현이가 제가 하고 있던 '젊음의 행진'을 보러 왔다고 하더라고요. 이번에 만났을 때 이 애기를 하면서 그 때 춤을 정말 잘 추더라고 말하더라고요. 전 기억이 안 나는데, 신기했어요. 연습을 하면 할수록 많이 비슷해져 가는 것 같아요."

정동화는 다른 '스토리' 배우들과는 달리 크로스 공연을 하지 않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크로스를 하고 싶지 않느냐고 물으니 곧바로 "하고 싶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 또한 하고 싶은 마음에 물어봤지만 연출부에서는 "안 될 것 같다"고 했다는 것.

"연습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대요. 개인적으로 맞춰서 하면 될 것 같은데, 색깔이 달라서 그런지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더라고요. 그렇게 되면 모두에게 소모적이잖아요. 그래서 저만 끝까지 크로스가 없어요. 창용이와 강현이는 원래 친구기 때문에, 친구끼리 공연하는 걸 보고 싶으셨나 봐요. 강현이를 두고 창용이랑 저랑 공연하는 건 처음부터 얘기가 있었다고 들었어요."

최근 대놓고 가사를 두 번이나 틀려서 음악팀에게 혼이 났었다던 정동화는 "공연이 한 주에 두 번 밖에 없어서, 공연 들어가기 전에 거의 혼자 런을 돌다시피 하는데도 반복적인 멜로디에 가사만 바뀌다보니 가사 실수를 하게 돼요. 그 순간 '아차' 하면서 변희석 음악감독님 얼굴이 딱 떠올랐어요."라며 무척이나 속상해했다. 대사나 가사 실수 많기로 유명한 '스토리'에 이 정도는 애교 수준일지도 모르지만, 무대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배우로서 이런 실수를 하게 됐을 때의 아찔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는 크기의 것이지 않을까.

그리고 그는 마치 눈싸움에서 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아 시크하게 자신을 쳐다보던 나비석의 관객을 떠올리며 웃음 지었다. 또 자신이 애드리브를 하면 날라리 같은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일부러 애드리브를 하지 않는다고 말해 큰 웃음을 선사했다. "창용이 같이 생긴 애가 그런 애드리브를 해야 귀엽게 생각하지, 저는 안돼요. 전 다 알고 있어요.(웃음)"

◆ 나비가 되고 싶은, 9년차 뮤지컬 배우

정동화는 2004년 뮤지컬 '마리아마리아'로 데뷔해 벌써 뮤지컬 배우 9년차에 접어들었다. 강원도 춘천 생이지만 고 1때 서울에 올라와 뮤지컬이 재미있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에 연영과에 들어가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고 2 때부터 대학로에서 그룹 연기 레슨을 받았고, 다행히 명지대 연극영화과에 들어가게 됐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과는 다른 학교생활에 실망하고는 1학기 마친 뒤 바로 휴학을 했다.

"몇 달 뒤에 '마리아마리아' 오디션을 봤는데, 된 거에요. 제가 20살 때였는데, 준비도 많이 해갔었어요. 그런데다가 어린 애가 하겠다고 오니까 마음에 드셨었나봐요. 그 때 진짜 신났었죠. 모두들 저한테 '너는 어려서 시작해서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제가 작년에 '스프링 어웨이크닝'하면서 이해했어요. '스프링 어웨이크닝' 때 21살, 22살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후배들에 대한 사랑도 많이 생기고, 귀엽더라고요."

배시시 웃으며 '스프링 어웨이크닝'에 대해 얘기하는 그의 얼굴과 눈빛에서 진심이 묻어났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고, 다시 하고 싶은 작품으로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꼽고, 똑같이 모리츠를 맡고 싶다고 했다.

"111회 중에서 못했다고 생각하는 공연이 딱 두 번 있어요. 첫 공연 다음 날인 토요일 1, 2회 공연이에요. 그 때 빼고는 후회되는 공연이 없을 정도로 매회 최선을 다했어요. 그 때 제 몸이 종합병원이었어요. 힘 많이 주고, 또 세게 해서 허리와 목이 엄청 아팠어요. 그래서 매일 병원을 다녔는데도, 행복했고 좋았어요."

그렇기에 그는 앞으로 하고 싶은 작품도 쉽사리 꼽지 못했다. 모리츠처럼 충격을 줬던 배역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물론 '레미제라블'의 마리우스 같은 역할은 꿈처럼 남아있는 배역이지만, 역시 몸과 마음이 기억하고 있는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넘어설 수는 없는 듯 했다.

"아직 제가 '지킬앤하이드'를 안 해서 모르겠어요. (웃음) 그리고 관객들은 어쩔지 모르겠지만 저는 토하기 직전까지, 치열하게 했었거든요. 1막 끝나고 나서는 힘들어서 말도 안 했어요. 그래서인지 그 때 생각이 아직 많이 남아 있고, 그렇기에 감히 어떤 작품을 하고 싶다는 말을 못 하겠어요."

그런 그가 '스토리'와 함께 병행할 작품으로 '김종욱 찾기'를 선택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김종욱 찾기'는 멋진 배우들이 많이 거쳐 온 작품이라 잘해야 본전이라는 생각이 들긴 해요. 그렇기 때문에 다르고, 새롭다는 말도 들어보고 싶다는 도전정신도 있고, 스마트한 김종욱이라는 바이블도 깨보고 싶어요. 보셨던 관객들에게 새롭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이 저의 목표에요."

이번 '김종욱 찾기'에는 정동화 외에도 '스프링 어웨이크닝'에서 멜키어 역을 했던 윤현민도 함께 한다. 이에 대해 정동화는 "반가웠어요. 그 때 멤버가 있다고 하니까 작품 선택할 때 긍정적인 마음이 더 생겼어요."라고 말했다. 여자 배우는 임강희와 소유진이 캐스팅됐다. 하지만 정동화에게도 걱정은 있다. 바로 멋진 김종욱을 연기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는 "최대한 인간적으로 푸는 것이 숙제"라며 다시 한 번 자신의 의지를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정동화는 스스로를 '나비'라고 표현하고는 "나비처럼 살고 싶어요."라는 바람을 전했다. "작품할 때마다 나비가 되는 것 같아요. 힘들어 하다가도 관객들을 만나고 작품에 녹아들었다고 할 때 날 수 있는, 나비 같은 삶을 사는 것 같아요. '김종욱 찾기' 또한 그냥 봤을 때는 쉬운데, 연습하는 지금은 어렵거든요. 하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4월 29일까지 아트원씨어터 1관 공연.

박진영 기자 neat24@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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