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칸〉눈물나는 금미호 선장 피랍일기

2011. 2. 1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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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됐다가 4개월 만에 풀려난 금미 305호 김대근 선장(오른쪽)이 15일 케냐 몸바사항에 도착해 반가운 마음에 거수경례로 환영나온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다가 4개월만에 풀려난 금미305호 김대근(54) 선장의 일기가 화제다.

< 연합뉴스 > 가 입수한 김 선장 일기에는 124일간의 피랍 기간 피눈물나는 인질 생활과 해적질에 강제로 동원됐던 일, 각국 군함들이 여러 차례 접근했다가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 채 돌아간 사례들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탈출 기회 노렸지만 허사

=배에 대게(crab) 마취용 수면제가 1000알 정도 있어 해적들이 차를 마실 때 수면제 탄 물을 마시도록 주방장에게 당부했지만 잘못하다간 우리 모두 죽는다고 울면서 사정을 했다. (10월12일)

내가 자는 방에 12파운드짜리 아령 2개가 있다. 잠자는 해적 한 명만 쥐도 새도 모르게 박살내고 권총을 뺏으면 한 명씩 차례로 처치하는 시나리오를 수십번도 더 세웠지만 기회가 오지 않는다. (10월 29일)

△용의주도한 해적

=43명을 죽여도 1달러도 나올 데가 없다고 호소했지만 막무가내다. 해적은 인터넷 들어가서 '305 Golden Wave(금미호)' 치면 한국 선원 2명이 중요하고 한국 정부에서도 인사관리 잘하라고 하니 돈 받는 데는 지장없다며 끝까지 우긴다. 과연 한국 정부가 국민의 재산을, 그것도 해적테러에 어떻게 국민의 생명을 지켜줄지 의문이다. (11월 3일)

△재벌 부럽지 않은 해적=상선 1척 잡으면 기본이 600만달러라고 하니 그 돈으로 케냐, 동남아, 유럽 등지에 부동산을 사고 주식도 사고 재벌보다 더 잘살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케냐 선원들한테 한달 급료가 얼마냐고 묻기에 150달러 정도 된다니까 웃으면서 뭐하러 배 타느냐 해적 한번 하면 너희 평생 버는 것을 한번에 해결한다 하며 당직 서는 조타수에게 원서 내라고 한. 기가 막히다. (10월25일)

△선박이 월척으로 보이는 인도양

=여기 소말리아 하라데레 해적 기지에만 지금 우리 빼고 유조선 인도선적, 이탈리아 일반화물선, 일본 자동차운반선, 어제 잡아온 LPG운반선 등 4척이 잡혀와서 정박 중이다. 이런 해적기지가 소말리아 해역에 여러 군데 있다고 한다. 각 배마다 해적 우두머리도 다 다르다고 한다. (10월 27일)

△군함 접근해도 해적은 휘파람

=군함이 전후방에 각각 한 척씩 따라오며 기동시위를 하고 있다. 그러나 해적들은 인질 방패막이가 있는지라 조금도 걱정 않고 오히려 음악을 틀고 콧노래를 부르며 승리감에 젖어 있다. (10월25일)

(금미호 동원된 첫 해적질에 납치됐던) 요크호의 선장이 UHF 16번 채널을 통해 애절하게 군함을 불러댄다. 그리고는 군함이 30마일 밖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전부 죽이겠다고 총을 겨누고 있으니 민간인 죽이기 싫으면 빨리 철수하라고 애절하게 호소한다. 아마도 해적대장이 옆에서 시키는 것 같다. 결국 군함은 서서히 멀어져갔다. 해적질 한두 번 하는 놈들이 아니니까 모든 것이 프로다. (10월 26일)

△아내에 대한 애틋한 사랑

=오늘 밤이 시월의 마지막 밤, 갑자기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란 노래가 생각나는구려.…시월의 마지막 밤에 당신을 사랑하는 남편이.(10월31일)

내가 진 빚 중에 제일 큰 빚이 당신에게 진 빚일 게요. 이 빚을 다 갚기 전에는 죽어도 죽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절망을 딛고 꼭 성공하여 코스모스보다 더 맑은 청초한 당신의 웃는 얼굴을 보고 싶소. 사랑하오. (1월13일)

< 강석봉 기자 >-ⓒ 스포츠칸 & 경향닷컴(http://sports.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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