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결산]밀레니엄 이후 10년 (1) 가요

박경은 기자 2010. 12. 19.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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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서 음원시대로.. 후크송 댄스·소몰이 발라드 강세

새 밀레니엄 이후 10년이 저물고 있다. 인류 역사상 어느 시대보다 밀도 높은 격변의 시기였던 지난 10년은 문화 분야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와 폭으로 콘텐츠가 쏟아졌고, 다채로운 영역이 새롭게 등장했다. 특히 문화가 본격적으로 산업화하면서 문화산업에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것은 보편적 상식으로 자리잡았다. 이 같은 변화는 대중에게 극한의 즐길거리,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장점도 있지만 쏠림과 양극화도 부산물로 가져왔다. 극도의 혼란 속에서 문화의 생산자는 물론 소비자들도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변화의 물결에 휩쓸리기도 한 시기다. 문화 분야별로 최근 10년의 변화를 살펴본다. 우리 앞에 펼쳐질 또 다른 10년에는 또 어떤 것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소녀시대

디지털 싱글, 벨소리, 컬러링, BGM…. 21세기 들어 새롭게 생겨난 용어들이다. 이들을 통칭하는 단어는 '음원'(sound source). 이 용어는 지난 10년간 대중음악 시장이 전 세기와 비교해 어떻게 변화됐는지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1990년대에는 100만장 이상 팔리는 음반이 수십장씩 쏟아져 나올 정도로 음반산업의 전성기였고 다양한 장르와 실험이 쏟아졌던 대중가요의 황금시대였다. 그렇지만 지난 10년간 음반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하면서 음악 자체의 본질과 정체성은 변질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향신문은 8명의 대중음악 전문가 설문을 통해 지난 10년간의 대중음악 시장의 변화를 짚어봤다.

◇ 음반에서 음원으로 = 음반 전성시대에 발매된 CD는 한장에 10~12곡 정도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에 따라 음반 전체를 관통하는 가수의 음악적 철학과 가치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지만 온라인을 통해 한곡씩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음원시장으로 재편되면서 이 같은 논의는 무의미해졌다. 순간적으로 대중들의 귀를 사로잡을 수 있느냐가 음악의 미덕으로 떠올랐다.

이승철이는 MP3플레이어 등 각종 디지털 기기를 통해 어디서나 가볍고 쉽게 들을 수 있고, 다운로드와 삭제가 자유로워지면서 음악감상 환경이 변한 데서 기인한다. 홈페이지 배경음악, 컬러링, 벨소리, 광고음악, 온라인게임 등이 음원시장을 주로 이끌면서 이 같은 양상은 심화되고 있다. 또 음악 소비방법, 마케팅기법 등의 연쇄적인 변화도 초래하고 있다. 작곡가 김형석은 "주요 음악 사이트에서 1분 듣기라는 방법을 사용하면서 소비자의 귀를 1분 안에 사로잡지 않으면 안된다는 공식이 세워졌다"면서 "예전엔 음반을 통해 음악에 대한 가치를 느낄 수 있었다면 현재는 음악의 가치가 싸구려 액세서리처럼 치부되고 있는 시대"라고 지적했다.

◇ 장르 편중 심화 = 디지털 음악시장의 성장으로 변화된 감상환경은 콘텐츠의 변화를 낳았다. 전문가들은 장르적인 측면에서 최근 10년을 규정할 수 있는 것으로, 후크송 중심의 댄스음악과 '소몰이 창법'의 발라드를 꼽고 있다. 2004년 데뷔한 SG워너비 이후 봇물처럼 쏟아졌던 소몰이 발라드는 호소력있는 감성으로 큰 인기를 끌며 한동안 발라드의 교과서처럼 여겨졌다. 그렇지만 과잉된 감정표현은 다양하고 미묘한 감정선을 강한 슬픔이라는 단선구조로 만들면서 질린다는 평가를 들었고 최근 시들해졌다.

SG워너비반면 아이돌 그룹이 이끌고 있는 댄스음악의 위세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2000년대 초반 H.O.T와 god의 전성기 뒤 잠시 주춤했던 아이돌 그룹은 동방신기의 등장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르네상스를 맞아 오늘에 이르고 있다. 기업형으로 성장한 아이돌 그룹 기획사들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동남아, 중국, 일본 등지에 아이돌 음악 중심의 K-pop도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부 아이돌 그룹과 기획사는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한다. 아이돌 중심의 시장재편은 미디어 환경도 변화시켰다. 주요 TV 쇼프로그램에서 아이돌 그룹이 아닌 가수를 보기 힘들어진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음악평론가 임진모는 "음악장르가 편중되면서 대중음악 다양화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음악가의 개성이 급격히 위축됐다"고 꼬집었다.

◇ 소녀시대, 동방신기, 이승철 = 수많은 가수들이 명멸한 지난 10년 동안 대중들은 어떤 가수를 사랑했을까. 음악평론가, 음악전문 PD, 기획사 및 음반업계 종사자 등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아이돌그룹이 가요계를 장악했다는 이 시기, 최고의 아이돌그룹 3팀을 꼽아달라고 하자 8명의 응답자 중 7명이 소녀시대와 동방신기를 공통적으로 택했다.

동방신기소녀시대에 대해서는 '가장 상업적인 완성도가 높은 걸그룹'(플럭서스뮤직 김병찬 대표), '9명이나 되는 멤버 모두 캐릭터를 확립함으로써 사실상 한국 걸그룹 역사의 완성점을 찍은 그룹'(김작가)이라고 평가했다. 동방신기에 대해서는 '음악적 실력과 화려한 외모로 일본 아이돌과 당당히 맞서 오리콘을 점령했으며, 일본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K-pop의 영역을 개척한 아이돌그룹'(MBC라디오 남태정 PD), '가창력을 전면에 내세워 아이돌그룹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고 한국 아이돌이 해외에서 통하는 수출상품임을 보여준 사례'(음악평론가 강태규)라고 분석했다.

20세기 황금시기를 겪었던 가수들에게 최근 10년은 어느 때보다 어려웠다. 그렇지만 음악적 경륜과 내공을 바탕으로 여전히 변화된 시대에도 트렌드 리더로서의 위용을 잃지 않았던 가수는 누구였을까. 3명씩 뽑아달라는 질문에 응답자 8명 중 4명은 이승철이라고 답했다. 유니버셜레코드 박진 상무는 "80년대에 데뷔한 뒤 지금까지도 통하는 절대 가창력을 가졌을 뿐 아니라 변하는 시대에도 들어맞는 감성으로 많은 히트곡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향후 10년의 활동이 주목될 현재의 가수를 3명씩 꼽아달라는 질문에, 8명의 응답자 중 3명이 지드래곤을 꼽았다.

최고의 아이돌 그룹

1 소녀시대7

동방신기7

3 빅 뱅5

격변의 시기를 가장 잘 헤쳐온 가수

1 이승철 4

2 이적3

3 김동률2

크라잉넛2

향후 가장 주목되는 가수

1 지드래곤3

2 장 기 하2

아 이 유2

소녀시대2

< 순위 그룹명 득표수 순 >

설문에 참여해 주신 분

강태규/음악평론가 고민석/SBS라디오 PD 김병찬/플럭서스뮤직 대표 김작가/음악평론가 김형석/작곡가 남태정/MBC라디오 PD 박진/유니버셜레코드 상무 임진모/음악평론가

< 박경은 기자 king@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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