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서울, 샤갈과의 재회
"진정한 예술은 사랑 안에서 존재한다"고 말하며 평생 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였던 마르크 샤갈(1887~1985)의 전시가 다시 열렸다.
러시아 비테프스크의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난 프랑스 화가 샤갈은 고향에서 얻은 어린 시절의 경험과 환상을 강렬한 색채와 입체적인 공간으로 융합시키며 낭만적이고 독창적인 회화 세계를 발전시킨 예술가로 꼽힌다.
'산책', 1917~8, 캔버스에 유화, 175.2×168.4㎝서울시립미술관은 국립마르크샤갈미술관(프랑스 니스), 국립트레티아코프갤러리(러시아 모스크바), 샤갈재단 등 전 세계 30여개 미술관과 개인이 소장한 샤갈의 작품 160여점을 전시하는 '색채의 마술사 샤갈'전을 열고 있다. 2004년 같은 이름으로 열렸던 전시를 다시 개최하는 것으로, 당시에는 주로 1950년대 이후 샤갈의 말기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했다면 이번 전시는 샤갈의 청년기인 1910~22년 작품, 일명 '러시아 시기'에 초점을 맞췄다.
이 시기의 작품들은 청년 샤갈이 러시아의 토속적인 일상을 배경으로 작품 주제인 사랑을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와 화려한 색채로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손을 잡은 연인 중 한 사람이 하늘을 나는 모습의 '산책'과 사랑하는 두 연인이 함께 하늘을 나는 모습으로 표현한 '도시 위에서', 뉴욕현대미술관에서 빌려온 '비테프스크 위에서' 등이 대표작이다.
2004년 전시 때 4점이 왔던 '유대인 예술극장 장식화'도 전체 8점 중 화재로 소실된 1점을 제외한 7점이 모두 공개됐다. 1920년 샤갈이 모스크바의 유대인 예술극장 내부를 꾸미기 위해 그렸던 그림들로, 이 중 가로 길이가 8m에 이르는 '유대인 예술극장 소개'는 폭 7.7m인 피카소의 '게르니카'와 화면 구성이 비슷해 종종 비교되는 작품이다. 총 160여점의 전시작 중 절반은 삽화, 판화 등 종이 작품이며 2004년 전시 때 소개됐던 작품 중 다시 온 것은 '도시 위에서' 등 10점이다.
전시는 샤갈 작품세계의 주된 내용에 따라 '나와 마을, 러시아 시기 1910~1922' '성서 이야기' '사랑과 연인' '유대인 예술극장 장식화' '서커스' '종이작품' 등 총 6개의 주제로 꾸려졌다.
서준수 커미셔너는 "샤갈의 작품 세계는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가족, 유대인, 인류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고 시대 사조에 영향받지 않은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만들어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내년 3월27일까지. 관람료 성인 1만2000원. (02)724-2900
< 임영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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