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칸〉[이종원의 아메리카브레이크]토크쇼의 제왕 래리킹 시대의 종막

입력 2010. 7. 6. 19:39 수정 2010. 7. 6.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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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쇼의 제왕' 래리 킹이 지난 6월29일 마이크를 내려놓는다고 발표했다.CNN 간판 토크쇼 '래리 킹 라이브'를 첫 방송한 지 무려 25년 만의 일이다.그는 이날 방송에서 "올가을 래리킹 라이브를 그만둔다. 이제는 멜빵끈을 풀 때"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CNN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멜빵바지 입은 래리 킹일 정도로 그는 토크쇼의 대명사였다. 지난 1957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라디오 진행자로 방송생활을 시작한 그는 라디오 토크쇼와 디스크자키로 인기를 얻은 후 1985년 CNN 창립 당시 테드 터너 회장에게 스카우트되면서 '래리 킹 라이브'를 시작했다. 25년간의 방송생활 동안 그는 미국 역대 대통령을 포함해 무려 5만여명을 인터뷰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트레이드마크는 커다란 뿔테 안경, 편안한 멜빵바지, 그리고 커다랗고 오래된 탁상용 마이크라고 할 수 있다(이 마이크는 작동되지 않는 말 그대로 껍데기이며, 실제로는 핀마이크를 사용한다). 25년간 커다랗고 복고풍인 소품만을 고집하는 이유는, 인터뷰하는 사람을 오래된 집에 온 듯한 느낌으로 편하게 만들기 위해서라고 한다.

소품에서 알 수 있듯이 그의 토크쇼는 직설적이지만 마음 편하다. "왜 그랬냐"는 식으로 상대방을 몰아세우는 대신 "세상일이 다 그런 거 아닌가"라고 편하게 대하기 때문에, 빌 클린턴이나 모니카 르윈스키, 오프라 윈프리 등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인물도 다른 방송 대신 '래리 킹 라이브'를 찾았다. 상대방을 닦아세우는 다른 토크쇼 대신 래리 킹에서 자기 주장을 편하고 솔직하게 말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누구와도 적대하지 않고 대립하지 않는 그의 대화법은 젊은 시청자들에게 '심심하고 재미없다'는 이유로 '소프트볼 토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젊은 시청자들에게 외면받은 '래리 킹 라이브'는 최근 극심한 시청률 저하에 시달렸는데, 이것이 종영의 한 가지 이유로 꼽히고 있다.

문제는 이제 '누구와도 적을 만들지 않는' 래리 킹 스타일의 토크쇼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오바마를 1년 365일 24시간 씹어대는 폭스뉴스가 시청률 1위를 차지하고, 루 돕스나 러시 림보 같은 상대방을 깔아뭉개고 비난(민주당과 오바마는 그들의 단골 비난 대상이다)하는 스타일의 극단적 논조의 토크쇼가 인기를 끄는 시대다. 누구와도 적을 만들지 않고 양쪽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듣는 킹의 스타일은 요즘 시청자들이 볼 때 '화끈하지도 재미있지도 않다'는 것이다.

요즘 토크쇼에서 상대방을 무대에 세워놓고 망신주거나 놀려먹은 후 '굴욕의 순간'이랍시고 캐첩을 뿌리는 문화가 대세인 모양인데, 그래야 토크쇼 시청률이 오르는 것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별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비록 시대의 조류에 밀려 퇴장한다고는 하지만, 그래서 래리 킹의 다음과 같은 인터뷰 원칙은 더욱 그립다.

"요즘 토크쇼는 상대방을 병풍이나 샌드백쯤으로 여기는 모양이다. 하지만 토크쇼는 손님이 말하는 자리이고 사회자는 듣는 사람이다. 사회자가 손님을 가르치려 들어서는 절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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