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은 주연이 서너 명' 스타 마케팅이 부른 기형 캐스팅

박주연기자 입력 2009. 12. 6. 17:18 수정 2009. 12. 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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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뮤지컬 시장에 이름값이 높은 스타들이 대거 포진했다. 그러나 스타를 내세운 작품들의 주인공은 대부분 3명(트리플) 또는 4명(쿼드러플)이다. 과열된 스타마케팅의 결과다.

금발이 너무해 < 금발이 너무해 > < 헤어스프레이 > < 진짜진짜 좋아해 > 등의 주인공 역은 3명이, < 모차르트 > < 살인마 잭 > < 헤드윅 > 등은 4명이 번갈아 맡는다.

< 금발이 너무해 > 는 '소녀시대'의 제시카, < 헤어스프레이 > 는 박경림, < 진짜진짜 좋아해 > 는 신애라, < 모차르트 > 는 '동방신기'의 시아준수, < 살인마잭 > 은 엄기준, < 헤드윅 > 은 윤도현이 '얼굴마담' 역을 한다. 그렇지만 이들이 주인공 역으로 나서는 공연은 2~3일에 한 번씩 올라갈 뿐이다.

헤어스프레이이 같은 현상은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 등 뮤지컬 본고장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뮤지컬계의 지적이다.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영미권 시장에서는 장기공연을 하면서 기본적으로 원캐스트로 가되, 그 배우에 문제가 생겼을 때 커버나 언더스터디(제2, 제3의 예비배역)를 기용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진정훈 청강대 뮤지컬학과 교수도 "배우들의 연습도 시간을 3분의 1 또는 4분의 1로 쪼개서 하다 보니 무대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제작자들이 스타마케팅을 선호하는 건 수익 때문이다. 송승환 PMC프로덕션 대표는 "초연작일 경우 티켓파워가 있는 배우 캐스팅이 필수적"이라면서 "스타들의 스케줄을 조정하다보면 트리플 이상의 캐스팅을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실제 스타마케팅의 효과는 최근 < 모차르트 > 에 시아준수를 캐스팅하면서 증명됐다. 시아준수의 2회 출연분 티켓 6000장이 1시간30분 만에 전량 매진된 것이다. < 금발이 너무해 > 도 제시카 출연분이 가장 빠르게 판매됐다.

이 같은 현상은 배우층이 두껍지 않은 뮤지컬 시장에 한꺼번에 너무 많은 작품이 올라가면서 가속화됐다.

김용현 서울뮤지컬컴퍼니 대표는 "단기간에 뮤지컬 시장이 확대되면서 배우 수는 많아졌지만 주역을 맡길 만한 역량 있는 배우층은 몹시 얇다"며 "기본적으로 팬클럽을 가진 배우가 나와야 티켓이 팔리기 때문에 제작자들이 출혈을 감수하면서 그들을 섭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리플, 쿼드러플 캐스팅은 결과적으로 '제살 깎아먹기'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원종원 교수는 "스타마케팅은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볼지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독"이라며 "제작사들이 이익구조를 위해 장기적인 안목에서 작품을 만들고 배우들도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국내에도 6개월 이상의 장기공연시스템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박주연기자 jypark@kyunghyang.com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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