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칸〉요즘 여대생은 아빠가 둘?
ㆍ따르는 男선배 호칭 형·오빠서 '아빠'로 진화
ㆍ"좀더 친밀해졌다vs가족가치 훼손" 찬반팽팽
연세대 대학원에 다니는 이모씨(25)는 '아빠'가 둘이다. '엄마'도 둘이고, '이모'는 부지기수다. 게다가 이씨는 한 '아빠'를 늘 집에서 보지만, 다른 '아빠'는 집에서 볼 수가 없다. 학교에서 보거나 집 밖에서만 만날 수 있다. 두 '엄마'도 마찬가지다. 또 '이모'가 집에 찾아오는 경우는 없다.
속되게 말해 '콩가루 집안'처럼 보이는 이같은 가계도는 요즘 젊은이들이 만들어낸 신풍속도다.
얼마전부터 대학생들 사이에서 새로운 '아빠'가 생겨났다. 자기가 좋아하고 따르는 남자 선배를 '오빠'에서 '형'으로 부르더니 이젠 "아빠'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 '진짜 아빠'처럼 자상하고 믿음이 간다는 얘기다.
이런 '가짜 아빠'로 인해 새로운 가계도가 형성된다. 가짜 아빠의 여자친구는 자연스레 '엄마'가 되고, 그 엄마의 친구들은 '이모'가 되는 식이다. 이들 '신종 부녀지간'이 사랑보다는 믿음으로 형성되는 까닭에 '가짜 엄마'도 남친의 '딸'을 만나면 "네가 내 딸이구나" 하고 살갑게 대하며 재미있어 한다.
또 여자 후배가 남자 선배에게 '아빠' 대신 '삼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때 삼촌의 여친은 당연히 '숙모'가 된다. 집안의 촌수가 선후배 관계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촌수는 동급생끼리도 만들어진다. 마치 자기 이모처럼 말하는 친구에게 이름 대신 '이모'로 부르는 식이다.
이러한 풍속도는 유행어의 변화도 가져왔다. 70~80년대에 '오빠 오빠 하다 아빠 된다'고 하던 말이 지금은 '아빠 아빠 하다 오빠 된다'로 바뀌었다. 예전에는 오빠로 부르던 사이에서 결혼 후 '○○ 아빠'로 호칭이 바뀌었지만, 지금은 믿고 따르던 '아빠'에서 사랑하는 '오빠'로 바뀌는 것이다.
이런 풍속도를 대하는 젊은층의 시각은 엇갈린다.이씨는 "예전에 여자 후배가 남자 선배에게 '형'이라고 부른 것에서 조금 진화한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며 "'아빠'라는 호칭으로 인해 새로운 인간관계가 형성되면서 여러 사람과 좀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대에 다니는 정모씨(23·여)는 "장난이 섞인 말이라고 하더라도 진짜 가족이 아닌 사람에게 아빠, 엄마, 이모 등의 호칭을 쓰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가족의 소중한 가치에 상처를 주는 듯한 느낌까지 든다"고 말했다.
< 엄민용기자 >- 경향신문이 만드는 生生스포츠! 스포츠칸, 구독신청 (http://smile.khan.co.kr) -ⓒ 스포츠칸 & 경향닷컴(http://sports.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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