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기반사회에서 공공도서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선진국들은 도서관 시설 확충을 위해 많은 재원을 투입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과거에 비해 공공도서관 건설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선진국에 비해 형편없는 상태다. 부족한 장서, 도서관에 대한 의식 부족, 도서관 연계 시스템 미비 등의 산적한 문제점들은 우리나라 공공도서관 행정이 풀어가야 할 과제다.
도서관 운동 관계자 "한국 공공 도서관 현실, 아프리카만도 못하다"
인구 대비 도서관 수, OECD 국가 중 꼴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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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회원 10개국 공공도서관 현황 (자료= 한국도서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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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공공 도서관 수는 487개(2004년 12월 기준). 2000년 이후 꾸준히 늘고는 있지만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부족한 숫자다.
또 인구대비 도서관 수는 9만9761명당 한 개꼴로,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미국과 일본, 독일의 경우 각각 3만814명, 4만8427명, 9072명당 한 개의 공공도서관을 보유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상황은 더 열악하다. 인구 24만명당 1개꼴인 것. 이는 전국 평균인 9만 9761명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전체 25개 자치구 가운데 도서관이 없는 곳도 10개 구에 이른다.
정부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해결 노력을 펼치고 있다. 도서관법 개정을 통해 2010년까지 전국에 700여 개의 도서관을 개관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도서관 인프라가 너무 부족한 탓에 의욕에 비해 개선 속도는 지지부진해 보인다.
1인당 장서수도 후진국
공공도서관 장서 절반 이상이 1997년 이전 서적
도서관이 부족하다보니 국민 1인당 장서수 역시 무척 부족한 형편이다.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장서 수는 평균 0.82권으로 핀란드 7.2권, 미국 2.73권, 프랑스 2.6권, 독일 1.3권 등과 비교할 때 매우 적다.도서관 장서의 노후화도 문제다. 우리나라 도서관에 있는 책의 절반 이상인 58.9%가 1997년 이전에 출판된 것. 도서관 이용자들은 공공도서관에서 신간 도서를 찾기 힘들어 대학 도서관이나 개인 도서관 등에서 필요한 자료를 찾는 경우가 많다.그나마 오래된 서적을 관리조차 제대로 하고 있지 않아 공공도서관에는 10~20년 된 낡은 책들이 너덜너덜해진 채 방치돼 있기까지 하다.
인터넷 강국 한국, 도서관 연계 시스템은 후진국
회사원
이형철(33) 씨는 회사 전략회의 때 내놓을 아이디어를 짜기 위해 동네에 있는 공공도서관을 찾았다. 그러나 이 씨는 아무리 찾아도 자신이 원하는 책을 찾을 수 없었다. 이에 이 씨는 사서에게 "책을 어떻게 구할 수 없느냐"고 물었다.하지만 사서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그냥 다른 도서관을 찾아보라"는 것뿐. 이 씨는 결국 수소문 끝에 모 대학 도서관에서 필요한 자료를 구했다.이 같은 예는 인터넷 강국이라는 우리나라의 허술한 도서관 연계 시스템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선진국의 경우 도서관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어 한 도서관에서 필요한 도서를 찾을 수 없으면 바로 인근 도서관을 연결해 준다.우리나라의 경우 경기도 전역을 비롯한 일부 도시에서만 도서관끼리 연계된 도서 검색 및 대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다른 공공도서관에는 이런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문화관광부는 2002년 '도서관 종합 발전계획'을 통해 "국가전자도서관 사업을 확대해 도서관 간 자발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아직도 이 네트워크 사업은 걸음마 단계다.공공도서관 역할 확대와 상호간 연계 강화 등을 골자로 한 '도서관법 개정안' 역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3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전문성 갖춘 도서관 사서도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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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모 대학 도서관에 방학을 맞은 중고생이 몰려들자 열람실 앞에 '중고생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붙어 눈길을 끈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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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근무하는 사서직 문제 역시 심각하다. 우리나라의 사서 수는 2002년 기준으로 1900여 명 수준. 사서 한 명이 2만4000여 명의 주민을 위해 일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국제도서관협회연맹(IFLA) 기준에 30% 정도밖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사서는 도서관과 정보센터 등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문헌정보전문가. 이들이 있어야 공공도서관의 정보가 제대로 분류돼 시민들에게 전달될 수 있다.
하지만 사서 수가 턱없이 부족한 탓에 도서관 서비스의 질마저 크게 낮아지고 있다. 지방의 일부 공공도서관에서는 아예 사서 없이 계약직 사원이 도서관을 관리하도록 한다.
이런 형편인데도 도서관 내 서비스가 디지털화되면서 사서의 수는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다. 여기에는 불투명한 사서직의 직업 전망도 한몫을 했다.
사서의 근무 환경 역시 열악하다.
주5일제 근무 형태로 도서관을 찾는 사람이 늘어 근무시간도 길어졌지만 사서의 수는 그대로인 것이다.
한 사서직 공무원은 "교대로 간신히 근무하고는 있지만 상황이 열악하다"며 "인력이 더 많아지길 바랄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사서직의 전문성 강화도 시급한 과제다. 현 사서 자격제도는 1급 정사서, 2급 정사서, 준사서로만 구분돼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더욱 세분화해 주제별로 전문성을 갖춘 사서를 양성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이미 자격을 가진 사서 역시 변해가는 도서관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윤옥 경기대 문헌정보학 교수는 "사서 수급 상황이 열악해 시민들이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며 "공공도서관이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유능한 전문 인력의 확보가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도서관은 시험공부 하는 곳? 한국의 공공도서관은 '독서실'
전문가들은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의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도서관을 찾는 중?고등학생 중에는 도서관에서 전화통화를 하는 등 예절에 벗어나는 행동을 하는 이가 제법 있다. 음식물을 소리 내 먹거나 책상 위에 낙서를 하는 이용자도 볼 수 있다.시민 김유철(35) 씨는 "일부 이용자들의 몰지각한 행동이 다른 시민들의 도서관 이용에 방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시민들 개개인이 이런 행동을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대부분의 도서관 이용자가 도서관을 '독서실'로 사용하는 것도 문제다. 도서 열람 등 정보를 얻는 대신 장시간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시험공부를 하는 것이다.대학생 박진규(22) 씨는 "도서관에 책이 적어 정보를 얻으러 오는 사람보다 공부하러 오는 사람이 많다"며 "시험기간에는 자리가 없어 도서관에 못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지역민을 위한 문화 공간의 장, 마련되어야
공공도서관이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지역민에게 '열린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도서 대출 등 도서관 본연의 서비스 뿐 아니라 각종 지식전달 프로그램 등을 통해 지역 문화 발전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한국도서관협회의 한 관계자는 "도서관은 시민들의 일상에서 내 집같이 편한 곳이 돼야 한다"며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과 좋은 시설, 서비스로 지역민들에게 다가가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김지한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