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세기 신라의 노인(奴人)은 부곡의 원류"
박종기 교수 한국고대사학회 발표문 주장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6세기 신라시대 금석문이나 목간(木簡)에 보이는 '노인'(奴人) 혹은 '노촌'(奴村)이라는 실체는 신라시대에 등장해 통일신라를 거쳐 고려시대에 광범위하게 제도화된 예속민 집단인 부곡(部曲)의 원류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고려사가 주전공인 국민대 국사학과 박종기 교수는 10일 오후 2시 이화여대 교육관에서 열릴 한국고대사학회 제91회 정기발표회에 발표할 '한국 고대의 노인(奴人)과 부곡(部曲)'이라는 주제의 논문에서 이런 새로운 학설을 제기한다.
주최측이 미리 공개한 발표문에서 박 교수는 신라시대 금석문에서 보이는 "노인과 노촌(奴村)은 국가가 정복전쟁 등을 통해 확보한 영역과 주민을 국가 지배질서에 편입시키기 위해 촌락 단위로 특정한 역(役. 부역)을 집단적으로 부담지우는 가운데 형성된 '예속민 집단'이라는 특성을 지닌다"고 지적했다.
노인(奴人) 혹은 노촌(奴村)이란 실체는 법흥왕 11년(524)에 건립된 경북 울진 봉평신라비와 경남 함안 성산산성 출토 5세기 중ㆍ후반 진흥왕 시대 무렵의 목간에서 각각 확인됐다.
이 중 "거벌모라(居伐牟羅)의 남미지(南彌只)는 본래 노인(奴人)"(居伐牟羅南彌只 本是奴人)이라는 구절이 있는 봉평비에 대해 박 교수는 "비가 건립된 곳이 고구려와 신라의 접경지역"으로서 "비문의 노인과 노촌은 옛 고구려 지역의 주민이 신라 영역으로 편제되면서 형성된 예속민 집단"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성산산성 목간에 보이는 '노인'은 지금의 성산산성을 신라가 축조하는 과정에서, 그에 필요한 소금과 같은 물자를 국가에 내야 했던 예속민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요컨대, 두 자료의 노인은 각각 정복전쟁(봉평비)과 성곽축조(성산산성 목간)라는 다른 배경을 지니기는 하지만, 국가가 부여한 특정한 부역이나 공역을 담당해야 하는 예속민이라는 점은 공통된다는 것.
박 교수는 이를 발판으로 "이와 같은 노인과 노촌의 형성과 운영실태에 대한 분석은 지금까지 남북한 학계가 밝혀낸 부곡 집단의 그것과 매우 유사하다"면서 "즉, '노인'이나 '부곡' 모두 예속민 집단으로서, 신라가 국가체제를 갖추고 본격적인 대외 진출을 통해 새롭게 확보된 영토를 지배질서 속으로 편제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공통점을 지니며, 아울러 발생 시기 또한 두 집단이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비록 명칭은 '노인'과 '부곡'으로 다르지만, 본질적으로 동일한 두 집단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이런 점에서 "노인(奴人) 혹은 그들이 집단적으로 거주하던 영역이었을 노촌(奴村)은 부곡집단의 선행형태가 아니었을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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