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 만연한 '갑질 논란'

입력 2015. 1. 13. 21:16 수정 2015. 1. 13. 21:1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EBS 뉴스]

백화점 모녀 사건, 열정페이 착취. 최근 우리 사회에

이른바 갑질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사태가 끊이질 않고

일어나는 걸까요? 하재근 문화평론가와 자세히 짚어봅니다.

[스튜디오]

용경빈

Q1. 앞서 말씀드렸습니다만 이런 갑질 논란, 과거에도 계속 됐었죠.

장지갑 사건 논란 등 여러 가지 있었는데 이런 논란들이 왜 끊이질 않고 발생을 하는 걸까요?

하재근

A1. 계속해서 발생할 뿐만 아니라 요즘 들어서 더 많이 심해져서 나타나고 있는 것인데,

한국사회가 옛날에 1980년대에는 국민들에게

당신의 계층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어보면 다 중산층이라고 했습니다.

그 이유가 잘 살아서 그런 게 아니라 주위를 돌아보면 다 비슷비슷한 겁니다.

그 당시의 사회가 수평적이었기 때문에 그런 것인데,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수직으로 분화되고 있다는 거죠.

그리고 양극화가 되면서 위에 있는 사람과 아래 있는 사람 사이의 격차가 너무 벌어지니까

위에 있는 사람들이 아래 있는 사람들을 멸시하기 시작한 겁니다.

그리고 맨 위에 있는 예를 들어서 재벌 오너 가족은 상무에게 폭언하고,

상무는 일반 직원한테 폭언하고 일반 사람들을 또 임대 아파트 사는 사람들이라든가

백화점 직원이라든가 전화 응대하는 분들, as기사, 경비원 이런 분들에게 폭언하고

이렇게 사회가 층층이 위에서 밑으로 밑으로 내려오는 수직적 서열구조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할 수 있고요.

또 하나는 지금 한국사회를 피로사회라고 하는데,

사회가 너무 각박하고 사람들이 힘이 들면 마음속에 에너지가 사라집니다.

사라지면 타인의 마음이나 고통에 공감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순간적으로 싸이코패스가 되는 거죠.

그래서 사람이 어떻게 상처를 받든 말든 나의 화풀이를 하는 그런 형태가 나타나는 거고

마지막으로는 SNS 때문에 옛날같으면 묻혀졌을 일도

크게 화제가 돼서 이런 일들이 끊임없이 터지고 있는 거죠.

용경빈

Q2. 수직구조에 대한 문제를 짚어주셨는데

이것에 대한 기본바탕은 어떻게 보면 물질만능주의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요?

하재근

A2. 그렇죠. 한민족이 물질, 황금, 돈 이런 것을 숭상하던 민족이 아닙니다.

그런 걸 겉으로 드러내놓고 말을 안했습니다. 5천년 동안.

그런데 21세기 들어서 갑자기 돈에 관한 광고들이 나오더니

그때부터 인간의 존엄한 가치보다 물질, 황금, 돈, 지위 등이 우선시 된 겁니다.

그래서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은 돈을 적게 가진 사람을 멸시하기 시작하고,

그다음에 아파트 평수로 사람을 가르기 시작하고,

자가냐 임대냐, 자동차로 사람을 가르기 시작하고

심지어 요즘에는 패딩을 얼마나 비싼 것을 입었느냐. 이런 것으로 가르기 시작하는데

학교에서도 아주 어렸을때부터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못사는 아이들과 놀지 말라는 서열의식을 가르쳐주고

점수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서열을 나누는 식의 사고방식을 깊숙이 학습을 하기 때문에

아이들도 누가 위너고 누가 루저인지 갈라놓고 루저를 멸시하는 행태들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겁니다.

용경빈

Q3. 이렇게 보면 사실 블랙컨슈머, 소비자들이 이미 그런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뿐만이 아닌 해외에서도 손님은 무조건 왕이다,

무조건 yes라고 해라. 이렇게 교육을 시키기도 하죠.

하재근

A3. 기업 행태도 굉장히 문제가 되는 것이 요즘에 백화점,

이른바 모녀 갑질 사태에서 모녀, 두 여성에게 4명의 20대 초반의 장정이 무릎을 꿇은 겁니다.

모녀가 무슨 힘이 있어서 4명의 장정의 무릎을 꿇게 하느냐.

그건 바로 기업이 평소에 이런 아르바이트생에게도 무조건 손님을 왕처럼 섬겨라,

소비자와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네가 책임져라.

그리고 소비자에게 항의가 들어오면 아무렇지도 않게 일한 청년들을 잘라버리는 문화가 있기 때문에

청년들이 소비자의 언성이 높아지니까 순간적으로 공포심을 느껴서 무릎을 꿇었다는 거죠.

그러니까 기업들이 너무 일선 소비자를 우대하는 서비스를

직원들에게 하녀처럼 하인처럼 하라고 강요할 것이 아니라,

직원들의 인권도 지켜주는 그런 기업들의 경영 관행도 필요하고요.

소비자도 자신이 돈을 가지고 간다고 해서

절대로 자신의 인격이 우월하다거나 상대방 직원의 인격을 내가 사는 것이 아니다는 생각과

특정 물건과 특정 서비스를 구매할 뿐이고 상대 직원과 나의 인격은 동일하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용경빈

Q4. 이런 문제를 우리 사회가 같이 떠안고 가야할 문제라고 보여지는데요.

이런 논란, 어떻게 우리가 극복할 수 있을까요? 해결책은 있을까요?

하재근

A4. 첫째는 물질적인 차원에서 한국사회, 수직사회를

조금이라도 원만하게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정신문화의 차원에서는

사실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도 나오지만 우리가 공포시대 때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서열이 있었지만 근대사회로 넘어 온다는 것은

천부인권, 인간 존엄성이 합의가 됐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근대시대에 살고 있는 겁니다.

이러한 근대 시민사회의 정신, 인간 존엄성의 정신을 학교에서부터

아이들에게 머릿속에 각인시키도록 계속 교육을 시키고,

언론도 계속 반복적으로 국민들에게 말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ANC) 그렇습니다. 남의 권리를 짓밟는 것은 자신의 권리를 땅바닥에 내동댕이 치는 것과 같습니다.

오늘 말씀도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Copyright © E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