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당 '조로'·늙은 '슈퍼맨'..영웅, 유쾌해지다

이윤정 입력 2014. 9. 22. 06:42 수정 2014. 9. 22. 06:4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뮤지컬 '조로' vs 연극 '오 마이 슈퍼맨'
'조로'..김우형·휘성·키·양요섭 등 4인4색 코믹 매력 선사
'슈퍼맨'..은퇴 후 초능력 잃은 아버지 모습 '가족애' 그려

뮤지컬 '조로'(왼쪽)와 연극 '오 마이 슈퍼맨'에선 우리가 알던 영웅의 모습을 유쾌하게 뒤집는다. '조로'는 4인4색의 허당 조로가, '오 마이 슈퍼맨'에선 우리네 아버지를 닮은 늙은 슈퍼맨이 무대에 등장한다(사진=프레인·공연예술제작소 비상)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가슴 펴고 다리 오므려. 집중하지 않으면 죽는다!" 혹독한 검술 훈련이 펼쳐지고 있는 동굴 안. 집중력·실전 훈련 등을 받고 있는 이는 다름 아닌 영웅 '조로'다. "다리!"를 외치며 실은 머리를 때리는 스승의 농락(?)에 어김없이 걸려드는 허당끼 충만한 캐릭터다. 따라오는 군사들을 피해 한 여인이 목욕하고 있는 방으로 잘못 찾아 들어간 곳에선 "가릴 것 좀 주세요"라는 다급한 목소리에 손수건 크기의 수건을 건네며 웃음도 유발한다.

이제껏 우리가 알던 영웅의 모습을 뒤집는 공연 두 편이 나란히 무대에 올랐다. 내달 26일까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조로'와 28일까지 서울 성수동 성동아트홀 무대에 오르는 연극 '오 마이 슈퍼맨'이다. '조로'는 2011년 국내 초연한 작품으로 뮤지컬 '삼총사' '프랑켄슈타인' 등을 맡았던 왕용범 연출이 새롭게 각색했다. '오 마이 슈퍼맨'은 기발한 창작극을 선보이고 있는 공연예술제작소 비상이 신작으로 선보이는 작품이다.

△"울지마 바보야!"…4인4색 '허당 영웅'

'조로'의 탄생은 36세의 신문소설 작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였던 미국 출신의 존스튼 맥컬리로 거슬러 올라간다. 1919년 그는 5부작 단편소설 '카피스트라노의 저주'를 저술했고 이 작품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영화, 만화 등 여러 '조로'가 많은 사랑을 받았다.

3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무대는 뮤지컬 넘버를 새롭게 만들어 추가하는 등 '리부트'했다. 각 캐릭터에 대한 비중을 키우고 그들 간의 관계를 입체적으로 부각한 것은 물론 액션과 무대장치를 역동적으로 표현하는 등 이전과 전혀 다른 무대를 선보인다. 조로·디에고 역에 배우 김우형, 휘성, 키(샤이니), 양요섭(비스트)이 캐스팅됐다. 특히 휘성의 첫 뮤지컬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왕 연출은 "영웅이야기를 무겁게 풀고 싶지 않았다"며 "장르가 뮤지컬인 만큼 재밌지만 메시지가 담긴 이야기로 소통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네 배우의 서로 다른 웃음 포인트가 눈길을 끈다. 휘성은 자신의 히트곡 '안되나요'와 '가슴 시린 이야기'를 십분 활용한 유머로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방을 나가달라는 루이사에게 "여기 있고 싶었는데…안되나요~"를 부르며 사라지는 장면과 사막에서 너무 덥다고 투덜대는 루이사에게 "울지마 바보야!"를 외치는 장면에선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전의 작품들에서 무게감 있는 배역을 주로 맡았던 김우형은 업어달라는 루이사에게 "나도 힘들어서 못 업어준다"고 해 뒷통수를 얻어맞는 등 반전의 매력을 선보인다. 키는 루이사의 리액션을 익살스럽게 받아치며 호응을 얻었고 양요섭은 몸을 돌려달라는 루이사의 요청에 노홍철의 저질댄스를 추며 허리를 돌려 관객들을 박장대소케 했다.

△능력 잃은 슈퍼맨?…늙은 아버지가 건넨 위로

연극 '오 마이 슈퍼맨'은 거창국제연극제에서 금상·희곡상을 거머쥔 '환장지경', 문화체육관광부 창작산실 시범공연지원사업에 선정된 연극 '살인풍경' 등으로 주목 받은 홍석진 작가와 김정근 연출이 의기투합해 만든 작품이다. 스프레이 아티스트 이영준 작가와의 협업을 통해 국내 최초로 스프레이 아트 도입을 시도했다. 초능력을 점점 잃어가는 은퇴한 슈퍼맨이라는 유쾌한 설정과 그 슈퍼맨을 둘러싼 사건들을 통해 진한 가족애를 그려냈다.

이 작품에서 슈퍼맨은 우리가 상상하는 젊고 힘센 슈퍼맨이 아니다. 정의를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설정은 같지만 비현실적 인물 슈퍼맨에 현실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담았다. "아이고 허리야, 거기 파스 좀 뿌려봐"라고 말하거나 "이게 생각보다 무겁네"라며 힘겹게 의자를 들어올리기도 한다. 늦게 들어오는 딸에게 "너 지금이 몇신데 이제 들어와!"라고 호통을 치는 모습은 영락없는 우리네 아버지의 모습을 닮았다. 현대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족 붕괴' 현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냈다. 가족관계의 회복은 물론 구성원 간 이해를 바탕으로 가족의 의미를 돌아볼 수 있게 한다.

이윤정 (younsim2@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