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쾌걸'.. 액션영화 보듯 화려해졌다

2014. 9. 11.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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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조로'

뮤지컬 '조로'(사진)는 전형적인 활극이다. 불의에 항거한 민중의 영웅 조로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고 있지만, 작품의 관심사는 영웅과 영웅을 만들어낸 사회가 아니라 영웅의 활약 그 자체다. 신나는 칼싸움, 신나는 모험, 신나는 음악 등 극 전체가 '흥겨움'을 정면으로 겨냥한다. 이 특유의 가벼움과 흥겨움이 '조로'라는 작품이 가진 매력이다.

올해 초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으로 큰 인기를 모은 왕용범 연출, 이성준 음악감독 콤비의 작품이다. 쉽고 대중적인 작품 노선을 추구하는 그들답게 '조로'를 남녀노소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극의 배경은 스페인이 통치하고 있는 캘리포니아. 야심가 라몬의 계략으로 주민들은 경제적 고통에 신음하고, 마을 남성들은 광산에 끌려가 강제노역에 시달린다. 이 광산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탈출한 청년 디에고는 라몬의 야심을 저지하고 캘리포니아 사람들을 압제에서 구해내고자 20년 전에 나타났다 홀연히 사라진 영웅 '조로'를 대신해 가면을 쓴다. 그리고 라몬과 싸우는 과정에서 사라진 진짜 조로의 비밀이 밝혀진다.

2011년 초연 이후 3년 만에 돌아온 작품의 이야기는 초연과는 확연히 차별화된다. 주인공 조로의 활약을 기본으로 하는 스토리는 같지만 조로가 가면을 써야 했던 이유 등에 좀 더 집중했다. 그러나 스토리는 '조로'라는 뮤지컬의 큰 줄기일 뿐 작품의 진짜 관심은 다른 곳에 있다. 작품이 작정하고 보여주는 것은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쇼'다. 이국적인 라틴 리듬으로 시작하는 오프닝을 비롯해 열정과 흥겨움을 목적으로 한 음악과 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특히, 전통 플라멩코 리듬에 현대적인 팝 선율을 가미한 '집시킹스'의 음악은 색다른 음악에 대한 거부감 없이 관객을 자연스럽게 라틴의 흥겨움으로 이끈다. 여기에 놀이공원을 연상케 하는 화려한 무대 연출이 가미된다. 액션 영화를 보는 듯한 칼싸움이 시종일관 이어지고, 영화 '인디애나 존스'를 연상케 하는 모험 장면 또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배우들의 연기도 심각함과는 거리가 먼 코미디다. 영웅으로 각성하는 주인공 디에고도, 압제에 시달리는 캘리포니아 주민들을 바라보며 고민하는 시장의 딸 루이사도, 조로를 돕는 가르시아와 이녜즈에게서도 진지한 고민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그들은 끊임없는 말장난과 흥겨운 몸 개그로 관객과 호흡한다. 이러한 과장된 연기가 작품 전체의 흐름을 끊는 경우도 있지만, 어쨌든 극의 흥겨운 분위기만큼은 살려준다.

'조로'는 뮤지컬 배우 김우형 외에 가수 휘성, 키, 양요섭 등이 번갈아 가며 주인공 디에고를 연기한다. 관객을 흥겹게 하는 데에 익숙한 이들은 극의 분위기에 잘 녹아든다. 조연진의 연기도 탄탄하다. 루이사를 연기하는 안시하, 김여진, 라몬을 연기하는 박성환, 조순창 등 외에도 서영주, 이정열, 소냐, 서지영, 이희정 등 뛰어난 연기력과 노래 실력을 겸비한 배우들이 극을 떠받친다. 10월26일까지 서울 신당동 충무아트홀에서 공연한다. 5만∼13만원. (02)764-7857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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