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돌아온 JYJ..홍콩 '십년팬' 웃기고 울리고

2014. 8. 18.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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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아시아 8개 도시 투어 첫 외국공연

'십년팬.'

한 여성이 든 손팻말에는 이렇게 한글로 적혀 있었다. 16일 저녁 홍콩 란타우섬 아시아월드엑스포 아레나에서 열린 3인조 아이돌 그룹 제이와이제이(JYJ)의 공연에서다. 무대 위에선 데뷔 10주년을 맞은 세 남자 재중·유천·준수가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하고 춤추고 있었다.

꼭 10년 전인 2004년, 5인조 남자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가 싱글 앨범 <허그>를 발표하며 데뷔했다. 동방신기는 얼마 지나지 않아 가요계를 대표하는 아이돌 그룹이 됐다. 그러나 인기 절정의 시기를 보내던 2009년, 5명의 멤버 중 믹키유천·시아준수·영웅재중이 소속사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에 소송을 내면서 갈등이 공론화됐다. "전속계약 기간(13년)이 지나치게 길고, 수익 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자 셋은 이듬해인 2010년 자신들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딴 그룹 제이와이제이를 결성하고 첫 앨범 <더 비기닝>을 발표했다.

제이와이제이는 지난달 말 정규 앨범 <저스트 어스>를 발표했다. 2011년 발표한 정규 앨범 <인 헤븐> 이후 3년 만의 신작이다. 그동안 세 멤버는 개인 활동에 주력했다. 김준수는 뮤지컬 배우와 솔로 앨범 활동을, 김재중은 솔로 앨범 활동과 드라마 연기를, 박유천은 드라마와 영화배우 활동을 펼쳤다.

3년 만에 3명의 멤버로 돌아온 제이와이제이를 팬들은 뜨겁게 반겼다. 새 앨범은 선주문만 12만장이나 들어왔고, 발매 즉시 한터 음반 판매 차트 1위에 올랐다. 지난 9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공연에는 3만명의 관객이 몰렸다. 준수는 홍콩 공연에 앞서 15일 기자들과 만나 "3만석 규모의 잠실종합운동장에서 공연을 할 수 있었던 것에 놀랐어요. 힘들 것 같았는데, 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준수가 놀라움을 표시한 건, 가수로서 방송 출연이 사실상 막혀 있는 가운데 이뤄낸 성과이기 때문이다. 제이와이제이는 초창기를 제외하면 방송사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없다. 방송사는 "소속사와 분쟁중"이라는 이유 등을 들어 이들을 섭외하지 않았다. "거대 기획사인 에스엠엔터테인먼트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지만, 방송사와 에스엠엔터테인먼트는 부인했다.

2012년 11월, 제이와이제이와 에스엠엔터테인먼트의 기나긴 법적 분쟁이 마무리됐다. 임의조정을 통해 2009년 7월31일자로 전속계약을 종료시키고 향후 활동을 간섭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이다. 하지만 이후에도 방송 출연은 이뤄지지 않았다. 새 음반 <저스트 어스>가 높은 음반 판매량으로 <에스비에스> 가요 순위 프로그램인 <인기가요>에서 1위 후보에 올랐지만, 방송사 쪽은 출연을 섭외하는 대신 자료 영상만을 제이와이제이 쪽에 요청했다.

5년간 음악방송 출연 못했는데1만명 관객 운집…열렬히 환대친구와 노는듯한 공연에 '까르르'"팬들에 감사…지치지 않겠다"

이런 분위기 탓에 제이와이제이는 공연 중심으로 활동해왔다. 특히 외국 공연을 활발히 펼치며 아시아, 유럽, 남미 등을 꾸준히 돌았다. 이들은 지난 9일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아시아 8개 도시를 도는 투어 '더 리턴 오브 더 킹'을 시작했다. 이번 홍콩 공연은 이번 투어의 첫 외국 공연이다. 홍콩 공연에선 1만여명의 관객들이 뜨겁게 반겨주었다. 준수는 "우리를 드라마, 영화 등으로는 접할 수 있겠지만, 라이브로 노래하는 모습을 영상으로는 5년째 볼 수 없는데도 이렇게 환영해주는 걸 보면 의문마저 생긴다. 방송 활동을 왕성히 했다면 감사함을 못 느꼈을 텐데, 참 감사하고 고맙다. 그래서 지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고 말했다.

세 남자는 2시간30분에 걸친 공연 내내 노래하고 춤추고 웃고 행복해했다. 각자 솔로 곡을 부를 때는 자신만의 색깔을 확연히 드러내다가도 셋이 뭉쳐 제이와이제이 노래를 부를 때는 서로에게 스며들었다. 일부러 합을 맞췄다기보다는 10년의 세월을 함께한 이들에게서 자연스럽게 배어나오는 조화였다. 재중은 상의를 벗고 남성미를 과시해 관객들의 즐거운 비명을 불러일으켰고, 유천과 준수는 만담에 가까운 얘기를 나누며 관객들을 까르르 웃게 했다. 이제 곧 서른살을 앞둔 세 남자는 쉽게 다가설 수 없는 '스타'라기보다는 친숙하고 거침이 없는 자유인 같아 보였다.

힘든 상황일수록 세 남자는 서로를 의지하며 더욱 끈끈해진 듯했다. 재중은 이번 새 앨범과 공연을 두고 "그동안 각자 개인 활동을 열심히 하다가 이번에 함께 앨범 작업과 활동을 하는 게 마치 '힐링의 시간'인 것 같다"며 "3년 만이라 해서 부담감을 느끼기보다는 편하게 노래하고 만든, 우리들의 안식처 같은 앨범"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가 어느덧 10년이 됐어요.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이라는 게 정말 이런 것 같아요. 이제는 다툴 일도 없고, 서로를 너무나 잘 알아서 이해하고 맞춰가죠. 실수를 해도 그럴 만한 상황이었겠지 하고 넘겨요. 각자 바빠서 석달에 한번씩 본 적도 있는데, 그래도 거리낌이 없고 전혀 어색하지 않죠. 앞으로 10년이 더 지나도 똑같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요. 든든하고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이 참 좋아요." 준수가 말했다.

제이와이제이는 이날 공연에서 앙코르 마지막 곡으로 '낙엽'을 불렀다. "같은 하늘 아래서 같은 꿈을 꾸는/ 빛의 별들의 향연 그 축제에 내 몸을 실어/ 언젠가 다시 부를 노래 그날이 찾아오겠지." 이 대목의 울림이 유달리 크게 다가오는 것 같았다.

홍콩/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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