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준 "친일 행적 유감" 난파음악상 거부

김소연기자 입력 2013. 9. 11. 21:29 수정 2013. 9. 12.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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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상 요강, 홍난파 친일 부인하는 듯.. 이전 수상자 중 이해할 수 없는 분도"소프라노 임선혜로 수상자 변경거장 펜데레츠키의 후계자 류재준 국내보다 유럽서 더 인정받는 작곡가18회 수상 김대진 "예술은 정치와 무관".. "소신 있는 결정" 지지하는 반응도

작곡가 류재준(43)씨가 작곡가 홍난파(1898~1941)를 기리는 난파음악상의 올해 수상자로 선정됐지만 이 상의 공정성과 도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수상을 거부했다. 이 상이 제정된 1968년 이래 수상 거부는 이번이 처음이다. 난파기념사업회는 10일 류씨를 올해 제 46대 난파음악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으나, 류씨가 수상을 거부함에 따라 이튿날 소프라노 임선혜(37)씨로 수상자를 변경했다.

류씨는 "친일파 음악인의 이름으로 상을 받고 싶지 않고 이전 수상자 중 일부 이해할 수 없는 분들이 있어서 상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수상 통보를 받았을 때는 별다른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가 한나절 만에 생각을 바꿨다고 한다. "음악 선배로서 홍난파의 업적은 인정하지만 친일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한 행적 자체를 부인하는 듯한 음악상의 요강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서울대 음대 작곡과와 폴란드 크라코프 음악원 등에서 수학한 류씨는 국내보다 유럽에서 더 잘 알려져 있는 작곡가. 현대음악 거장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가 자신의 후계자로 선언할 만큼 실력과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일제강점기 민족의 아픔을 노래한 가곡 '봉선화' 등의 작곡가로 잘 알려진 홍난파는 1930년 후반 들어 친일단체에 가입해 활동하면서 친일 가요를 작곡하고 1940년 매일신보에 일제에 음악으로 보국하자는 내용의 기고를 하는 등 친일 행적을 보였다.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는 홍난파를 2009년 친일 인사 명단에 올렸고 유족들은 이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낸 바 있다.

이에 대해 난파음악상을 주관하는 경기도음악협회의 오현규 회장은 "홍난파의 친일 행적을 문제 삼는 이들이 있어 발표 전에 수상자의 수용 의사를 확인하곤 한다"며 "선정 소식에 경력 자료를 확인해 주고 프로필 사진을 새로 보내 줬던 류씨가 뒤늦게 거부의 뜻을 밝혀 와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음악은 정치를 떠나 음악 그 자체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류씨의 수상 거부 소식에 "소신 있는 결정"이라는 지지와 "예술은 정치와 무관한 것"이라는 상반된 반응도 나온다. 18회 난파음악상 수상자인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작곡가 윤이상을 정치와 연결하는 이들도 있지만 음악의 무게감으로 높게 평가 하듯 예술은 그 자체로 인정해야 한다"며 "음악인을 장려해 주는 상이 아직 많지 않은 한국 실정에서 난파음악상을 정치 쟁점화하는 것은 예술계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난파음악상은 홍난파의 활동 분야인 작곡, 바이올린, 성악, 피아노 부문 중 매년 음악가 1명을 선정해 시상한다. 1회 수상자인 정경화를 비롯해 백건우(1972), 정명훈(1974), 장영주(1990), 조수미(1991), 장한나(1995), 손열음(2012) 등 한국의 대표 음악가들이 이 상을 받았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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