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문 닫는다구?"..신촌 명물의 안타까운 퇴장

변이철 2013. 2. 23.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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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 명물 영화관인 아트레온 문 닫고 CGV 입점

[CBS 심인우 대학생 인턴기자]

아트레온은 2013.2.15 영업을 종료함을 알려드리며 그동안 아트레온을 찾아주신 고객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새로 운영을 맡게 된 CGV영화관이 더 안락하고 편안하며 쾌적한 시설로 개선되어 보다 알차고 수준 높은 고객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오니 더 많은 애용바랍니다. (아트레온 영업 종료 안내문 中)

지난 15일, 신촌의 명물로 꼽히던 영화관인 아트레온이 문을 닫았다. 아트레온이 문을 닫은 그 자리에는 대기업 CJ의 계열사인 멀티플렉스 영화관 CGV가 들어올 예정이다.

개인 사업자가 운영하는 몇 안되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으로, 신촌의 대표 극장으로 그 명맥을 이어온 아트레온이 대기업 계열사로 바뀐다는 소식은 어딘지 아쉬움을 감출 수 없게 만든다. 이제 예술영화,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아트하우스 모모와 필름포럼을 제외하고선 대기업 계열이 아닌, 개인 사업자가 운영하는 영화관은 더 이상 신촌에 남아 있지 않다.

그 곳이 사라지는 이유?

아트레온의 마지막 상영일인 15일 낮 12시, 신촌에 위치한 두 영화관의 풍경은 사뭇 달랐다. 신촌 기차역에 있는 메가박스에선 상영 중인 영화가 이미 예매가 완료되어 난감한 모습의 관객들이 보였다. 평일 낮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로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비슷한 시간 메가박스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아트레온의 풍경은 그와는 조금 달랐다. 상영시간 5분 전, 전화로 직원에게 남은 좌석을 묻자 아직 빈 자리가 많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발걸음을 옮겨 아트레온으로 들어서니 관객으로 북적거리던 메가박스의 모습과는 달리 마지막 상영일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많지 않은 모습이었다.

"오늘 문 닫는다고? 난 몰랐는데. 그냥 오던 데 온 거다. 신영극장일 때부터 다녔다. 역사에 있는 거긴 찾아가기도 어렵고, 어린 애들 많아 시끄럽고 정신없고."

아트레온에서 영화를 기다리던 한 60대 관객은 영화관이 사라진다는 소식에 아쉬움을 금하지 못했다. 신영극장(아트레온의 전신)마저 없어진다는 소식을 이제야 접한 것이다. 젊었을 적 다녔던 극장들이 하나 둘 사라지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아트레온이 없어진다니까 아쉽다. 근데 막상 생각해보면 신촌역에 메가박스가 생기고 난 뒤부터 발길이 뜸해진 것도 맞다. 아쉽지만 CGV가 들어온다니까 또 반갑기도 하고. 사실 CGV를 제일 많이 찾는데 이 부근엔 CGV만 없어서 불편했기 때문이다."

젊은 관객들의 반응은 달랐다. 어린 시절부터 신촌 일대에 살며 아트레온을 다녔다던 한 20대 남성 관객은 아트레온의 폐점을 아쉬워하면서도 CGV가 들어선다니 반갑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관객 수가 2배 정도 더 많아진단다. 반가우면서도 허가를 안 내줄까봐 걱정이다. 여기(아트레온)은 장사할 수 있게 해줬는데, CGV는 돈 많이 들여서 한다니까 허락 안 해줄 지도 모르지."

영화관 앞 노점 상인들은 그저 '유명한 영화관'이 들어온다거나, 의자가 더 좋은 걸로 바뀐다거나 정도로 아트레온의 폐관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영화관 앞에서 쥐포나 오징어 다리 등을 더 이상 팔지 못하게 될까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CGV측이 아트레온처럼 노점을 하도록 허락 해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관객 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아직은 좋아할 수가 없는 이유다.

아트레온은 9개의 상영관과 2,319개의 좌석을 가지고 있다. 8개의 상영관과 1,541개의 좌석을 가지고 있는 인근 영화관인 메가박스보다 훨씬 더 많은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다. 관람료 부분에 있어서는 아트레온은 평일 8,000원의 요금을, 메가박스는 평일 9,000원 의 요금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아트레온이 1,000원 더 저렴한 것. 뿐만 아니라 준조조 할인 방식을 도입하고 학생 할인 폭을 대폭 늘리는 등 여러 가지 할인 이벤트등도 시행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트레온을 찾는 발길은 늘어나지 않았다.

사라지는 추억 속 영화관

아트레온 뿐만 아니다. 추억의 영화관이 하나 둘 없어진다. 이미 많은 영화관이 없어졌다. 한 건물에 10여개 이상의 스크린이 설치된 멀티 플렉스 운영 도입으로 인해 한 건물에 한 개 스크린으로 운영되던 을지로 주변 국도, 스카라, 명보 등 단관 극장은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진 지 오래다. 최근엔 서울 시내 가장 오래된 단관극장인 서대문아트홀(구 화양극장)이 폐관되면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종로 3가의 서울극장, 대한극장 등 극장 문화를 선도하던 단관 극장들은 복합 극장으로 탈바꿈하기도 했지만 보다 시설이 좋은 대기업 멀티플렉스들에 밀려 언제 또 문을 닫을지 모를 경영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뿐이 아니다. 2001년부터 수원지역에는 CGV수원, 메가박스 씨네플랙스, CGV남문 등 대규모의 멀티플렉스들이 속속 입점하면서부터 관객들이 분산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아카데미극장, 시네마타운, 대한극장, 피카디리극장 등 기존 극장들이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하나, 둘 폐업하기도 했다. 이어 경기도에서 가장 오래된, 극장 역사의 산증인인 중앙극장 본관도 어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매각되었다. 수원에 대형 멀티플렉스가 속속 입주하면서 지난해부터 적자가 이어져 매각이 불가피했던 것이다.

이렇게 추억 속 극장이 사라진 자리 곳곳에는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 대기업 계열 대형 멀티플렉스 상영관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어딜 가도 비슷한 간판, 우리 동네 영화관은 어디로 사라졌나

멀티플렉스 영화관이란 사전적 의미로는 두 개 이상의 스크린을 가진 영화관이다. 오늘날의 기준으로는 5개 이상 스크린을 가진 영화관을 지칭하는 의미로 통용되나 그 규모가 갈수록 대형화되고 있다. 기존 영화관과 비교하여 멀티플렉스는 다양한 영화를 한 장소에서 동시에 상영하므로 관객의 선택이 쉽고 첨단 시설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극장가가 활기를 되찾고 있다.

지난 2012년 전체 극장 관객수는 1억 9489만 명으로 지난 2011년 1억 5972명에 비해 22%나 증가했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 영화관 수도 지난해에 비해 증가했다. 2012년 기준 전국 극장수는 314개. 2011년 292개에 비해 22개 늘어났다. 스크린수도 2081개로 2011년 1974개에 비해 107개 많아졌다. 이중 멀티플렉스는 83.7%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더 이상 천만 관객이 놀랍지 않게 된 한국 영화 시장의 성장에는 이러한 대기업 멀티플렉스 체인도 큰 몫을 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뛰어난 성장 뒤에 사라지는 것들 역시 들여다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폐관되는 영화관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현재 서울 시내 5개 이상 스크린을 가지고 있는 체인이 아닌 개별 멀티플렉스는 2013년 현재 19개관에서 4개관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일반 상영관까지 포함하면 폐관 추세는 더 심각하다. 서울시내에서 폐관된 40개 영화관 중 대기업 계열이 아닌 영화관의 수는 36개관이었다.

늘어나는 대기업 멀티플렉스, 무엇이 문제일까?

그러나 대기업과 손을 잡았다고해서 결코 그들에 종속되어 문화적인 가치를 훼손하거나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대등한 관계에서 요즘 흔히 경제계에서 일컬어지고 있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의 하나의 좋은 사례가 되고자 합니다. 즉, CGV와 아트레온 상호간에 강점과 약점을 서로 보완하여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체계를 지속시켜 나가려 합니다. 이것이 상생발전 하는 길인 동시에 아트레온이 지닌 개성이나 독특함을 더욱 더 살려 낼 수 있어 고객님들이 우려하시고 안타깝게 생각하시고 계신 부분을 어느 정도 지켜 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트레온 영업 종료 안내문 中)

더 좋은 영화관으로 바뀐다고 하는데도 남아있던 섭섭함의 원인은 여기에 있었다.

작은 영화들을 상영하는 영화관, 작은 영화들을 위해 교차상영을 하지 않는 1관 1영화 시스템의 원칙을 지켜오던 영화관들 마저 시장 논리 속에 점점 사라지고 있다. 경제적 가치와 문화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려 노력하던 아트레온도 그 중 하나가 되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급속한 확장과 대기업 중심으로 자리 잡아가는 영화산업의 현실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을 알기에 더 안타까울 수 밖에 없다.

"마지막 상영일이라기에 일부러 찾았다."

"아트레온이 좋았다. 팔걸이를 마음대로 올렸다 내렸다 할 수 있어서 연인들끼리 오기엔 안성맞춤인 영화관이었다(웃음)."

"이 부근에서 나고 자랐다. 그래서인지 어렸을 땐 세상에서 제일 좋은 영화관인 줄 알았는데. 없어진다니 섭섭하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 관객들은 서로 영화관에 담긴 추억을 나누느라 바빴다. 오늘이 끝이라는 생각에 부러 찾아온 관객들도 더러 있었다. 극장 입구에 세워진 영업 종료 안내문이 마치 영화의 끝을 알리는 엔딩 크레딧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최근 대기업 멀티플렉스 체인의 관람료 인상으로 영화계가 술렁이는 이 때, 점점 줄어드는 개인 사업자의 영화관 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앞으로 지켜봐야 할 일일 것이다. 추억 속으로 아트레온을 묻어두는 만큼 새롭게 자리할 극장이 동반성장의 좋은 사례로 거듭나길 바란다2iro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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