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훌훌..창극의 재발견

2013. 1. 10.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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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창극단, 51년만에 매진행진뮤지컬 연출가·작가 기용..젊은 단원 수혈해 대중적 인기

국립창극단은 최근 10년 만에 20ㆍ30대 신입 단원 6명을 뽑았다. 2003년 남상일 씨가 입단한 후 처음으로 새내기를 맞은 것. 인턴 단원 10명도 채용했다. '젊은 피'를 대거 수혈한 이유는 창극의 표현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서다. 판소리에 연극과 뮤지컬 요소를 불어넣으려면 배역이 더 많이 필요하다. 기존 40ㆍ50대 단원 36명만으로는 부족했다.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은 "지금까지 창극은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다"며 "지루한 판소리극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창극도 재미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올해 첫 변신은 창극 '서편제'(3월 26~31일)에서 보여준다. 한국 창작 뮤지컬의 대부 윤호진 감독이 연출을 맡는다. 사계절을 담은 첨단 영상 속에서 소리꾼 남매의 기구한 운명을 펼친다. 음악은 재일교포 작곡가 양방언 씨 손에서 다시 태어난다. 창극과 뮤지컬, 현대음악이 어떤 결합을 보여줄지 벌써 기대가 높다. 이 공연 또한 매진될 수 있을까. 국립창극단 출신이지만 주로 연극무대에서 활약해온 김 감독은 이미 그 가능성을 입증했다. 지난해 11월 창극에 연극 옷을 입힌 '장화홍련' 공연 3회가 매진됐다. 국립창극단 51년 역사상 처음이었다. 한태숙 연출과 정복근 작가는 판소리 무게를 덜고 긴박한 현대 드라마를 가미했다. 배우는 한복 대신 양복을 입었고 극에 탄력이 붙었으며 관객은 몰입했다.

새로운 형식에 몸를 맞추는 작업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소리에 집중하던 단원들은 현대 연극 대사가 입에 붙지 않아 애를 먹었다.

'장화홍련'에서 계모 허씨 역을 맡았던 김금미 단원은 "예전에는 판놀음을 주로 했지만 현대극은 몸가짐 자세가 틀리다. 내 것이 아닌 다른 것이 내 몸에 들어와 표현하는 게 힘들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 정도로 아팠다"며 눈물을 흘렸다.

연습 시간도 늘었다. 예전에는 창극 '춘향전'과 '심청전' 등은 무척 익숙해 2~3일 맞춰본 후 무대에 올라갔다. 그러나 '장화홍련' 연습은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계속됐다. 주말에도 출근해 일부 단원이 반발했다. 김 감독이 단원들과 1대1 면담을 하면서 설득했다.

김 감독은 "우리가 변하면 창극이 공연 중심에 설 수 있다"며 "예전에는 관객들에게 판소리를 가르치는 분위기였지만 이제부터는 웃음과 감동을 주려 한다"고 강조했다.

피나는 노력 끝에 창극단은 관객들 마음의 문을 열고 있다. 지난달 공연한 '배비장전'은 웃음 폭탄을 곳곳에 설치해 3회 공연이 매진됐다. 이 작품 역시 창작 뮤지컬로 유명한 오은희 작가와 연극 '리어왕'의 이병훈 연출가가 손잡은 21세기형 코미디 창극이다.

공연 맛을 제대로 느끼기 시작한 국립창극단은 올해 '서편제' 외에도 연극 연출가 서재형이 가세한 창극 '메디아'(5월 21~26일), 청소년 창극 '내 이름은 오동구'(6월 7~16일) 등을 공연한다. 미국 유명 연극 연출가 안드레이 서번 컬럼비아대 교수가 창극 '흥보가'를 세계인의 코드에 맞추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오는 9월부터 국립극단과 함께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을 전용극장으로 쓰게 되면 창극 무대는 더 풍성해질 전망이다.

[전지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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