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여인’ 덕혜옹주 탄생 100주년 유품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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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인생을 살다 간 조선의 마지막 옹주(翁主·후궁이 낳은 딸) 덕혜옹주(1912∼1989)의 유품이 최초로 공개된다. 서울 종로구 경복궁 내 국립고궁박물관은 덕혜옹주 탄생 100주년 및 환국 50주년을 기념해 내년 1월 27일까지 덕혜옹주 특별전을 연다. 일본 문화학원복식박물관 소장품 53점과 규슈국립박물관 소장품 16점 등 덕혜옹주의 유품 100여 점이 전시된다.

덕혜옹주는 고종이 환갑에 얻은 고명딸로, 어린 시절 황실뿐 아니라 국민의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주권 잃은 나라의 옹주의 앞길은 순탄치 못했다. 일본의 식민정책에 따라 그는 13세이던 1925년 강제로 일본 유학을 떠난 뒤 신경쇠약 증세를 보이다 조발성치매 진단을 받았다. 19세에 일본인 백작과 정략결혼을 하고 딸 하나를 낳았으나 정신질환이 악화되어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설상가상으로 딸이 실종되고, 남편은 일방적으로 이혼을 선언하고 재혼하기에 이른다. 일본에 홀로 남겨진 덕혜옹주는 정치적 이유로 이승만 대통령으로부터 귀국을 거절당했다가 1962년 50세의 나이로 조국에 돌아왔다. 그리고 창덕궁 낙선재의 수강재에서 지내다 1989년 쓸쓸하게 세상을 떴다.





[1]덕혜옹주(오른쪽)와 일본 쓰시마 번주 가문의 소 다케유키 백작 부부. 일제가 추진한 정략결혼으로 부부가 되었다가 덕혜옹주의 정신질환이 악화되자 24년 만에 이혼하고 만다.[2]덕혜옹주가 소녀시절 입었던 당의와 스란치마(다홍색), 대란치마(파란색).[3]덕혜옹주가 사용하던 경대와 화장용구.[4]덕혜옹주의 태를 넣은 태항아리와 태지석. 덕혜옹주가 태어난 1912년 창덕궁 후원에 태를 묻었으나 1929년 일제에 의해 서삼릉 태실이 조성되면서 덕혜옹주의 태도 그곳으로 옮겨 묻었다.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이번 전시에서는 덕혜옹주의 기구한 일생과 더불어 국권을 빼앗긴 대한제국 황실의 고난을 엿볼 수 있다. 덕혜옹주가 일본으로 끌려가면서 가져간 조선왕실의 전통 복식과 장신구, 혼수품, 관련 기록물 등을 선보인다.

눈에 띄는 전시품은 덕혜옹주가 고난을 겪기 전 어린 시절 입었던 복식. 11∼13세 때 입은 것으로 보이는 연두색 당의(唐衣·저고리 위에 덧입는 여성용 예복)는 자주 고름과 대비되어 그 빛깔이 더욱 곱다. 가슴과 양 어깨, 등에는 발가락이 다섯인 용을 입체감 있게 수놓은 '오조룡보(五爪龍補)'를 달았다.

이 당의와 어울리는 소녀시절의 다홍색 스란치마, 파란색 대란치마도 볼만하다. 치마 밑 부분에 꽃이나 글자 무늬의 금박으로 장식한 단을 스란단이라고 하는데, 스란단이 한 단이면 스란치마, 두 단이면 대란치마다. 주로 스란치마 위에 대란치마를 겹쳐 입어 대란치마 밑으로 자연스럽게 스란치마의 스란단이 보이게 했다.





당의와 대란치마를 입은 덕혜옹주의 어린시절. 일본 도쿄에서 1924년 2월 1일자로 발행한 '황족화보' 제220호에 실린 사진으로, 12세 이전에 촬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덕혜옹주가 일본 쓰시마(對馬) 번주 가문의 소 다케유키(宗武志) 백작에게 시집갈 때 보낸 혼수품도 볼 수 있다. 붉은색 장롱인 주칠나전이층롱(朱漆螺鈿二層籠·규슈국립박물관 소장)은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것과 흡사하다. 주칠은 왕실에서만 쓰인 것으로, 조선왕실에서 직접 제작 또는 구입해 일본으로 보낸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밖에 비단, 노리개, 은 신선로, 은 찻잔, 수저, 화장 용기, 경대와 화장용구, 덕혜옹주 부부가 영친왕비에게 쓴 엽서 등도 볼 수 있다.

덕혜옹주는 43세에 결국 남편에게 버림받았지만, 남편이 그의 정신질환을 걱정하며 쓴 시에는 애절함이 묻어난다. 소 다케유키의 시집 '해향(海鄕)'에 실린 '환상 속의 아내를 그리워하는 노래'가 전시실 한쪽 벽에 새겨져 있다.

"미쳤다 해도 성스러운 신의 딸이므로/그 안쓰러움은 말로 형언할 수 없다/혼을 잃어버린 사람의 병구완으로/잠시 잠깐에 불과한 내 삶도 이제 끝나가려 한다…//내 아내는 말하지 않는 아내/먹지도 않고 배설도 안 하는 아내/밥도 짓지 않고 빨래도 안 하지만/거역할 줄 모르는 마음이 착한 아내…."

관람료 무료. 02-3701-7500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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