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차 밴드 국카스텐 “나가수2로 뜨기 전엔 모두 막노동 했어요”

경향신문

사람들은 "쟤들이 누구냐"며 수군댔다. 낭중지추(囊中之錐), 어딜 갖다 두어도 도드라졌던 게 밴드 '국카스텐'이다.

밴드 국카스텐이 대중에게 알려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아무래도 MBC < 일밤 > '나는 가수다2'다. 보컬(하현우·31)은 후련했고, 기타(전규호·33)와 드럼(이정길·31), 베이스(김기범·27)의 화음은 농밀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양재동의 한 스튜디오. 곳곳에 펼쳐놓은 악기 사이를 쉼 없이 오가던 멤버들은 "이곳에서 '나가수'의 여러 곡을 매만졌다"고 했다. 지난 6월 '나가수2'에 나간 뒤로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지난해 11월 처음 개최했던 단독 콘서트는 양 이틀간 5000석이었다. 당시 겨우 채웠다는 객석은 1년 사이 2배 규모로 커졌다. 오는 30~31일 서울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1만석 규모의 공연을 벌일 예정이다.

"인터넷 어디선가 이런 표현을 봤답니다. '카우치'가 벗겼던 바지를 '국카스텐'이 다시 입혔다고요. 기분이 뿌듯하더군요."(이정길)

7년 전 제도권 방송가에서 인디 밴드들을 수혈하려 했다. 밴드 '카우치'가 생방송 도중 갑자기 바지를 훌렁 벗은 사건이 일어난 뒤 인디 밴드의 이미지가 악화됐다. 하현우는 "이번 '나가수'를 통해 우리처럼 다른 음악을 하는 팀이 있었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2001년 결성된 '뉴언발란스'가 국카스텐의 모태다. 운동화 브랜드 '뉴발란스'를 삐딱하게 꼬아서 만든 이름이다. 이후 2003년 '더 컴'을 거쳐 2007년 지금의 국카스텐이 탄생했다. 국카스텐은 독일어로 '만화경'을 뜻한다. 진중권의 미학 책에서 따왔다. 하현우는 " '만화경'이 바라보는 세상처럼, 우리는 사이키델릭한 음악적 이미지로 세상 혹은 내면의 자아를 들여다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멤버들은 모두 수년째 막노동을 하며 팀을 꾸렸다. 이정길은 "악기며, 합주실 대여료며, 생활비를 그렇게 해결했다"고 말했다. 또 "하현우는 공사장에서 감전돼 죽을 뻔 한 적도 있다"고 했다.

장쾌한 보컬 하현우의 음역대도 호기심의 대상이다. '스틸하트'의 록 곡 '쉬즈곤'을 능숙하게 부르는 하현우는 " '3옥타브 시'까지 올라간다"면서 "그게 국내 로커 중 얼마만큼 높은 것인지의 문제는 내게 중요하지 않고 의미 또한 없다"고 말했다.

2008년 정규 1집 < 국카스텐 > 의 가사가 난해한 것에 대해 하현우는 "랭보나 보들레르의 시는 다 받아들이려 하면서 왜 노래 가사는 쉽고 직설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그 연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타임 애프터 타임' 제목의 이번 연말 공연에는 음악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비주얼 아티스트 팀 '룸펜스'가 합류해 이미지를 만들고, 국카스텐은 '나가수' 속 화제의 노래도 들려준다. 김기범은 "그동안 우리가 지닌 음악적 표현법이 3개였다면 '나가수'를 통해 3개를 더 배운 듯하다"고 말했다.

< 강수진 기자 kanti@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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