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미술관, 성역인가..국보·보물들 훼손 의혹

유상우 2012. 10. 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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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유상우 기자 = 민주통합당 신경민 의원은 5일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 소장 문화재들의 관리에 문제가 있는데도 문화재청이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올해 설립 74주년을 맞이한 간송미술관은 간송(澗松) 전형필(1906~1962)이 수집한 국보 12점과 보물 8점을 포함한 유물 5000여점을 보유하고 있다. 개인 소유 미술관 중 최고다.

이곳은 1971년부터 1년에 두 차례 정기전만 열고 있다. 수장고는 비공개다. 낡고 좁은 관람시설로 문화재 훼손여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신 의원은 간송미술관의 문화재 훼손상태가 심각하다는 증언을 공개했다. 10여년 전에 수장고에 들어가본 진홍섭(1918~2010) 전 이화여대 박물관장은 제자들에게 "큰일이야! 큰일! 다 썩었어"라면서 "간송 측에 전적, 회화 관리상태가 열악해 손질, 소독을 제안했으나 간송에서 거부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또 2008년 70주년 기념전을 관람한 어느 언론인은 정약용의 '다산심획'첩 중간부분이 너덜너덜 벗겨지고 심한 얼룩이 있었다고 전했고, 2009년 겸재 서거 250주년전을 관람한 한국화가는 "겸재 정선의 '필운대' 진열관 내부에 살아있는 벌레가 들어가 있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문화재청은 간송미술관이 정확히 어떤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지 실태조사를 한 적도 없으며, 2008년 문화재보호법 개정으로 국가지정문화재 정기 실태조사를 하는데 간송미술관이 거부하자 문화재 실태조사를 간송미술관에 위탁하는 코미디를 연출했다"고 지적했다.

문화재청은 2008년 국보 135호 '혜원풍속도' 정기조사 당시 유물이 전시관에 있어 조사할 수 있었으나 국보 71호 '동국정운'은 수장고에 보관돼 조사를 거부당했다. 결국 2009년 '동국정운'을 재조사했지만 '앞으로 간송미술관이 자체 위탁하는 조건'으로 위탁조사를 했다.

간송 측의 '동국정운' 자체 조사와 사진을 통해 결과보고서를 작성한 조사자는 "군데군데 찢기고 뒤표지 낡음. 표지는 본래의 것이나 책사는 새로 함. 오동 상자에 보관하고 있는 듯하나 수장시설 등 보관시설은 공개하지 않음. 수장고 항온항습은 하고 있다고 함"이라고 적었다.

동국정운 조사 이후 현재까지 간송미술관의 모든 국보, 보물은 간송 측이 자체 조사하고 있다. 문화재 상태는 모두 '양호'로 조사서에 기재됐다.

그러나 자체 위탁조사를 하고 수장고 공개를 거부하고 있어 조사결과 조작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신 의원은 "간송미술관은 치외법권 지역이나 다름없다. 수장고도 비밀에다가 전체 문화재 도록조차 없어 문화재가 얼마든지 외부로 유출될 수 있는 상황에 놓여있다"며 "문화재 조사와 관련해 문화재보호법을 강화하는 등 특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찬 문화재청장은 "간송미술관 수장고에 가본 적이 없으며, 간송 측과 협의해 문화재 실태조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swry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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