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불경 '디가니까야' 첫 한글 완역
부처님이 직접 한 말씀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경전인 빠알리어 경장 중 가장 긴 말씀들을 엮은 '디가니까야'(길게 설하신 경들)가 처음으로 한글로 완역됐다. 빠알리어는 산스크리트어의 방언으로 초기 불경 언어다. 이번 완역은 초기 불전연구원 지도법사 각묵 스님이 인도에서 17년간에 걸친 각고의 노력으로 이뤄낸 것이다.
'디가니까야'는 부처님 열반 후 두달 후부터 제자들이 모여 7개월 동안 부처님 생전의 말씀을 모아 구전으로 전승돼 오다 기원전 1세기께 스리랑카에서 문자화된 대표적인 불교 초기 경전으로 우주와 인간, 삶과 역사, 윤회에 대한 거대 담론을 담고 있다. 부처님은 '디가니까야'를 통해 '바른 마음챙김'(正念)을 진정한 도의 핵심이라 가르치며 마음의 해탈과 지혜의 해탈을 완성한 아라한의 경지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태생이나 계급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도덕성과 깊고 평화롭고 고결한 인품, 투철한 통찰력에 의해 실현되는 완성된 인간의 모습을 제시한다.
이번에 출간된 한글 완역판은 제1권(계은품·616쪽), 제2권(대품·600쪽), 제3권(빠띠까품·688쪽) 등 총3권, 1,900여쪽의 방대한 분량이다. 읽은 이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2,000개가 넘는 방대한 주해가 달려 있다.
1979년 화엄사 도광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각묵 스님은 89년 인도로 유학, 뿌나대학교에서 산스크리트어 석·박사 학위를 받고 번역작업을 시작, 이번에 완역을 이루었다. 각묵 스님은 "한국불교는 역사적으로 중국의 영향권에 놓여있다 보니 원초 부처님 말씀인지 검증 없이 중국어에서 우리말로 번역된 경전들이 전부인 것으로 생각돼 왔다"며 "이번 완역으로 한국 불교가 부처님의 실체에 보다 더 다가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각묵 스님은 '디가니까야'를 시작으로 향후 12년 동안 빠알리어 삼장(율장·경장·논장)을 모두 번역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준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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