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석산:고조선으로 가는 키워드-②

2006. 3. 1.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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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석산은 또한 진 시황제가 북방 오랑캐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았다는 만리장성이 시작되는 동쪽 기점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시되는 곳이기도 하다.

당(唐)나라 때 사마정(司馬貞)이 완성한 '사기색은'(史記索隱)은 제목에서 엿보이듯이 사마천의 사기를 해설하고 분석한 연구서다.

사마정은 '태강지리지'(太康地理志)라는 책을 인용해 "낙랑의 수성현(遂城縣)에는 갈석산이 있으니 장성(長城)이 시작되는 곳"이라는 설명을 부연했다. 태강지리지는 서진(西晉) 태강(太康.280-289) 연간에 완성된 지리책으로 지금은 망실됐다.

여기서 말하는 낙랑은 그 뿌리를 BC 108년 무렵, 한무제가 위만조선 땅에 설치한 그 낙랑군(樂浪郡)으로 소급된다. 낙랑은 서진 시대에도 존속하고 있었던 것이다. 수성현이란 한 무제 때 이미 창설된 곳으로 낙랑군이 관할하던 6개 현(縣)의 하나.

수성현에서 시작한다는 장성(長城)이란 시황제가 쌓았다는 소위 만리장성이다.

같은 당나라 때 인물인 두우(杜佑)가 편찬한 의례서의 일종인 '통전'(通典)에서 두우는 자신이 살던 당시에 존재하던 노룡현(盧龍縣)이란 곳의 역사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노룡현은) 한나라 때의 비여현(肥如縣)이다. 갈석산이 있으니 바닷가에 우뚝 솟아 있으므로 이런 이름을 얻었다. 진(晉)나라 때의 태강지리지(太康地理志)가 말하는 것과 같이 진(秦)의 장성이 시작된 곳이다."

그렇다면 한나라 때 설치된 비여현은 어디며, 나아가 그 자리에 나중에 들어선 노룡현이란 곳이 어디인지를 파악하면 갈석산은 위치가 드러난다.

각종 기록을 종합하면 노룡현은 수나라 개황(開皇) 18년(598)에 비여현(肥如縣)을 대체한 이름이다. 노룡현은 이후 크고 작은 변혁이 있기는 했으나, 지금까지도 친황다오시(秦皇島市)를 구성하는 현의 하나로 면면히 그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노룡현 개칭 이전 그 자리에 있었던 비여현은 한무제가 즉위 초반기인 BC 140년에 전국을 103개 군으로 나누고, 13개 주자사부(州刺史部)를 설치할 때는 유주자사부(幽州刺史部)가 관할하는 요서군(遼西郡)에 소속돼 있었다.

이후 비여현은 위(魏).진(晉).전연(前燕).후연(後燕).북연(北燕)에 차례로 속했다가, 남북조시대에는 북위(北魏).북제(北齊)를 거쳐 수나라의 수중에 떨어졌다.

현재의 중국 허베이성 노룡현에는 주(周)왕조에 협조하기를 끝까지 거부한 전설적 인물들인 백제.숙제 형제를 기리는 사당이 있다. 나아가 이곳은 이들 형제가 왕자로 있었다는 고죽국(孤竹國)이란 곳이 있던 자리로 지목되기도 한다.

고죽국은 나중에 위만조선이 정권을 탈취하게 되는 소위 기자조선(箕子朝鮮)과도 밀접한 곳이라는 기록들이 산발적으로 전하고 있다.

이로써 시황제가 4차 순행에서 올랐다는 갈석산은 지금의 허베이성 친황다오시 일대 어딘가(아마도 노룡현 일대)에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니 이곳이 연나라-고조선, 진.한(秦漢)-위만조선의 주요한 국경 분기점이었다는 사실도 확실하다.

그런데 역사학자 이병도는 갈석을 뜻밖에도 한반도의 황해도에서 찾고자 했다.

앞서 태강지리지라는 문헌에서는 낙랑군 수성현에 갈석산이 있고, 이곳이 바로 만리장성이 시작하는 기점이 된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를 주목한 이병도는 지금의 황해도 북부에 위치한 수안(遂安)이란 곳이 수성(遂城)과 음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이곳을 낙랑군 수성현 자리로 지목했다. 이렇게 되고 보니 갈석산도 자연히 황해도 수안 일대에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지금은 다소 황당하게 보이는 이병도의 이런 주장을 통해 역설적으로 갈석산이란 곳이 고조선과 한사군을 이해하는 키워드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http://blog.yonhapnews.co.kr/ts1406

taeshi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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