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옥·정태춘씨 '평택미군기지 반대' 거리공연

2005. 8. 10.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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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도두리벌 가로질러 철조망 지나가고/성조기가 펄럭이고 나팔소리 울리면/나의 사랑 나의 고향 상처 아니 아플꼬/빼앗기고 찢겨지면 상처 어찌 아플꼬."(<나의 사랑 나의 고향>) 지난 9일 밤 8시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 무더위와 일상에 지친 시민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는 노랫가락이 흘러나왔다. 서정적인 현실참여 노래로 유명한 가수 정태춘·박은옥씨가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 거리콘서트 '평화, 그 먼 길 가다'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거리공연이다. 정씨 부부는 한 시간 남짓 공연에서 <다시 첫 차를 기다리며> <북한강에서> <봉숭아> <사랑하는 이에게> 등을 불렀다.

시민 100여명이 신문지를 깔고 앉아, 혹은 선 채로 귀를 기울였다.

공연 제목이 말하듯, 부부는 시민들을 기쁘게 해 줄 목적으로만 거리로 나온 것은 아니다.

관객들은 노래와 그에 곁들여진 설명을 통해 공연 취지를 이해하고는 차차 진지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정씨는 "평택시 팽성읍 도두리는 내 고향"이라며 "미군기지 때문에 아픔을 겪고 있는 고향을 위해 무엇이라도 실천하고 싶은 마음에서 거리공연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그냥 이렇게 여러분을 만나고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곧 성조기로 뒤덮일 정씨의 고향을 위해 그들은 10월 25일까지 매주 화요일 밤 거리공연을 한다. 16일에는 판화가 이철수씨가, 23일에는 시인 도종환씨도 동참한다.

박씨는 "집회에서 노래를 불러봤지만, 무대가 없는 곳에서 부르기는 처음"이라며 "남편 혼자 공연을 하러 나가려 해서 마음에 걸려 함께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공연 중간에 관객들 앞에 선 팽성읍 대추리 주민 신종원(43)씨는 "대추리 사람들은 해방 후 미군기지가 들어서면서 한 차례 쫓겨난 경험을 지녔는데, 또 미군기지가 들어온다"며 "용산기지 이전 계획이 무산돼 편안하게 농사지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말했다.

관객들은 정씨 부부와 '평택미군기지 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의 호소를 듣고는 미군기지 평택 이전 반대운동을 후원하는 '평택 지킴이'에 속속 가입했다. 글 이영경 인턴기자 yum2yum22@hanmail.netr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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