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문화부 김영태 기자]
<
몽유도원도 > 가 마지막 전시된 어제(6일) 국민들이 이 유물에 보인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관람객들은 30초를 보기 위해 6시간을 기다리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아예 몽유도원도 관람객의 줄을 따로 세웠다. 처음엔 작품 한점을 보는데 6시간이나 걸리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설명을 듣고 보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한명당 30초로 잡았을 때 1시간에 120명이 볼 수 있다. 6시간 기다렸다는 것은 자기 앞에 대기 인원이 700명이라는 얘기다. 어제는 하루종일 관람객이 장사진을 이뤘는데, 오전 10부터 밤 9시까지 몽유도원도를 볼 수 있는 인원은 최대 7,700명인 셈이다. 어제 하루만 13,977명이 몽유도원도가 전시와 함께 < 한국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 특별전 > 이 열리고 있는 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을 찾았다.
오후 6시 이후에도 관람객들의 줄은 계속 불어만 갔다. 줄을 서느라고, 나를 포함해 저녁식사를 챙겨먹지 못한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박물관측은 당초 어제 밤 9시까지 전시를 마칠 예정이었지만,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은 입장하도록 배려해 자정 무렵에야 전시를 마칠 수 있었다.
나 역시 어제 오후 5시 15분에 중앙박물관에 도착해 오후 9시 40분에 몽유도원도 관람을 마쳤다. 4시간 30분이 걸렸다.몽유도원도가 어제 전시를 마지막으로 소장처인 일본덴리대학교로 돌아가고, 덴리대측도 공개전시를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하니 실물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던 셈이다.
언론공개회 때 건성으로 보았던지,몽유도원도 실물에 대한 상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서 마지막 기회를 잡으려고 홍보팀에 연락을 해봐도 몇시간씩 줄을 서야 한다는 답변 뿐이었다. 줄을 서야 하는데 중요한 저녁 약속 때문에 그럴 수도 없는 처지였다.
그런데 저녁약속이 연기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즉시 줄서기에 나섰다. 바로 내 앞에는 대전에서 올라온 50대 전후의 여성이 줄을 서있었다. 그녀는 서울에 일보러 왔다가 일을 마치고 4시 16분 대전행 열차에 탑승했으나, 몽유도원도를 보기 위해 2분 전에 열차에서 내려 전시장으로 발길을 돌렸다고 한다.
예정에 없던 일이라 굽높은 구두를 신고서 잠시 앉기도 하면서 잘 버텨냈다. 바로 뒤에는 흰색 태권도 도복을 입은, 초등학교 1학년생쯤 되어보이는 남자어린이가 부모를 따라와 이리저리 돌아다니기도 하고, 아빠의 등에 업히기도 하며 몽유도원도를 기어이 보고야 마는 끈기를 보였다.
또, 두 딸이 노모를 모시고 와서 작품들에 관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모습도 정겨웠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보라고 하여 남여가 함께 온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밤 9시쯤에는 최광식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전시장에 들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최관장이 가족과 함께 왔는데, 그 가족도 몽유도원도를 가까이서 제대로 보지 못하고 돌아갔다고 한다.
나는 드디어 몽유도원도를 실물로 볼 수 있었다. 몽유도원도 그림 규모는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았다. 가로, 세로 각 1m 안팎이다. 안견이 그린 그림에
안평대군의 제찬과 제시는 물론 신숙주,김종서,
박팽년 등의 시문과 글씨까지 포함해 20m에 이른다. 하지만 몽유도원도를 실물로 제대로 음미했다는 점과 김종서의 필체에서 장군다운 호방함을 느낀 점은 소득이었다.
우리 국민들은 왜 이리도 몽유도원도에 대한 관심이 지대할까? 아마도 우리의 대표적 유물이 일본에 돌아가면 영원히 보지 못할 거라는 아쉬움 때문일 것이다. 대전의 여성 관람객은 "외국의 명화가 아니고, 우리의 작품이 대인기를 끄는 것을 보니 마음이 흐뭇하다"며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 때문에 몇시간씩 기다리며 보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우리 국민들의 몽유도원도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생각할 때, 독일 수도원이 우리 왜관수도원에 반환한 < 겸재 정선 화첩 > 처럼, 일본이 우리에게 돌려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울러 소장처인 일본 덴리대학교가 앞으로 공개전시를 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 점도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국립박물관 이원복 학예실장은 "(몽유도원도 반환문제는) 일본 정부가 나서야 하기 때문에 조심스럽고 신중한 접근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유물은 존재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에 덴리대학교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며 "그래서 이번 전시때 우리 박물관측에서도 몽유도원도 사진을 찍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나는 그것도 모르고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몽유도원도 관람을 막 마치고 초등학생 관람객이 하도 대견해서 카메라를 꺼내 그 어린이를 찍다가 직원에게 제지를 당했다. 순간적으로 사진 촬영금지를 망각한 것이다. 일반 관람객뿐만 아니라 언론사 기자의 사진촬영도 금해야 하는 이유를 진정으로 느꼈다.
great@cbs.co.kr
[관련기사]
● 日반환 임박 '몽유도원도' 전시 마지막 날까지 장사진
● 뉴욕에서 온 < 수월관음도 > 는 ?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
<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www.nocutnews.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