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예술인으로 산다는 것'..2명중 1명 월 100만원도 못벌어
【서울=뉴시스】임재희 기자 = #. 지난해 2월 서울 소재 사립대학교 미술학과를 졸업한 김인영(27·가명)씨는 몇 개월째 붓을 놓고 있다. 예술인으로 생활 유지가 불가능해서다. 집에서 용돈을 타서 쓸 형편은 되지만 대학까지 졸업했는데 용돈까지 달랄 염치가 없었다.
그렇다보니 당장 월세 마련이 급했다. 인영씨는 최근 집주변 카페에 아르바이트 자리를 얻어 매월 120만원씩을 벌며 급한 불을 끄고 있다.
대신 인영씨는 조만간 하던 일을 정리하고 한국을 떠날 생각이다. 워킹홀리데이로 시작해 해당 국가에서 학비를 마련한뒤 그곳에서 다시 학위를 취득한다는 계획이다.
영인씨는 "한달에 120만원씩 벌려면 일에만 매달려야 해 다시 미술을 하려고 서울을 떠날 생각"이라며 "예술이 좋아 평생 예술인이 될 꿈을 꿨는데 현실이 어렵다고 그 꿈을 포기할 수 없지 않느냐. 한국에서 어렵다면 외국에서라도 기필코 꿈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영인씨 사례처럼 서울에서 예술인으로 살아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예술활동만으론 생활하기 어려워 아르바이트 등 생계전선에 뛰어들었지만 정작 일하느라 예술로부터 멀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21일 서울시가 공개한 지난해 서울문화재단의 '서울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예술인 430명 가운데 52.1%는 월평균 소득이 100만원 미만이었다. 이중 5.3%는 소득이 아예 없었다.
특히 예술은 예술인들에게 밥을 먹여주는 직업이 못됐다. 월평균 소득중 '예술활동 비중이 없다'는 응답자는 24.4%, '30% 미만'이라는 응답자는 28.8%로 각각 집계됐다.
부족한 소득을 충당하기에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는 아르바이트(51.0%)가 꼽혔다. 이외에 가족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는 경우가 29.8%, 개인의 힘으로 해결하려다 빚더미에 오른 경우도 12.0%로 조사됐다.
일하는 직종에서는 영인씨처럼 예술과 무관하게 일하는 사람이 '50.3%'로 2명중 1명은 소득불안정 등의 이유로 다른 일자리를 갖고 있었다. 실제로 응답자의 42.9%가 '예술활동에서의 낮은 소득', 30.1%가 '예술활동에서의 불규칙한 소득' 등을 다른 업종에서 일하는 이유로 들었다.
다른 지역과 달리 서울에서 예술인으로 일하기 힘든 이유는 또 있었다. 거주비용 등 생활비가 타지역보다 많이 든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였다. 응답자의 43.0%가 그렇게 답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생계전선에 뛰어든 예술인들은 예술로부터 점차 멀어져 갔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술인 실태조사'에서 다른 일을 병행하는 겸업 예술인들의 일주일간 예술활동 시간은 17.8시간으로 예술 외적인 활동(24.9시간)에 투입하는 시간보다 7시간 이상 적었다.
이런 점을 우려해 정부에서는 지난 2012년 '예술인복지법'을 제정하고 예술인들의 생활안정을 돕고 있다.
예술인 생활지원 목적으로 독일이 1983년부터 '예술가 사회금고'를 통해 400여개 예술직종을 대상으로 소득이 없는 실습생이나 예술학교 졸업생 등에 3년간 사회보험을 지원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혜택을 받으려면 저작물이 있거나 예술활동으로 얻은 소득이 1년에 120만원 이상이어야 하고 예술인 경력정보시스템에 입력이 돼 있어야 한다. 이런 번거로운 절차로 인해 전국 13만 예술인중 혜택을 받는 예술인은 2만2000여명(16.9%)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에 서울시도 최근 '최초예술지원사업'을 발표하고 오는 2020년까지 공공지원금 수혜경력이 없는3500여명의 예술인에게 나이에 상관없이 예술대학 졸업후 활동경력 3년이내이거나 만 35세미만일 경우 지원금(200만~3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효성에 반신반의하는게 사실이다.
지원기준을 두기위한 불가피한 조치이지만 '최초예술지원사업'은 지원금을 수령한후 6개월내 예술작품 성과를 증명해야 해야 하기때문이다.
대학생 B모(25)군은 "예술인으로서 경력을 쌓기 어려운 청년들에게 창작 기회를 준다는 점은 반가운 얘기"라면서도 "다만 좋은 작품을 몇개월 만에 뚝딱 만들어 낸다는게 쉬운일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lim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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