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지으면 10년 늙는다?"..완공 앞두고 닥친 난관

신희은 기자 2016. 8. 20.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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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주택 짓기-⑨]늘어나는 공사기간에 대처하는 법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편집자주] 직장인 황모씨(41)는 출퇴근이 편리한 서울 도심에 단독주택을 짓고 살겠다는 '로망'이 있었다. 성능 좋은 스피커로 좋아하는 음악을 마음껏 듣고, 층간소음 걱정 없고, 탁 트인 공간에서 바베큐에 맥주 한 잔을 곁들이는 여유를 꿈꿔 온 탓이다. 주변의 만류와 걱정에도 도심 단독주택행을 결심한 그. 알토란 같은 땅 고르기부터 집을 손보고 정착하는 과정까지, '맨땅에 헤딩'한 이야기를 글로 담았다. 도심 단독주택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솔직하고 생생한 경험을 전한다.

[[도심 주택 짓기-⑨]늘어나는 공사기간에 대처하는 법 ]

"집 지으면 10년은 늙는다던데, 해보니 그 이유를 알겠어요."
"공사기간은 고무줄처럼 늘어나고, 언성을 높이는 일도 종종 생기고요."

건축주와 건축사, 시공업체가 저마다 최선을 다해 집 짓는 과정에 참여하지만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를 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훌륭한 건축사와 솜씨 좋은 시공업체를 만나서 원하는 금액, 기간에 꿈꾸던 집이 뚝딱 생겼다"고 말하는 어느 인테리어 잡지 속 이야기는 믿지 않는 편이 낫다.

집을 신축하거나 리모델링하는 작업은 '로망'에서 출발해 '현실'을 깨닫는 과정인 동시에 많은 인내를 필요로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4주면 된다던 공사기간은 고무줄?"

성북동 단독주택 리모델링 외관 공사가 진행 중인 모습.

황씨는 성북동 단독주택 리모델링 준공일을 5일쯤 앞두고 시공업체로부터 "공사기한을 맞추지 못할 것 같다"는 통보를 받았다. 당초 "4주면 끝낼 수 있다"던 업체는 예상보다 손볼 곳이 많아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그만큼 집에 공을 많이 들였다니 고마운 마음도 생겼지만, 황씨는 레지던스 투숙기간을 준공일까지로 맞춰둔 터라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휴가철 숙박 연장도 쉽지 않은 상황. 결국 공사가 진행 중인 집에 이사를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내부 공사는 90% 이상 마감된 상태였다. 건축주가 집에 입주한 상태로 일상생활과 공사가 병행되는 묘한 나날이 계속됐다. 서로 불편했지만 매일 조금씩 공사가 진행되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건 색다른 경험이 됐다. 살면서 불편한 부분을 바로 수정하고 의견조율이 효율적으로 이뤄진다는 장점도 있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이해와 인내 사이"

노출 천장과 도장한 벽체로 포인트를 준 주택 방 모습.

하지만 건축주에게 공사기한이 늦춰지는 것은 반가운 상황은 아니다. 외부에서 생활해야 하는 기간이 늘면 비용부담이 커지고, 미리 입주하더라도 편안히 생활할 수 없으니 여러모로 손해인 셈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공사를 빠르게 진행해달라고 조를 수도 없다. 시공업체 입장에서도 공사기간이 길어질수록 손해지만 막상 공사를 시작하면 계획대로 굴러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서두르면 날림 공사의 우려도 커진다.

시공업체가 공기를 맞추지 못하면 계약서상으로는 건축주가 일별로 지체상금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돈보다는 제대로 된 집을 짓는 일이 더 중요한 일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는 과정이 필요하다.

공사 기간이 길어지면 소음, 분진에 대한 이웃의 민원도 부쩍 는다. 보통 단독주택 리모델링 혹은 신축공사가 하나둘씩 진행되는 동네는 주민들이 일년 내내 소음에 시달릴 수 있다.

황씨는 "최근에만 벌써 세 집이 공사를 해서 시끄러워서 힘들다는 이웃의 토로를 들으면 정말 미안한 마음"이라며 "집 짓는 게 이웃들의 이해와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필요로 한 일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공사비 추가는 선택 문제…정답은 없다"

높은 박공지붕에 폴딩도어로 테라스까지 트인 조망이 포인트가 된 옥상 서재.

외관 공사를 진행할 때는 당초 계획대로 연출한 모습이 황씨의 마음에 들지 않아 상당 부분 수정을 하기도 했다. 이미 자재를 모두 구입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새로 필요한 자재를 사고 인력을 고용하는 등의 비용은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집을 조금 더 마음에 드는 모습으로 만들기 위해 하나둘씩 욕심을 부리다 보면 공사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마련이다. 외관보다는 내부에, 눈에 보이는 부분보다는 구조에 투자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지만 완공이 다가올수록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황씨는 "결국 계약서상 공사비의 10% 정도는 추가로 투입하게 됐다"며 "많지 않은 비용으로 꽤 괜찮은 집을 얻었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돈을 더 들였으면 훨씬 보기 좋은 집이 됐을까 하는 아쉬움은 여전히 남는다"고 말했다. '공사판' 인듯 '쉼터'였던 집은 과연 올 여름이 가기 전에 완공 테이프를 끊을 수 있을까.

신희은 기자 gorg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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