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대신 책 읽는 '북금'..금요일밤 직장인 몰리는 북카페

김선미 2016. 7. 3.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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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경야독파들의 틈새 독서법
술 마시면서 ‘틈새 독서’를 즐길 수 있는 북바(book bar)나 ‘심야 서점’이 요즘 인기다. [사진 비플러스]
※출처: 한국출판연구소, 전국 성인 남녀 5000명 대상 설문조사
※출처: 한국출판연구소, 전국 성인 남녀 5000명 대상 설문조사

#. 지난달 17일 밤 11시쯤 서울 논현동의 북카페 ‘북티크’. 금요일 밤의 화려한 거리를 지나 도착한 이곳에선 10여 명이 독서에 몰두하고 있었다. 카페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책장에서 책을 고르는가 하면 가방에서 자신의 책을 꺼내 읽기도 했다. 한 시간이 지나 자정이 됐지만 여전히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북티크는 평일엔 오후 10시까지 운영하지만 금요일엔 ‘심야 서점’이란 이름으로 다음 날 새벽 6시까지 문을 연다. 이 때문에 학업이나 업무를 마치고 밤에 책을 읽는 이른바 ‘주경야독족’들 사이에선 소문난 명소로 꼽힌다. 이날 혼자 북티크를 찾은 직장인 김대우(32)씨는 “평소엔 시간이 없어 금요일마다 퇴근 후 2시간씩 이곳에서 책을 읽는다”며 “클럽에 가거나 술을 마시고 노는 것보다 스트레스 해소에 훨씬 좋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9시 마포구 합정동의 북카페 ‘비플러스(B+)에선 술을 마시며 독서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소설부터 만화책, 잡지까지 읽고 있는 책 종류만큼이나 마시고 있는 술도 다양했다. 이곳은 술 마시며 책 읽는 이른바 ‘북바(book bar)’다. 원래 북 카페지만 커피 외에도 4500원짜리 생맥주부터 각종 위스키나 와인도 마실 수 있다. 비플러스의 김진아 대표는 “최근 강남·홍대·합정 등 젊은 층이 자주 찾는 지역을 중심으로 북바가 늘고 있다”며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것처럼 술과 독서를 함께 즐기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다”고 소개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잠시 짬을 내 책을 읽는 ‘틈새 독서’ 바람이 불고 있다. 일과에 쫓겨 책 읽을 시간이 없거나, 독서 자체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을 위한 새로운 공간이 생기면서 이런 바람이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심야서점이나 북바처럼 주로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책을 보거나 여가와 독서를 결합해 부담 없이 즐기는 새로운 독서 문화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혼자 시간을 내 독서하기 어려운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을 쪼개 다른 이들과 책을 읽기도 한다. 서울 시청역 인근의 직장인들이 모여 한 달에 두 권씩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독서 모임 ‘시청역의 점심시간’이 대표적이다. 인터넷 홈페이지에 회원 모집 공고가 올라오면 신청서와 참가비 7만7000원을 내고 가입할 수 있다. 참가비는 책을 읽고 토론하는 공간 이용료 등으로 사용된다.

매달 모이는 인원은 평균 40여 명. 정체성·사랑 등 주제에 맞는 책을 읽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런치타임 북클럽’이나 매주 2번씩 아침에 글을 쓰는 ‘모닝 페이지’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매일 책 한 구절씩을 필사해 인터넷 카페에 서로 공유하기도 한다. ‘시청역의 점심시간’의 홍예담 매니저는 “책을 읽고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고 남들과 나눌 수 있어 찾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틈새 독서 바람이 부는 배경에는 시간적·정신적 여유가 점점 줄어드는 사회 분위기가 맞물려 있다. 지난해 한국출판연구소가 성인 5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년간 1권 이상의 일반도서(교과서·참고서·수험서·잡지·만화를 제외한 종이책)를 읽은 사람은 65.3%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 3명 중 1명은 1년 동안 책을 1권도 읽지 않았다는 얘기다. 2013년과 비교했을 때도 6.1%포인트 감소한 수치다.독서를 못하는 이유로는 ‘일 또는 공부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34.6%), ‘책 읽기가 싫고 습관이 들지 않아서’(23.2%) 등이 꼽혔다. 이화여대 최샛별 사회학과 교수는 “모바일과 인터넷 사용이 늘고 경쟁이 심해지면서 독서에 신경 쓸 여유도 없어지는 추세”라며 “하지만 독서의 중요성을 이해하기 때문에 또 다른 형태의 독서 문화가 생겨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안찬수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사무처장은 “책을 반드시 도서관이나 책상에 앉아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독서 습관을 들이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며 “연령이나 직업, 독서 취향 등에 맞춰 자신만의 독서 스타일을 만들거나 다양한 프로그램을 찾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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