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히스토리아] 마음에 점을 찍는 점심과 딤섬

2015. 7. 27.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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딤섬(Dimsum)을 보통 중국 만두 요리로 알고 있다. 정확하게 딤섬은 가볍게 먹는 식사라는 의미다. 한자로는 점심(點心)이라고 쓴다. 우리가 정오에 먹는 식사인 점심과 한자가 같다. 우리의 점심과 중국의 딤섬, 서로 관련이 있을까?

점심이라고 할 때의 한자는 점 점(點) 자에 마음 심(心) 자를 쓴다. ‘마음에 점을 찍는다’는 뜻이다. 먹는 음식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그런데 왜 우리가 낮에 먹는 식사나 중국의 가벼운 식사를 마음에 점을 찍는 것이라고 했을까? 고대의 식사습관과 관련 있다. 옛날에는 아무나 하루 세 끼를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황제나 제후만 하루 3~4번 식사를 했고 보통 사람들은 하루 두 번 먹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때문에 식사 중간에 시장기를 달래줄 가벼운 음식이 필요했고 이럴 때 먹는 간식을 점심이라고 했다.

점심이라는 단어가 처음 보이는 것은 중국 당나라 때다. ‘칠수유고(七修類稿)’라는 문헌에 점심이라는 말이 처음 나온다. 정삼이라는 당나라 재상의 부인이 “아직 아침밥 먹을 때가 되지 않았으니 우선 점심을 먹자”라 말했다고 적혀 있다. 이때는 지금과 달리 아침 식사 전, 공복을 달래는 음식을 점심이라고 했다.

그런데 간단하게 먹는 식사를 놓고 마음에 점을 찍는다는 뜻의 점심이라 부르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조선의 실학자 이익이 ‘성호사설’에 점심의 의미를 풀이해 놨다. 허기가 진다는 느낌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니, 허기진 마음에 점을 찍듯 음식을 조금 먹어 배고픈 마음이 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로 점심이라는 것이다.

점심은 이렇게 허기진 마음을 채우며 간단히 먹는 음식이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한자 문화권에서는 나라와 지역에 따라 의미도 달라졌고 발음에도 차이가 생겼다.

흔히 중국식 작은 만두 요리를 딤섬이라고 하는데, 간단하게 식사처럼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모두 딤섬이 될 수 있다. 홍콩에서 주로 먹는 딤섬만 해도 200가지 종류가 넘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만두 종류기에 만두가 딤섬이라고 알려진 것이다. 광둥어인 딤섬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딤섬은 홍콩에서 발달해 세계로 퍼졌다.

참고로 딤섬 전문점 만두를 간단하게 구분하면 찐만두(蒸餃) 종류인 교자만두, 샤오롱바오(小籠包) 같은 포자만두, 사오마이(燒賣)라는 만두, 그리고 소가 없는 만두 종류인 만터우(饅頭), 스프링롤인 춘권(春捲)으로 구분한다.

딤섬 중에서도 대표적인 교자만두가 하가우(蝦餃)인데 광둥 음식으로 새우를 넣어 찐 만두다. 만두피로 얇고 반투명한 전분을 쓰는 하가우는 만두를 빚을 때 12개 이상으로 주름을 잡아 머리빗 모양으로 빚는 것이 관건이다. 맛과 함께 시각적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는 것이 요리사의 능력이다.

만두에 육즙이 가득 들어 있는 샤오롱바오는 작은 찜통에 찐 만두라는 뜻이다. 19세기 중반 상하이 만두집에서 개발했는데, 딤섬 유행에 기여한 음식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만두 속의 즙을 마시는 샤오롱바오의 뿌리는 멀리 송나라 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딤섬의 대표 격인 사오마이는 끝 부분을 밀봉하지 않고 꽃 모양으로 꾸민 만두다. 사오마이는 원나라 때 찻집에서 발달한 만두다. 찔 때 꼭대기를 밀봉하지 않은 이유는 손님에게 직접 만두소의 내용물을 눈으로 확인시키기 위한 것이다. 만두소의 종류가 너무 많아 소고기가 들었는지 혹은 양고기가 들었는지, 파와 함께 넣었는지 무와 두부를 넣었는지 구분하기 위해서였다고 전해진다.

점심과 딤섬, 전혀 관련 없을 것 같지만 묘하게 뿌리가 맞닿아 있다. 하루 두 끼 먹는 사람들이 간식으로 먹었다는 역사적 의미를 보면 하루 세 끼를 먹을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옛날 기준으로는 행복일 수 있다. 오늘 점심으로 딤섬을 먹는다면 행복감이 두 배가 될 수도 있겠다.

[윤덕노 음식문화평론가 / 일러스트 : 정윤정]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17호 (2015.07.22~07.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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