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신자유주의 전도사 '참회의 책' 화제

2009. 1. 19.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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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국식 경제학이 올바르다 생각했었다"

경제전략회의 전 의장 나카타니저서 통해 미국식 경쟁주의 맹비난

규제 완화, 자유 경쟁, 시장 중시 등 일본의 구조개혁 노선을 이끌었던 저명한 경제학자가 스스로 '참회의 책'이라고 칭한 저서를 출간하고, 미국식 자본주의를 맹종했던 자신의 행적을 반성했다.

오부치 게이조 내각(1998년 7월~2000년 4월) 당시 총리 자문기관인 경제전략회의의 의장대리를 역임한 나카타니 이와오(67·사진) 미쓰비시유엔프제이 리서치 앤 컨설팅 이사장은 지난해 말 출간한 저서 <자본주의는 왜 자멸했는가>를 놓고, <주간 금요일> <도쿄신문> 등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전향'의 이유를 소상히 밝혔다.

이와오 이사장은 한때 '1억 총 중류'란 말로 전 국민의 중산층화를 구가했던 일본 사회가 최근 20년 사이에 (선진국 가운데)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빈곤율(소득재분배 포함한 수치)이 높은 나라가 됐다며,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일본의 구조개혁을 자성했다. 경제전략회의를 통해 파견사원 완전자유화, 의료제도에 경쟁원리 도입, 소득세의 최고 세율 인하를 제안해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권에도 큰 영향을 준 구조개혁 전도사로서는 180도 전향선언인 셈이다.

그는 "최근 일본은 급속히 빈곤층이 늘고, 구급의료를 받을 수 없는 '구급 난민'도 늘고 있다"며 "일본인이 소중하게 키워왔던 사회적 가치를 파괴하는듯한 개혁에는 찬성할 수 없고, 새로운 개혁의 시나리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버드대 유학 시절(1969~1974년) "미국의 풍요로움에 압도당해서 하버드에서 배운 미국식 경제학이야말로 올바르다고 생각하며 귀국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미국식의 구조개혁의 결과 "의료도 복지도 경비절감, 경쟁원리가 우선돼 고도성장을 지탱해준 사람들의 존엄을 짓밟는 후기고령자의료제도가 등장했다"며 "거리를 헤매는 사람들에게 차가운 '자기책임'이라는 말이 부과됐다"고 후회했다.

그는 금융공학을 구사해 거액의 자본이 수시로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것을 '정의'라고 주장하는 글로벌자본주의는 세계경제의 활성화에 기여했으나, 한편으론 세계를 대공항에 빠뜨리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엘리트층은 보다 많은 정보를 보유하는 것뿐아니라 정보를 만들어낼 수 있다"며 "시장에 영향을 주는 정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들이 돈을 더 많이 버는 게 당연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이와오 이사장은 "파탄 상태인 미국 증권사인 골드만삭스 종업원의 평균 연봉이 7천만엔(2007년)에 달하는 데 비해 미국에서는 5천만명 가까운 사람이 건강보험에도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도형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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