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겐 봄이 없다] <1> 청년의 봄: 쏟아져 나오는 빚더미 백수들

2011. 2. 24.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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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착같이 아르바이트 했는데…빚나는 졸업장만 남아"10명 중 7명이 부채 1인 평균 1125만원"연체자로 전락하면 취업문도 막히겠죠"

올해로 대학을 졸업한 지 벌써 3년 째. 주모(29)씨는 졸업 후 1년여의 백수생활 끝에 동화책을 만드는 소형 출판사에 가까스로 취직했다. 교정ㆍ교열 업무로 발을 들여놓았지만 각종 잡일을 도맡아야 했다. 쥐꼬리만한 급여도 그나마 제때 지급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7개월 만에 퇴직, 그러나 아무런 대책도 없었다. 지금껏 이력서를 낸 회사만도 100여곳에 달하지만, 그는 여전히 실업자 신세다. 학창시절 등록금과 생활비 마련 등으로 불어난 빚은 현재 1,700만원 가량. 연체자가 되면 취직 기회가 아예 봉쇄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커피숍이나 세차장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악착같이 버티고 있지만, 언제 나락으로 추락하게 될 지 두렵기만 하다. "이러다 정말 평생 일자리 없이 살아가야 하는 건 아닌지 공포감이 몰려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사회 첫 출발부터 낙오자가 된 기분이예요."

대학 졸업생치고 '채무자'아닌 이들이 없다. 부유한 가정 출신도 있겠지만, 상당수 젊은이들은 사회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빚을 떠안는다. 1년에 족히 2,000만원에 육박하는 학자금과 생활비를 마련하자면 달리 방법이 없다. 잡코리아가 지난 해 대학 졸업예정자 1,17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1인당 평균 부채 규모는 1,125만원. 10명 중 7명 이상(72%)이 빚을 안고 있다. 오죽하면 대학은 더 이상 우골탑(牛骨塔)이 아니라 이제 인골탑(人骨塔)란 얘기까지 나왔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다만 1년이라도 더 학생 신분으로 남길 원한다. 학교 문턱을 넘는 순간 곧 바로 실업자 신분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전체 실업자(1월 91만8,000명) 중에 30세 미만 청년 실업자가 36만3,000명. 실업자 10명 중 4명은 힘찬 새 출발을 해야 하는 청년들인 셈이다. 이 뿐이랴. 취업준비자 57만명에 구직 단념자도 24만명. 지금 이 순간, 족히 100만명 안팎의 젊은이들이 사실상의 백수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졸업하자마자 취업에 성공한 이모(28)씨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대학 4년과 대학원 2년, 그리고 리서치회사 근무 3년. 정말 쉴 새 없이 달려왔다. 학창 시절에는 과외 2~3건은 기본이고 유치원생 셔틀버스 픽업 등 돈 되는 것이라면 가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씨에게 지금 남은 건 2,200만원이 넘는 빚. 200만원 남짓한 월급에서 매월 60만원 가량 대출 원리금을 갚아야 했고, 부모님 대신 주공아파트 월세금(9만원)이나 생활비도 일부 부담해야 했다. 결혼은 아예 꿈도 꾸지 못한다. 이씨는 "공부도 나름 잘 하고 일도 누구 못지않게 열심히 하고 있는데도 좀처럼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올해 대학교 4학년 1학기를 맞는 권모(23)씨는 4월부터가 걱정이다. 부모님 없이 할머니와 살면서 지금까지 3차례 대출을 받았다. 이미 1건(460만원)은 매월 15만원씩 갚아나가고 있는데, 4월이 되면 또 1건의 대출(500만원)에 대해 상환이 시작된다. 학교 생활과 동시에 학원 파트타임 국어강사를 하면서 버는 돈은 15만원 남짓. 그나마 그가 다니는 대학의 등록금이 올해 동결이 된 것이 다행이라지만, 학기당 360만원인 등록금도 감당하기엔 몹시 벅차다."4학년이면 취업 준비에 전념을 해도 일자리를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에요.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시간을 쪼개서 아르바이트를 두어 건은 더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아마 그렇게 되면 졸업을 한다고 해도 일자리 구하기는 더욱 더 힘들어 지겠죠?"

대학을 졸업하는 순간, 빚더미 위에 앉은 백수 신세가 되어야 하는 현실. 과연 젊은이들이 이 속에서 꿈과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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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태기자 ytlee@hk.co.kr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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