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속 병원 평가, 이제는 제약사가 병원평가?

2008. 10. 6.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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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시행하는 병원평가에서도 효용성과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제약회사 계열사가 3개월째 병원평가를 주도하고 있어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병원평가로 인해 현행 법상 환자유인·알선을 금지토록 하고 있는 의료법에 위반소지가 있는 데다, 평가점수를 낮게 받은 병·의원들의 원성도 만만치 않은 상태라 문제다.

분유 등 유제품으로 인지도가 높은 '일동후디스'는 한 의료정보사이트와 함께 지난 7월부터 병원평가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오는 10월17일까지 진행되는 이벤트는 매달 회를 달리해 벌써 3회째에 이르고 있다. 해당 이벤트 페이지에 따르면 '내가 다니는 병원, 만족도 평가하고 건강 선물받자'는 모토로 환자들이 직접 동네 병의원에 대한 만족도를 평가하고 후기를 남기도록 하고 있다.

환자는 평가할 병원을 직접 검색해 찾아내 직접 '환자만족도 평가와 후기'를 작성하면 추후 추첨을 통해 뮤지컬초대권, 귀체온계, 생리대 등 경품을 제공받을 수 있다.

환자만족도 평가는 ▲의사의 친절도 ▲치료결과 만족도 ▲병원시설 만족도 ▲간호서비스 만족도 ▲병원의 추천여부 등 다섯가지 항목에 대해 별점을 주도록 하고 있다.

이용 후기는 환자가 직접 병원 진료후 받은 느낌을 여과없이 적도록 하고 있으며 이를 종합해 병원종합평가 점수를 내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평가가 지극히 환자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이뤄지는 만큼, 평가를 좋게 받은 병원은 둘째치고 점수를 낮게 받은 병원은 피해를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2일 해당 병원평가에 따르면, 전체 병원 평균 평점이 71.45점이다. 그러나 이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병원은 상대적으로 평가절하 돼 자칫 '나쁜 병원'으로 낙인 찍힐 수 있다는 점에서 병원 관계자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병원평가 대상이 된 경기도 A산부인과 관계자는 "환자 한두명의 의견으로 인해 평점이 평균보다 낮은 것을 보고 과연 왜 이런 평가를 하는 지 의문스럽다"며 "점수가 높은 병원이라고 모든 장점이 있는 것은 아닌데 환자의 주관적 평가로 서열화하는 저의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서울의 B소아과 원장은 "안그래도 요즘에 병원평가 때문에 말이 많고, 특히나 입소문이 좌지우지되는 소아과의 경우 이같은 평가로 점수가 나쁘면 환자 유치에도 문제가 많이 생긴다"며 우려를 표했다.

특히 이번 평가가 일동제약의 계열사인 일동후디스가 꾸준히 후원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병·의원들의 불만이 적잖다.

일동후디스는 일동제약 회장인 이금기 회장이 겸직하고 있는 회사로, 사실상 한 CEO 밑에서 운용되고 있다. 이처럼 사실상 제약사가 병원평가까지 나서면서 평가를 받는 입장인 의료기관의 의사들의 불쾌감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제약사가 직접 나서면 구설수에 오를까 싶어 병원평가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일동후디스를 내세운 저의도 의심스럽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전남 광주의 C내과 원장은 "병원평가의 취지가 환자에게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돕는 것인데, 환자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고 있으니 어패가 있다"며 "더구나 이를 주관하는 곳이 제약사라는 것이 왠지 찜찜하다"고 말했다.

대구 D피부과 관계자도 "제약사 계열사가 왜 하필 병원평가를 하는지,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일동 측의 실익이 과연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혹여 영업망을 넓히려는 전략은 아닌지, 평가의 목표가 궁금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이같은 논란 속에 보건복지가족부 의료제도과 관계자는 "정부도 일선 병원들의 피해를 우려해 매년 의료기관 평가 점수를 세세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평가점수를 공개하면 점수가 높은 병원은 밀어준다는 의혹에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이뤄지는 것이지만, 특정 병원명이 공개되고 이를 통해 병원 매출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법상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사실상 환자 유치에 악용될 수 있다"고 불법성 판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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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제휴사 / 아임닥터뉴스 석유선 기자 ( sukiza@idoctor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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