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운동으로 제적.. 입학한지 50년만에 졸업합니다"

윤정아기자 jayoon@munhwa.com 2011. 2. 9.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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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졸업장 받는 김도현 前 문화부 차관

"고졸자였던 제가 입학한 지 반세기 만에 대졸자가 되네요. 졸업증명서 들고 취업 준비라도 해볼까 합니다. 하하하."

지난 1964년 '6·3학생운동' 당시 서울대 학생운동을 주도하다 제적을 당했던 '6·3세대' 김도현(68) 전 문화체육부 차관이 입학한 지 50년 만에 졸업장을 받게 됐다.

김 전 차관은 9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6·3학생운동이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되면서 복학의 기회를 얻게 됐다"며 "졸업학점이 1학점 모자라 지난해 9월 재입학해 수업을 듣고 논문도 썼다"고 뒤늦은 졸업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문리대 정치학과 61학번으로 입학해 정확히 50년 만의 졸업이다.

김 전 차관이 대학을 졸업하기까지는 흘러간 세월 이상의 인내와 노력이 필요했다. 1964년 6월3일 한일회담 반대와 독재정권의 계엄령에 항거하기 위해 대학생들이 주도한 6·3학생운동 당시, 그는 서울대 학생운동을 주도하다 그해와 이듬해에 연거푸 두 번의 제적을 받고 재입학의 기회를 잃었다.

하지만 세월이 오래 흐른 후 2007년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의 개정으로 6·3학생운동이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받으면서 김 전 차관 또한 복학의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됐다. 김 전 차관은 "제가 6·3운동에 참여했다는 것을 인정받기까지 3년이 걸렸고 이 증명서를 들고 교육부와 서울대에 직접 편지를 보내 복학의 기회를 얻기까지 또 1년이 걸렸다"고 밝혔다.

김 전 차관은 "현재 학칙상 졸업이수 학점이 1학점이 모자라 지난해 9월 재입학하게 됐다"는 에피소드를 꺼내면서 다시 한 번 크게 웃었다. 김 전 차관은 이에 따라 지난해에는 20대 청년들과 '한국정치의 이해'라는 과목을 들으며 특별한 늦깎이 캠퍼스 활동을 보냈다. 그는 "한국정치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민주화 운동에 대한 강의가 있었는데 6·3학생운동에 대한 교수의 설명을 들으며 묘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은 "'한국의 정치변동과 헌법개정'이라는 졸업논문까지 쓰고 지금은 다른 대학생들처럼 초조하게 통과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졸업장이 없어 취직이 안 되나 싶었는데 이제는 졸업증명서를 뽑아들고 취직자리나 알아볼 생각"이라며 웃었다. 김 전 차관은 영남일보 논설위원에 이어 김영삼 정부 시절 문화체육부 차관을 지냈다.

윤정아기자 jay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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