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피플] '아약스' 석현준 인터뷰, "제2의 즐라탄을 꿈꾼다"

정수창 2010. 6. 8.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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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네덜란드 명문 아약스, 영화 같은 입단 과정, 그리고 2군 리그 골 폭죽(9경기 8골)과 유로파리그 출전까지. 석현준(19)에게 지난 9개월은 꿈의 롤러코스터였다. 불과 1년도 채 지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수 많은 '유망주' 가운데 하나에서 한국 축구의 '미래'로 까지 불리게 된 때문이다.

하지만 팬들은 여전히 석현준에 대해 궁금한 것 투성이다. 네덜란드 리그를 쉽게 접하지 못하는 탓에 알려진 게 별로 없어서다. 과연 어느 정도의 기량을 갖고 있길래 아약스의 문을 통과할 수 있었는지, 어떻게 18세의 유망주가 입단 한 달 만에 1군 무대에 데뷔할 수 있었는지. 축구 팬들은 석현준을 향한 환상과 기대감이 맞물려 그의 모습이 담긴 2~3분 남짓한 동영상에 환호하기도 했다.

그런 석현준이 지난 5월 말 국내로 돌아왔다. 잠깐 동안의 휴식과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 게임 및 올림픽 대표팀 훈련 참가를 위해서다. 입단 발표 직후 풋풋했던 모습은 사라져 있었다. 대신 치열했던 네덜란드 리그를 경험하고 체득한 프로의 자세가 녹아있었다.

아약스 입성기가 '파트 1'이라면 이번에 석현준이 들려준 이야기는 '파트 2'다. 파트1은 '무대뽀 정신'이 골자였다. 에이전트와 함께 무작정 욜 감독을 찾아가 입단 테스트를 신청했고, 단번에 합격 통보를 받아낸 드라마가 1부를 장식했다면 이어지는 2부는 아약스에서의 경험담일 것이다. 석현준에게서 듣는 2부 스토리는 흥미진진했다. 아약스 생활의 교훈, 욜 감독과의 교감, 나아가 국내 팬들을 향한 감사와 각오가 담겨 있다.

- 입단 한 달 만에 1군에 합류했다. 입단 테스트를 받아 2군 무대에서 몸을 만들었던 것 치고는 상당히 이른 시간인 것 같다.

많은 운이 따랐습니다. 같은 2군에 조프리 카스티욘이라는 네덜란드 유망주가 뛰고 있어요. 각급 대표팀을 거쳤고, 193cm의 장신에 흑인의 탄력까지 갖춘 친구죠. 1군의 마르코 판텔리치가 부상을 입어 욜 감독님이 카스티욘을 점검하기 위해 2군들을 1군 훈련장으로 불렀어요. 사실상 카스티욘을 점검하기 위한 훈련이었죠.

그런 카스티욘에게 위축됐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실력이 그렇게 뛰어나지도 않았고, 훈련 도중 부상을 당했습니다. 그래서 욜 감독님이 저에게 일주일 동안의 1군 훈련 합류를 지시했어요. 저는 그 기회를 놓치기 싫어 죽기살기로 했습니다. 무조건 남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랬더니 욜 감독님이 다음주, 그 다음주도 1군 훈련에 남으라고 하셨어요.

- 지난 2월 로다 JC전에서 후반전 교체 출전으로 데뷔전을 가졌다. 소감은?

1군에 남아있는 게 좋아서 정말 열심히 훈련에 임했습니다. 그랬더니 1군 선수들에 비해 제가 그렇게 많이 처지는 것은 아니라는 인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욜 감독의 출격 지시가 떨어졌죠. 당시 욜 감독님은 저에게 "너는 전술이 필요없다. 나가서 분위기를 즐기면 된다"라고 말씀하셨어요. 그 말을 듣고 마냥 좋아 긴장을 덜 수 있었어요. 하지만 많은 긴장을 했어요. 조바심을 냈죠. 지금 생각하면 아쉬운 부분이 많아요.

- 유벤투스와의 유로파리그에도 2경기 출전했다. 유벤투스하면 세계적인 명문 구단인데.

게임이나 TV에서 보던 선수들이 제 옆에서 훈련을 하더라구요. 마우로 카모라네시, 알렉산드로 델 피에로, 다비드 트레제게 등과 바로 옆에서 훈련을 하니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곁눈질을 하고 싶었지만, 운동장 위에서는 적일뿐이니 내색은 안했어요. 경기에서는 이탈리아 대표팀의 지오르지오 키엘리니와 대결을 펼쳤습니다. 키엘리니는 최종 수비수고 저는 4-3-3 전형의 최전방 공격수를 맡았거든요. 경기가 끝나고 키엘리니가 저에게 어깨를 툭 치며 "너 강하더라. 만만치 않았다"라고 했습니다. 저도 무언가 맞받아 쳤어야 했는데 그냥 얼떨결에 "고맙다"고만 말해버렸어요(웃음). 2009/2010 시즌 아약스가 리그 2위를 기록해 내년에는 챔피언스리그에 나섭니다. 정말 많은 기대가 되요.

- 아약스 팬들이 별명으로 브루스 리(이소룡)와 빗대어 '브루스 석'으로 지은 것을 알고 있나? 무척 이른 시간에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같다.

팬들이 갑자기 경기장 안팎에서 "숙숙~"하는데 처음엔 몰랐다가 팀 동료들이 가르쳐 줘서 알았어요. 그리고 아약스 암스테르담 아레나에 저와 관련한 걸개가 걸렸습니다. '우리는 리오넬 메시가 필요 없다. 우리에겐 숙이 있다'란 문구가 들어간 걸개였죠. 그것을 보고 너무나 좋았습니다. 아약스 팬들의 열정은 정말 대단한 데 그런 열정과 사랑에 보답하고 싶었어요.

- 레알 마드리드의 주제 무리뉴 감독은 "아약스 출신이라는 것만으로도 검증은 완료"란 말을 한적이 있다. 자신에게 아약스 입단은 어떤 도움이 될 것 같은가?

저는 아약스가 최종 목표는 아닙니다. 빅리그에서의 활약이 목표입니다. 그렇지만 첫 프로 구단이 아약스인 것은 행운인 것 같아요. 저를 발전시킬 수 있는 구단입니다. 팀 동료들과 함께하며 어디서는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췄어요. 또 축구 내적으로도 많은 공부가 됩니다. 제가 나온 용인 FC도 전국 최고의 시설과 여건을 자랑합니다. 시설과 선생님들의 수준이 정말 대단하죠. 용인시의 꾸준한 투자로 많은 유망주들이 배출되고 있습니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 대표팀에도 용인 FC 출신의 김보경(오이타), 이승렬(서울) 선배님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아약스에서의 훈련은 차원이 다릅니다. 아약스 축구의 본질을 살리면서도 개인의 창의성을 이끌어내는 훈련을 실시합니다. 저도 아약스의 훈련 방법으로 골 결정력과 문전 안 몸싸움을 기를 수 있었어요. 이번에 저의 입단을 계기로 아약스와 용인 FC가 협약을 맞게 되어 정기 교류를 갖게 되었습니다. 아약스 유소년 코치들이 선진 축구의 지도 방법을 국내에도 많이 소개했으면 좋겠네요.

- 타지 생활이 힘들지는 않나? 과거 토트넘에서 이영표를 지도했던 욜 감독이 많이 이해해줄 것 같다

욜 감독님은 저의 정신적 멘토와도 같은 분이십니다. 저는 원래 네덜란드에서 '준'으로 불렸는데 욜 감독님이 저에게 '숙기'라는 이름을 지어 주셨어요. '숙기'는 '숙'의 네덜란드 발음이죠. 다음 시즌 아약스는 루이스 수아레즈와 판텔리치의 이적을 대비해 1~2명의 공격수를 영입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욜 감독님은 저에게 "새로운 경쟁자들과 싸워 이겨라. 너는 충분히 해낼 가능성이 있다"며 자신감을 북돋아 주셨어요.

또 시즌을 마치고 한국에 입국하기직전 욜 감독님이 저의 입단 배경을 설명해주셨는데요. 제가 아약스 출신 유소년들보다 잠재력과 기량이 뛰어나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 말을 들었을 당시에는 별게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주위 분들이 네덜란드인들의 자부심에 미루어 욜 감독이 그렇게 말했다는 건 엄청난 의미를 지닌다고 하시더라구요. 그 말을 듣고 더 열심히 해야 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후반기 들어 2군에서 활약했던 이유도 제가 못해서 그랬던 게 아니라며 친절히 설명해 주셨구요.

그리고 욜 감독님이 저에게 이영표 선배님의 최근 근황을 물어보셨어요. 저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활약 중이시라고 대답했죠. 그랬더니 욜 감독님이 화들짝 놀라시며 "왜 거기에서 뛰냐고, 아직 빅 리그에서 뛸 수 있다"고 하셨어요. 저는 이영표 선배님의 지금 활약도 대단하시고, 여전히 한국 대표팀의 주축이라고 덧붙이며 욜 감독님을 달랬어요.

- 얼마 전 홍명보 감독이 발탁한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 대표팀에는 김동섭(도쿠시마), 박희성(고려대), 조영철(니가타), 지동원(전남) 등 쟁쟁한 공격수들이 많다.

김동섭형과 박희성형은 저보다 두 살이 많아요. 잘하는 형들이시죠. 그리고 (지)동원이는 고교생활 내내 저와 묶였었어요. 친분도 두텁구요. 동원이와는 항상 비교의 대상이었어요. 그리고 저의 모토인 죽기살기로 하면 주전 입성과 최종 발탁도 안될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이 마음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광저우 아시안 게임은 11월에 열려 아약스의 2010/2011 시즌과 겹칩니다. 제가 아시안 게임에 나설 수 있을지 아직 잘 모릅니다. 저는 한국을 대표하여 꼭 뛰고 싶습니다. 일단 욜 감독님은 이영표 선배님을 지켜보기도 했으니 한국인의 특수 상황(군 면제)을 잘 이해하실 것이라 믿습니다(웃음).

- 아약스 입단 전의 입단 후의 석현준은 달라졌나? 자신만의 강점을 설명한다면?

제가 생각해도 정말 많은 성장을 이뤘어요. 페이스 조절, 효율적 움직임, 개인기술 등이요. 그리고 저는 '키가 크면 개인 기술이 없다'는 편견을 가장 싫어해요. 그래서 끊임없이 기술을 연마하고 있죠. 저는 키가 190cm지만 활동영역을 넓히는 걸 좋아해요. 과감한 드리블 돌파도 즐기구요. 왼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치고 들어와 감아차기 슈팅이나 강한 슈팅을 때리는 패턴을 좋아하죠. 홍명보 감독님도 저의 스피드를 적극 살리라고 주문하세요.

- 지난 네덜란드 U-20 친선 대회에서 홍명보 감독, 서정원 코치, 김태영 코치와 호흡을 맞췄다. 지도를 받아본 소감은?

세분 모두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아약스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것들이었죠. 홍명보 감독님은 축구선수로서의 자세와 인성, 성실한 자세를 강조하십니다. 다시 한 번 저를 다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어요. 서정원 코치님에게는 공격수의 세세한 움직임을 배웠습니다. 아약스에서도 배울 수 없었던 서정원 코치님만의 비법이었어요. 수비진을 따돌리는 방법이었습니다.

- 자신을 향해 많은 기대가 쏟아진다는 것을 알고 있나? 한국 대형 공격수의 적자라는 기대가 쏟아질 정도다.

친구를 통해 듣긴 들었습니다. 저에게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죠. 하지만 저는 국내 팬들에게 보여준 것이 아무것도 없을뿐더러 아직 유망주일 뿐입니다. 그리고 세계적인 선수가 되기 위해 보완해야 될 것이 너무 많습니다. 하나를 보완하면, 또 다른 것을 보완해야 하고, 보완한 것은 유지해야 하고, 도저히 훈련을 조금이라도 게을리 할 수가 없네요. 실전 훈련은 물론이고 세계적 선수들의 영상을 끊임없이 보며 단련 중입니다. 침착성, 세밀함 등도 가꿔야 하구요. 그리고 국내 팬들에게 보여준 것이 없어 한국에서 평가전 등이 열리면 몸이 부서질 각오로 뛸 생각입니다. 제 실력과 아약스에서 배워온 많은 것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 이미 국내에서 석현준의 많은 팬들이 생겼다. 팬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제가 아직 부족한 게 많지만 항상 보완해나가겠습니다. 그래서 팬들이 원하는 스타 플레이어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개인적인 목표는 한국이 길이 남을 스트라이커, 골잡이가 되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리며 더욱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 끝으로 하나만 더 묻겠다. 별명이 에마뉘엘 아데바요르(맨체스터 시티)다. 외모가 닮아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석현준이 훨씬 잘 생기고 살인 미소도 갖췄다.

뛰는 폼이 닮아서 생긴 별명이에요. 청소년 대표팀에 속했을 당시 동료들이 저를 보자마자 '아데바요르랑 똑같다!'며 웅성웅성 거렸죠. 그런데 지금은 많이 바뀌었어요. 예전에는 보폭을 넓게 가져갔지만 지금은 잔발 드리블과 보폭을 많이 사용하거든요. 아약스 입단 후부터 공격수의 정통 움직임과 세밀한 드리블 연습에 전력을 쏟고 있습니다. 아, 그리고 이제 저의 롤모델은 FC 바르셀로나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입니다. 이브라히모비치의 플레이를 배우고 싶어요.

인터뷰=정수창 기자

사진= 이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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