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온 마이클 샌델 "무상급식? 외부인이 보기엔.."

2011. 10. 12. 15:3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김시연 기자]

< 정의란 무엇인가 > 저자인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가 12일 서울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열린 매경 세계지식포럼 강연해서 청중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세계지식포럼 제공

< 정의란 무엇인가 > 를 쓴 마이클 샌델은 한국의 무상급식 논쟁을 어떻게 바라볼까?

12일 매경 세계지식포럼 강연 차 한국을 찾은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는 "한국 무상급식 논쟁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정의와 공정함에 대한 가치 충돌이 실생활에 구현된 정말 신기한 예"라고 큰 관심을 나타냈다.

"한국 무상급식 논쟁 큰 관심... 토론진행 제의 오면 하겠다"

이날 오전 서울 광장동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열린 특별강연 직후 기자회견장을 찾은 샌델 교수는 "무상급식 원칙은 부모의 부에 상관없이 모든 아이 급식을 사회에서 책임져야 하고, 학생의 사회적 소외 문제 역시 피해야 한다 것"이라면서 "한쪽에선 무상급식 대상 아이들의 사회적 소외와 모욕감을 피하려면 전면 무상급식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한쪽에선 누가 무상급식 대상자인지 숨기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정리했다.

다만 어느 쪽이 더 설득력 있다고 보느냐는 < 오마이뉴스 > 기자 질문에는 "외부인으로서 정책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건 지나치고 교수로서 토론을 공개적으로 진행할 기회가 있다면 토론 끝에 공동 합의를 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만약 이 문제로 TV 토론 진행 요청이 오면 기꺼이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마침 무상 급식 문제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샌델 교수는 이날 저녁 박원순 서울시장 야권단일 무소속 후보를 만나 대담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끈다.

지난 2010년 8월 아산정책연구원과 김영사 주최로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특강을 하고 있는 마이클 샌델 교수.

ⓒ 김영사

그는 이미 두 차례 한국을 방문해었다. 내년 봄 < 시장과 정의 > (가제)란 책 출간을 앞두고 있는 샌델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금융위기 이후 시장지상주의와 사회정의 충돌 문제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최근 월스트리트 점거 시위에 대해 샌델 교수는 "사람들이 점거하고 항의하는 건 경제 위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의와 공정성 문제가 핵심"이라면서 "금융위기를 부른 월가 투자 은행들이 호황 때는 엄청난 돈을 벌다가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자 구제금융으로 납세자들의 돈으로 손실을 메우는 상황에 분노와 허탈감을 표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익은 월가, 손실은 납세자... 불공정한 구제금융에 분노"

나아가 그는 "정부가 금융 산업에 강력한 규제를 행사해야 하고, 금융 산업의 무모한 행동 때문에 또다시 경제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막으려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국에서 불거진 부자 세율 인상 논란에 대해서도 샌델 교수는 "미국에서 부자 세율은 1920년대 이후 최저선"이라면서 "부자 세율 인상 요구는 금융 위기 해법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빈부 격차가 커졌고 부자와 빈자가 분리돼 서로 공유하는 생활이 없다는 걸 의미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미국은 80, 90년대 다른 나라에 미국식 자본주의를 강요하는 잘못을 범했다"면서 "오늘날 현상은 자유시장과 규제 완화 내지 규제 부재가 가져온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샌델 교수는 "지금 담론화할 것은 자본주의 찬반론이 아니고 생활 수준을 높이면서도 정의와 공정성, 빈부 격차 좁히기 등 핵심적 가치를 달성하고 사회적 결속력 키우는데 가장 좋은 혼합 자본주의를 찾는 것"이라고 밝혔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 사회로 진행된 이날 오전 강연 역시 하버드대 강의실을 옮겨놓은 듯 했다. 샌델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30년간 유지돼온 시장지상주의에 의문을 제기하며 청중들에게 "시장의 도덕적 한계가 무엇인가"란 질문으로 다가갔다.

그는 "이번 금융 위기의 교훈으로, 단지 월스트리트의 탐욕이 지나쳤다고 보는 정도로는 너무 약하다"면서 "의료, 교육, 환경보호, 시민 의무 등 도덕적 논의가 필요한 시장 이외의 다른 가치관에도 시장 논리를 적용하면서 제대로된 공론화가 없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샌델 교수는 "시장은 가치중립적이라 생각하지만 가치를 바꿀 수 있다"면서 학생이 책 1권 읽을 때마다 2달러씩 주는 식으로 교육에 시장 인센티브를 도입한 미국 텍사스 한 초등학교와 아이를 늦게 찾아가는 부모에게 벌금을 내게 한 이스라엘 탁아소 사례를 들었다.

"시장지상주의가 의료·교육·환경 등 비시장 규범 해쳐"

샌델 교수는 "책을 읽을 때마다 돈을 주면 아이들이 당장 책은 읽겠지만 이유가 잘못되면 장기적으로 원치 않는 결과가 나온다"면서 "아이들이 독서 자체의 가치보다 독서는 돈 버는 수단이란 잘못된 가치를 갖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이스라엘 탁아소에서 부모들이 아이들을 제때 데려가지 않자 한 경제학자가 벌금을 내게 하자는 방법을 제시했는데 오히려 부모가 늦게 오는 비율이 늘었다"면서 "전에 늦은 부모들은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벌금을 내자 미안한 마음이 사라지고 시간초과 비용을 낸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샌델 교수는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해 도입한 탄소배출권 거래 제도 역시 과거 '면죄부'처럼 금전적 보상이 비시장적인 규범을 해치는 대표적 사례로 꼽기도 했다.

그는 "효율성과 효과만 따지만 오염 관련 거래제도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글로벌 차원의 윤리를 확보해야 한다"면서 "책임을 공유하자고 해놓고 탄소배출을 줄이려 생활방식을 바꾸거나 불편을 감수하지도 않고 남에게 떠넘기는 게 과연 윤리적으로 정당한 것인가"라고 따졌다.

샌델 교수는 "사회정의 차원에서 시장 규범을 적용할 경우와 적용해선 안 되는 경우가 있다"면서 "시민권이든 망명자 지위든, 환경 보호든 모든 걸 상품화해선 안 되고 윤리적 언어로 비시장적 규범을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금융위기 이후 요구되는 정치적 담론은 공정한 사회에서 시장의 역할이 뭐냐는 것"이라면서 "좋은 사회 특징은 무엇이고 돈으로 살 수 없는 게 무엇인지 근본적으로 생각해야 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오마이뉴스 아이폰 앱 출시! 지금 다운받으세요.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