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하나 '우리'를 잡아야 은행권 재편 주도

윤경현 2010. 3. 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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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 회의에서 "삼성, 현대 등이 커서 문제된 것이 있나. 글로벌 기업은 잘 성장하는데 왜 금융 분야는 이 모양인가"라고 지적했다. 국내 은행의 대형화 필요성에 대한 현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금융연구원도 최근 보고서에서 "국내 금융회사의 경우 글로벌 금융회사와의 격차를 고려할 때 대형화 추세는 불가피하다"며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아시아 '톱10' 안에 드는 은행을 5년 후 1개 이상, 10년 후 2∼3개 이상 만들어 아시아의 금융리더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하나, 구심점은 어디

'슈퍼메가뱅크'의 기반이 될 우리금융을 둘러싸고 KB금융지주(국민은행)와 하나금융지주(하나은행) 간의 주도권 싸움이 치열하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우리은행과의 합병을 검토한 바 있다. KB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우리금융과의 합병을 검토해본 결과 세계에서 50∼60위, 아시아에서 10위권 이내에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포트폴리오도 기업금융(우리), 소매금융(국민)으로 나뉘어 있고 우리은행의 점포 수가 국민은행이나 신한은행에 뒤지기 때문에 점포 중복도 적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하나금융지주의 마음은 KB금융지주보다 더 급하다.

최근 하나은행(152조원)이 자산규모 면에서 기업은행(157조원)에도 밀릴 정도로 위축돼 있어 M&A를 통한 생존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안팎의 요구가 높다. 인수합병에 대한 김승유 회장의 의지도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과정에서 눈여겨 봐야 할 것은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의 행보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학 후배로 대통령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는 어 위원장이 KB금융지주 회장으로 가느냐, 김승유 회장을 대신해 하나금융지주 회장으로 가느냐에 따라 슈퍼메가뱅크의 구심점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그동안 중요한 역할을 해왔던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통합지주회사의 회장으로 갈 경우 슈퍼메가뱅크를 만드는데 핵심적인 임무를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은, 해외은행 M&A 역할

산업은행은 외국계 은행 인수를 통해 슈퍼메가뱅크를 완성하는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산업은행은 지난 1월 태국시암시티뱅크 인수에 실패한 뒤 또다른 태국의 은행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국계 투자은행 대표는 "산은은 현재 태국과 인도네시아의 모 은행을 염두에 두고 (인수 및 실사)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M&A 자문회사 고위 관계자도 "산업은행은 태국과 인도네시아 지역 기반 은행을 인수, 이를 발판으로 아시아권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기업금융, M&A 주선 등 글로벌 은행으로서의 역할을 할 예정"이라며 "외국계 자본이 진입하기 어려운 태국을 선택한 것은 아세안(ASEAN) 10개국의 중앙에 위치해 있고 순이자마진(NIM)이 3%대에,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0% 이상으로 금융산업의 최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산업은행이 가진 기업 주식은 모두 외환위기 이후 싼 값에 산 것이어서 이를 되팔 경우 엄청난 유가증권 처분수익이 기대된다. 여기에 정책금융공사로 이전시킨 알짜배기 기업 주식까지 포함할 경우 산업은행이 M&A에 가용할 수 있는 자금은 막대하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STX팬오션, 쌍용양회, 대우건설 등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정책금융공사에는 하이닉스반도체, 대우인터내셔널, SK네트웍스, 현대건설 등의 지분을 넘겨줬다.

■신한·외환 '외톨이' 되나

금융권 일부에서는 신한금융지주가 M&A에 나설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지만 실행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신한에서 KB(국민은행)를 인수할 수도 있다"며 "현재 주주가 있는 일본에 계속 접촉하면서 자금을 모으고 있다는 설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모 글로벌 투자은행(IB) 대표는 "마음만 먹으면 신한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다"며 "유상증자를 할 경우 어느 은행이든 인수할 수 있지만 신한은 M&A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라응찬 회장이 지난달 26일 4번째 연임에 성공한 것도 M&A에 대비, 일본측 주주를 설득하기 위해선 라 회장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신한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라 회장이 일본측 주주를 설득할 수 있는 인물이긴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M&A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외환은행은 정작 '살 만한 곳'이 없어 이번 은행권 재편에서 '외톨이'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모 금융회사 대표는 "외환은행을 사려는 세력이 뚜렷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검토를 해보던 해외 투자가들도 지난 2008년 정부가 인수계약을 끝낸 HSBC의 대주주 승인을 미룬 이후 외환은행 인수를 꺼리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의 주인인 론스타는 매각주간사 선정 없이 자체적으로 인수자를 물색하고 있지만 마땅한 해외투자가는 물론 국내 은행권의 인수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blue73@fnnews.com윤경현 김주형 안대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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