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블랙홀의 비밀 풀어낼 것"

2009. 10. 4.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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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블랙홀을 연구한다고 하면 사람들 눈빛이 달라지곤 합니다."

신비로움이 가득한 우주 가운데서도 가장 흥미를 끄는 대상은 아마 블랙홀일 것이다. SF영화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이유다. 무시무시한 중력으로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모습 또는 블랙홀을 통해 시ㆍ공간을 초월한 여행을 하는 장면을 한번쯤 보았을 터. 물론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블랙홀로 들어가면 모든 물질이 산산이 분해되므로 시간여행은 불가능하다.

최근 서울대 물리천문학부에 영입된 우종학 교수(39)는 블랙홀 연구의 최전방에 서 있는 천문학자다. 은하 중심에 존재하는 거대 블랙홀은 그의 주요 연구 대상이다.

"10년 전만 해도 거대 블랙홀 존재에 대한 증거가 없었어요.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약 40개 은하 중심부에서 거대 블랙홀이 발견되면서 천문학에 패러다임 시프트가 일어났죠."

"블랙홀 질량은 태양의 100만배에서 수십억 배에 달합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블랙홀 질량을 측정해 보니 그 블랙홀이 있는 은하 전체 질량의 0.2%를 차지한다는 것입니다. 더 무거운 은하가 더 무거운 블랙홀을 갖는다면 블랙홀과 은하의 성장이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뜻이죠."

거대 블랙홀의 발견은 천문학계에 큰 도전으로 작용한다. 블랙홀이 먼저 성장하고 은하가 뒤따랐을까 아니면 은하가 충분히 자라고 블랙홀이 중심부에서 가스를 집어삼키며 컸을까.

비교적 가까이 존재하는 약 40개 거대 블랙홀 외에 먼 은하의 블랙홀 질량을 재기는 무척 어렵기에 그 기원을 찾는 연구는 한계가 많다. 우 교수가 바로 이 과제에 도전하고 있고 성과를 내며 세계적 관심을 받고 있다. 그는 예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노벨상 수상 과학자들이 4명이나 소속돼 있는 미국 샌타바버라 소재 캘리포니아대학에서 2005년부터 연구에 몰입했다. 그는 우주가 40억년 더 젊었을 때 존재하는 먼 우주의 블랙홀 질량과 은하의 성질을 연구했다. 그 결과 블랙홀 질량이 예상보다 더 크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블랙홀이 먼저 성장하고 은하가 뒤따른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세계 최대 구경을 자랑하는 지름 10m인 켁망원경과 허블우주망원경을 사용할 수 있어 가능한 연구였다. 캘리포니아대학과 캘리포니아공과대학이 공동 소유한 켁망원경은 외부 대학이 시간 단위로 사려면 하루 이용료만 8만~10만달러(약 1억원)에 이른다.

우 교수는 블랙홀 연구의 대가인 로저 블랜퍼드 스탠퍼드대학 교수를 비롯한 몇몇 공동 연구자와 함께 60억년 전 블랙홀과 은하에 대한 공동 연구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2008년에는 나사(NASA)의 '허블 펠로십'을 받았다. 허블 펠로십은 매년 전 세계 젊은 과학자 10명을 뽑아 연구를 지원하는 제도. 한국인으로서 허블 펠로십을 받은 과학자는 우 교수를 포함해 4명밖에 없다. 그는 UCLA를 거쳐 지난 9월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로 자리를 옮겼다. 국내에서 가장 큰 망원경은 1~2m급으로 미국 일개 대학 수준도 안 된다. 다행히 한국이 2018년 완성될 차세대 25m 망원경인 거대 마젤란망원경 계획에 미국, 호주 등과 참여했다. 거대 마젤란망원경이 완성되면 천문학에 혁명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서 대형 망원경을 조작해 본 과학자가 흔치 않아 우 교수 역할이 기대를 모은다. "어떻게 하면 수학과 물리를 사용하지 않고 우주의 경이로운 현상을 통해 과학의 맛을 전달할까도 제 과제 중 하나인 셈이죠."

그는 대중과학 수준이 높아야 과학이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올 초 첫 대중과학책인 '블랙홀 교향곡'을 냈다. 출판업체 러브콜이 쇄도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

[심시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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